롯데관광개발(032350)이 제주 드림타워 개발을 위해 조달한 차입금 7000억원을 만기일 당일 1년 연장하는 데 성공하면서 직면했던 재무적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전환사채(CB) 발행 이후 주가 하락에 따른 채권자들의 조기상환 청구(풋옵션) 가능성, 수천억원의 누적 적자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지급해야 하는 이자 규모가 확대되는 점, 호텔 업계의 회복세가 부진한 점 등은 과제로 지적된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새마을금고중앙회 등으로 구성된 롯데관광개발 대주단은 이날 회의를 통해 기존 차입금에 대한 만기를 1년 연장하는 데 동의했다.
대주단은 만기 연장에 동의한 상태에서 연 이자율에 대한 협상을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차입금의 연 이자율은 4.1%~5.9% 였으나, 이번 만기 연장으로 많게는 2배가량 뛸 것으로 보인다.
롯데관광개발은 해당 차입금과 관련해 지난 4월 감사인으로부터 ‘계속기업가치 불확실’ 지적을 받기도 했다.
당시 감사인은 주석에서 “차입금 만기 도래 및 해외 CB 조기 상환권 행사 가능 기간 도래로 장기성 부채가 유동부채로 대체됐다”면서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초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관광개발은 이와 관련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해 리파이낸싱을 진행 중에 있다”고 했으나, 기존 대주단과 만기를 1년 연장하는 데 그쳤다.
해외 CB에 대해서는 “CB권자가 조기상환을 행사하는 경우, 신규 CB 발행을 통한 상환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해당 CB는 롯데관광개발이 제주 드림타워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2019년 9월 해외 기관 투자자를 상대로 발행한 것으로 6000만달러(약 700억원) 규모다.
발행 당시 사채 만기는 올해 9월, 표면이자율은 연 5%였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업황이 악화하자 양측은 계약 조건을 변경했다. 채권 만기일은 2025년 9월로 연기됐고, 표면이자율은 지난해부터 연 15%로 대폭 올랐다. 만기 이자율 역시 기존 5%에서 연 10%로 올랐다.
롯데관광개발은 CB발행 당시 납입일(2019년 9월 20일)로 부터 3년 뒤에는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조건 역시 납입일로부터 4년 뒤로 변경됐다.
변경된 조건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지난 9월부터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롯데관광개발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채권에 대한 조기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 CB를 주식으로 전환해봐야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CB 가액은 주당 1만3850원이나, 이날 종가 기준 롯데관광개발의 주가는 주당 1만120원을 기록했다. 지난 8월 중국이 한국행 단체관광 재개를 발표하면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관련 주가 올랐을 때는 주당 1만7680원까지 주가가 뛰었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이날 고점 대비 42.8% 낮은 주가를 기록했다.
카지노 부문의 회복세가 뚜렷해 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부문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롯데관광개발의 드림타워 복합 리조트 부문 매출은 74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848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22.8% 확대됐다.
카지노 부문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9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4.5%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8억원 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류은애 KB증권 연구원은 롯데관광개발의 목표 주가를 기존 2만원에서 1만8500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중국인 트래픽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나 기대했던 것보다 회복 규모가 다소 실망스럽다”고 했다.
이번 만기 연장으로 7000억원 규모 차입금에 대한 연이자율이 상승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롯데관광개발의 이자지급 규모는 매년 증가해왔는데,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이자지급 규모는 691억원으로 지난해 말 536억원을 상회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대주단별 금융기관마다 다르겠지만, 이번에 만기를 연장하면 2020년보다 기준금리가 올랐기에 연이자율 조정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