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유통 대전의 승리도 쿠팡에게 돌아갔다. 쿠팡은 3개 분기 연속 이마트 매출을 제친 데다, 처음으로 분기 매출 8조원을 넘어섰다. 작년 3분기 이후 5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사상 첫 연간 흑자 달성도 목전에 두게 됐다.
반면, 전통 유통 강자로 꼽히는 이마트는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연결 자회사인 신세계건설(034300)의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551억원 줄어든 영향이 컸다.
그러나 업계에선 3분기 연속 쿠팡에 매출 1위 자리를 내주고, 수익 면에서도 이마트는 감소세를, 쿠팡은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만년 적자’로 불리던 쿠팡이 국내 전체 유통시장에서 패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발표된 이마트(139480)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7조709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79억원으로 약 23% 줄었다.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원가 부담 증가로 인해 신세계건설의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
본업인 이마트 부문(별도 기준)의 영업이익은 작년 3분기 이후 3분기 만에 성장했다. 이마트 별도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2.2% 감소한 4조4386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물가 안정 기여 연중 프로젝트 ‘더 리미티드’ 등 고객 관점의 ‘상품 혁신’과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점포 리뉴얼, 수익성 개선 노력에 따른 비용 효율화 등이 ‘본업 경쟁력 강화’에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쿠팡은 3분기 매출액이 8조1028억원(분기 평균 환율 1319.39달러 기준)으로 전년 대비 18%가량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1%가량 증가한 1146억원을 기록, 이마트를 앞질렀다.
전문가들은 쿠팡이 물류센터 건립 등의 투자를 마치고 이익 실현 단계로 돌입한 반면, 이마트는 사업을 다각화하며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역전의 요인으로 짚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의 경우 막대한 투자를 통해 온라인에 최적화된 사업 구조 구축했으나, 이마트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이중 구조로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실적 부진이 불가피했다”라고 분석했다.
쿠팡의 유료 멤버십인 ‘와우멤버십’도 쿠팡이 지속 성장을 이룬 비결로 꼽힌다. 쿠팡의 3분기 기준 활성 고객(분기에 제품을 한 번이라도 산 고객) 수는 2042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반면, 신세계그룹이 이를 견제해 지난 5월 출시한 통합 유료 멤버십 ‘신세계유니버스’는 아직 수치가 공개되지 않지만, 성과가 기대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에 대항해 이마트가 운영 중인 이커머스 사업도 아직은 안정화 단계다. 3분기 SSG닷컴의 영업손실은 3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76억원 축소됐다. G마켓의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48% 줄어든 101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이마트는 그룹 통합 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을 출범하고 2021년 G마켓을 약 3조5600억원에 인수했으나, 점유율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이마트가 인수하기 전까지 흑자를 기록했던 G마켓은 인수 후 계속 적자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외형 성장과 수익성을 균형있게 추구하는 균형 성장 전략을 추진하는 단계”라며 “SSG닷컴의 경우 상반기 총 거래액(GMV)이 7% 감소했으나, 3분기에는 19% 증가해 외형 성장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G마켓의 경우 4분기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9월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그룹 핵심 계열사 중 스타벅스를 뺀 5곳(신세계·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조선호텔)의 대표이사를 물갈이했다. 이마트의 경우 ‘정용진의 남자’로 불린 강희석 이마트 대표를 경질하고, 한채양 대표를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3사 대표로 선임했다.
한 대표는 지난 9일 열린 이마트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오프라인 유통이라는 본업에 집중하겠다”고 공표했다. 앞서 이마트가 G마켓, W컨셉, 신세계야구단, 미국 와이너리 등 인수·합병(M&A) 자금 마련을 위해 성수점 등 주요 점포 매각을 추진한 것과 대치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강화의 균형을 이룬다는 방침이다.
한 대표는 “그간 수익성이 악화한다는 이유로 출점을 중단하고 일부 점포를 폐점했지만, 내년부터는 우리의 영업 기반인 점포의 외형 성장을 재개하겠다”라며 “내년 5개 점포 부지를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마트와 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 3사를 중심으로 상품을 통합해 구매력을 강화하고 상품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마트와 함께 ‘유통 양강’으로 불리던 롯데쇼핑(023530)은 사실상 1·2위 경쟁에서 물러났다. 롯데쇼핑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조7391억원으로 6.8% 줄었고, 영업이익이 14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했다.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가치의 격차도 벌어졌다. 이날 기준 쿠팡의 시가총액은 273억 달러(약 36조2134억원)로 이마트(2조1492억원)와 신세계(1조6914억원), 롯데쇼핑(2조1952억원)을 합친 것보다 4배가량 많다.
정연승 교수는 “이마트가 오프라인 강자로서 가진 자산을 잘 활용한다면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점포를 온라인으로 활용할 구조로 바꾸고, 원가 절감형 모델인 트레이더스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모델을 안정화한다면 승산이 있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