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이나 상하이, 광저우 같은 지역은 한국 제품들이 널려있지만 섬서(陕西)성은 성도인 시안에서도 한국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감숙(甘肅)성이나 영하(寧夏)성은 더욱 그렇죠. 한류 열풍의 영향도 많이 남아있어 유망한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16일 중국 섬서성 시안에 있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KOTRA) 시안무역관에서 만난 김남욱 시안무역관장은 회의실 벽면에 걸려있는 중국 전도에서 섬서성과 서북 3성 지역을 손으로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16일 중국 섬서성 시안에 있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시안무역관에서 김남욱 무역관장이 이야기 하고 있다. /양범수 기자.

김 관장은 “영하성 같은 곳에서 한국 기업들의 상품을 소개하는 박람회를 열면 지역 분들이 가족 단위로 쇼핑을 하러 몰려들 정도”라면서 “북경이나 상해 같은 연안 지역 도시들에서는 이런 박람회에 쇼핑하러 오지는 않지만, 한국 상품을 접하기 어려운 지역인 데다 오프라인 매장이 없으니 수요가 있다”고 했다.

김 관장은 이러한 영향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도 박람회의 ‘한국관(한국 기업들의 제품을 소개하는 전문관)’ 매출에 큰 타격이 없었다고 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시안무역관의 주도로 꾸려지는 ‘란저우 국제 무역투자 전시회’의 한국관 매출은 2018년에 9개 기업이 참가해 8만위안을 기록했지만, 2023년에는 10만위안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입상이 대리해 판매가 이뤄진 2021년 전시회에서는 12개 업체가 14만위안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란저우 국제 무역투자 전시회는 화장품·식품·완구 등의 품목을 소개하기 위한 국가급 전시회로, 감숙성 상무부가 주최한다. 평균 5일 동안 열리며 2000개 업체, 3000명의 바이어 등이 참석하는 행사다.

김 관장은 “연안 지역에 비해 인구가 적다고는 하지만 국내 시장에 비해 인구가 많다”면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있다는 것은 큰 이점”이라고 했다.

섬서성의 인구는 2021년 말 기준 3953만명이다. 섬서성을 포함해 청해(青海)성(592만명)과 감숙성(2502만명), 영하성(695만명)의 인구를 더하면 7742만명에 이른다.

김 관장은 다만, 변화한 시장에 맞춰 전략을 세워서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그냥 한국산이라면 보지도 않고 사던 시절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코로나19를 지나면서 그런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다. 현재 시장에 맞는 상품과 목표 소비층을 정해 전략을 세우고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관장은 “화장품의 경우 이제는 중국에서 만든 제품이 일본으로 수출도 이뤄질 만큼 기술이 발전했기에 일반적인 화장품이라면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면서 “LG생활건강이나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도 고전하고 있지 않냐”고 했다. 그러면서 “기능성 화장품으로 병원에 납품한다든지 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7월 열린 란저우국제무역투자전시회에서 한국관에 참여한 기업이 바이어에 김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시안무역관 제공

시안무역관은 가방과 같은 액세서리나 디퓨저, 완구 등이 내륙 지역 시장에서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방의 경우 위조상품 생산 판매를 중심으로 시장이 발전했으나,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품질과 디자인을 중시하면서 다양한 브랜드가 생겨나고 있고 가장 시장점유율이 높은 루이비통과 구찌의 시장점유율도 4%를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

가방 수입액 역시 2020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줄어든 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5월 가방 수입액은 1억3800만달러(약 1789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9% 증가했으며, 수입량은 1985톤(t)으로 33.4% 늘어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성장한 디퓨저와 같은 향 산업 역시 떠오르고 있다. 중국화장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향 산업 시장 규모는 2012년 6억6800만달러(약 8661억원)에서 2020년 2배 넘게 증가한 15억7500만달러(약 2조420억원)로 집계됐다.

2021년 기준 중국의 디퓨저 수입 규모는 한국이 6위로 610만달러(약 80억원)를 기록했다. 1위는 일본(약 369억원)으로 나타났고, 미국(약 276억원)·프랑스(약 191억원)·이탈리아(약 139억원)·영국(약 103억원) 순이었다.

김 관장은 “가방·디퓨저 등은 시장성이 있다고 보고 있고 무역관에서도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면서 “이 밖에도 김과 같은 식품이나 영하성의 이슬람 인구를 겨냥한 할랄 푸드 등에 대해서도 시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