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아백화점이 흔들리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롯데·신세계·현대 등 경쟁사에 비해 점포 수가 5개로 적지만, 본점 격인 압구정 명품관을 비롯해 광교점, 대전 타임월드점 등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며 ‘작지만 강한 백화점’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최근 명품 수요가 시들해지며, 주요 점포의 실적이 후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 명품관의 올해 1~10월 누적 매출액은 전년 대비 8%가량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0월 매출은 두 자릿수 역신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004170)백화점 강남점과 롯데백화점 잠실점, 현대백화점(069960) 압구정점·무역센터점 등 서울 강남권에 위치한 주요 백화점의 매출이 전년 대비 성장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압구정 명품관, 올해 누적 매출 8% 감소
1990년 개관한 압구정 명품관은 2021년 코로나발(發) 보복 소비의 영향으로 연 매출이 전년 대비 31% 증가한 1조587억원을 기록하면서, 개관 31년 만에 ‘1조 클럽’에 입성했다. 이듬해에도 매출이 전년 대비 16%가량 증가한 1조226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연 매출 1조원을 간신히 넘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압구정 명품관 매출은 갤러리아백화점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광교점과 대전 타임월드점의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 2020년 수원광교 컨벤션복합단지에 갤러리아 점포 중 최대 규모로 개장한 광교점은 압구정 명품관에 이은 ‘제2 명품관’을 지향했으나, 아직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등 3대 명품을 입점시키지 못했다.
광교점은 개점 이듬해인 2021년 매출 6016억원을 거두며 지역 터줏대감인 신세계 경기점의 매출을 앞섰으나, 지난해에는 신세계 경기점보다 매출이 뒤졌다. 신세계가 해당 점포의 명품관과 식품·리빙관을 재단장하면서다.
여기에 올해 말에는 인근에 신세계 스타필드 수원점 개관이 예정돼 있고, 롯데 수원점이 내년 4월을 목표로 재단장 공사를 진행 중이어서 경쟁이 더 심화할 전망이다.
대전 타임월드점 역시 인근에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점포가 생긴 후 ‘지역 1위’를 내줬다. 최근 타임월드점은 지역 유일의 롤렉스 매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기존 4개 매장을 터 초대형 롤렉스 매장을 조성 중이다.
◇한화갤러리아 주가도 반토막
업계에선 최근 들어 명품 수요가 줄어든 데다, 올 초 한화솔루션(009830)에서 인적 분할한 한화갤러리아(452260)가 미국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등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본업인 백화점 경쟁력이 약화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사업의 키를 잡은 후 경영 능력 입증을 위해 신사업에 주력하면서 백화점 중심이던 사업 구도가 변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취임한 김영훈 한화갤러리아 대표도 김 본부장이 주도하는 신규 먹거리 발굴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한화갤러리아 매출액은 1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 줄었고, 영업이익은 20억원으로 74% 감소했다. 같은 기간 파이브가이즈를 운영하는 에프지코리아의 3분기 매출액은 35억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호점인 강남점 매출만 반영된 것으로, 하루 평균 4300만원의 매출을 거뒀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장의 관심은 본업의 성과에 쏠리는 듯하다. 한화갤러리아 주가는 지난 3월 31일(2130원) 유가증권에 재상장한 후 이날(1102원)까지 48%가량 하락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업황이 안 좋은 것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갤러리아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낮아진 경향도 있다”라며 “최근 백화점은 더현대서울이나 롯데백화점 잠실점처럼 체험형 콘텐츠가 강한 곳이 대세인데, 갤러리아백화점은 그런 관점에서는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영훈 대표 취임 후 한화갤러리아는 ‘넘버원 프리미엄 콘텐츠 프로듀서’라는 새로운 비전을 내놨다. 백화점의 경우 타임월드점은 충청권 최고 명품 백화점을 목표로, 개점 4년 차를 맞은 광교점은 상품 리밸런싱(재조정)과 지역 랜드마크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갤러리아의 특장점인 우수고객(VIP) 콘텐츠 강화와 경쟁력 있는 브랜드 유치를 통해 신규 고객 확보에 힘쓸 것”이라면서 “파이브가이즈를 비롯한 미래 먹거리도 지속적으로 발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