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의 주의 집중력은 8초, 알파세대는 3초입니다. 게다가 디지털 환경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알고리즘의 추적을 거부하고 있죠. 기업들은 가볍고 짧은 문법으로 소통해 소비자들의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서비스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신간 ‘잘파가 온다’를 쓴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혼란의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잘파세대(Z+Alpha Generation)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잘파세대는 1990년대 중반~2000년대 후반에 출생한 Z세대와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α)세대를 통칭하는 용어다. 인플레이션과 전쟁, 이상기후 등 복합위기(Polycrisis) 시대를 맞아 유통기업들의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새로운 소비 권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황 교수는 현재 소비시장이 주 소비층으로 묶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보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잘파세대를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잘파세대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세 가지다. ▲2025년 전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잘파는 3~5년 안에 가장 중요한 소비 주체로 부상하고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의외성을 갖고 있고 ▲나이에 비해 막강한 자본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인구수와 자본력, 디지털 영향력으로 무장한 만큼 유통기업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게 황 교수의 생각이다.
조선비즈는 지난달 18일 서울에서 황 교수를 만나 잘파세대의 특성과 유통기업들이 이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등을 들어봤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마케팅 전공 부교수로 재직 중인 황 교수는 앞서 <리테일의 미래><리:스토어> 등을 출간해 유통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황 교수는 “마케팅 트렌드를 제시하기 위해 키워드를 뽑다 보니 9개 중 6개가 잘파세대로부터 기인한 트렌드였다”라며 “그만큼 해당 세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황 교수와의 일문일답.
─MZ세대도 모르겠는데, 잘파라니. 잘파세대는 어떤 특성을 보이나.
“Z세대와 알파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며, 디지털 문화를 선호하는 세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에선 주로 MZ세대에게 주목하는데, 사실 이들보다 잘파가 더 유사성이 많다고 본다.
잘파세대는 이미 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적으로 알파세대 인구는 2025년이면 22억 명을 돌파해 조부모인 베이비붐 세대를 추월할 전망이다.
이들은 어린시절부터 디지털을 기반으로 비즈니스와 수익 창출을 경험하며 자본주의 키즈(Kids)로 자라났다. 장난감을 소개하는 9살 유튜버 라이언 카지는 연간 30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얻는다. 또 2030년엔 Z세대의 소득이 밀레니얼 세대의 소득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 키즈인 알파세대와 Z세대가 만난 잘파세대, 역사상 가장 부유한 세대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잘파가 소비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이들의 주의 집중력(Attention Spanning)은 이전 세대보다 현저히 짧다. 한 연구에 따르면 Z세대의 주의 집중력은 8초, 알파세대는 3초다. 밀레니얼 세대가 20초인 것과 비교하면,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에 관심을 뒀다가 거두는 시간이 크게 짧다는 뜻이다. 즉, 기업들은 단 몇 초 안에 그들을 사로잡아야 한다.
집중하는 시간이 짧아졌다는 건, 가볍고 단편적인 소비가 뜬다는 걸 의미한다.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를 빨리 돌려보거나 영화 요약본 보기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에선 콘텐츠를 가볍게 소비하는 걸 스낵 컬처라고 하는데, 해외에선 이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스니펫 컬처(Snippet culture·단편 문화)’라는 용어를 쓴다.
관계에 있어서도 상황에 따라 가벼운 맞춤형 관계, 즉 시추에이션십(Situationship)이 선호된다. 틱톡에서 시추에이션십 해시태그(#)는 23억 조회수를 기록했을 정도다. 심지어 끼니도 간식을 먹듯 간단하게 때우는 게 인기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가볍고 짧은 문법으로 소통해 소비자들의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서비스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책에선 9개의 마케팅 트렌드를 도출했다. 이중 기업이 가장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무엇인가.
“‘안티 알고리즘’이다. 온라인 행적을 추적하는 알고리즘에 반감을 느끼고, 구글이나 유튜브를 이용할 때 익명으로 사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18~39세 소비자 중 43%가 구글 검색 시 익명 모드를 사용했다. 알고리즘을 역으로 조작하는 시도도 한다.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볼 때 일부러 관심 없는 콘텐츠를 시청하거나 검색 기록을 삭제하는 식이다.
사생활 노출에 대한 우려와 함께 알고리즘으로 ‘추천 당하는’ 것에 회의를 느낀 결과다. 아마존의 경우 알고리즘을 통해 얻은 소비자 정보로 개인마다 다른 가격을 제시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 전략을 쓰는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SNS)의 과시용 콘텐츠에 피로감을 느낀 것도 한 몫했다. ‘안티 인스타그램’이라는 별명이 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 비리얼(BeReal)은 이런 젊은 세대의 니즈를 건드려 지난해 Z세대가 가장 좋아하는 애플리케이션(앱)에 등극했다.
비리얼은 하루에 한 번 무작위로 알림이 올리는 순간의 모습을 2분 동안만 게시할 수 있다. 최고의 순간보다 자연스러운(Real) 순간을 기록하는 앱인데, 틱톡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10~20대 초반 여성들의 다운로드 건수가 두드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알고리즘을 피해 다닌다니. 알고리즘을 활용해 개인화 서비스에 집중하던 기업들이 들으면 허탈하겠다.
“많은 기업이 소비자들의 디지털 활동 추적을 방지하는 기술을 내놨는데, 4대 테크 기업(페이스북, 스냅챗, 트위터, 핀터레스트)이 해당 기술로 1년간 본 손실액이 3150억 달러에 달한다. 고객들이 싫어하면 손해를 보고라도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유통기업 입장에서 소비자들이 싫어한다고 소비자 행적 추적을 거둘 순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느끼기에 진정성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팔고 소통한다고 느끼게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미국 멕시칸 레스토랑 치폴레의 경우 앞서 언급한 비리얼과 협업해 식재료와 운영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고객 충성도 관점에서 잘파세대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지금까지 기업들은 고객이 얼마나 재구매 하는지를 의미하는 행동적 충성도(behavioral loyalty)가 핵심 성과 지표(KPI)였다. 그러나 알고리즘을 거부하고 가벼운 관계를 추구하는 잘파세대를 대상으로 고객 충성도에 집착하는 것은 유효하지 않다.
이제 기업은 KPI보다 짧은 주기로 고객들과 실시간으로 자주 접촉하며 관련성을 높이는 ‘오픈 마인드’ 전략을 시도해야 한다. 예컨대 주기적으로 리타겟팅(Retargeting) 캠페인(소비자들이 특정 웹페이지에서 검색한 상품을 다른 웹페이지를 방문할 때, 배너 또는 팝업광고 형태로 보여줘 소비자들에게 재광고하는 마케팅 기법)을 진행해 브랜드를 자주 환기시키는 식이다.”
─전작 <리:스토어>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도 오프라인 매장이 중요하고 강조했다. 잘파세대에게 오프라인은 어떤 의미인가.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는 디지털 디톡스(해독)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알파세대도 오프라인에서 친구를 만나는 걸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아무리 디지털 중심 세대라 할지라도 오프라인 경험은 또 다른 대안이자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이들에게 어떻게 어필할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을 가볍게 가져가는 시추에이션십이 중요하다. 또 의외성을 공략하는 것도 필요하다. 젊은이들이 몰리는 성수동에 팝업스토어(임시 매장)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기존 브랜드가 가진 새로운 시도를 통해 발견의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온라인 유통은? 생성형 AI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진지함보다 가벼움을 찾는 특징’과 연결할 수 있을 거 같다. 리뷰 바이츠의 경우 생성형 AI를 통해 리뷰를 한 문단으로 요약해 보여주는 플랫폼으로 인기가 많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걸 즉각적으로 짧고 가볍게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소셜 임팩트 차원에서 DEI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에겐 낯선 개념인데.
“소셜 임팩트는 기업의 활동이 소비자와 사회에 미치는 지속적인 영향을 의미한다. 국내에선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주목하고 있지만, 잘파세대는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을 의미하는 DEI(Diversity·Equity·Inclusion)가 더 중요하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나’가 중요했다면, 알파세대에겐 ‘우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팬데믹, 전쟁, 이상기후 등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특히 알파세대인 10대의 경우 DEI에 더 관심이 많다.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다양성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체화한 탓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10대가 다른 세대보다 흑인 인권 운동인 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을 더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3세부터 브랜드 선호를 표현한다고 한다.
실제 스웨덴 의류업체 H&M은 흑인 아이가 입은 티셔츠에 ‘정글에서 가장 멋진 원숭이’라는 문구를 넣었다가 질타를 받았고, 펩시는 모델 켄달 제너가 경찰과 시위자들이 대치하는 상황에 펩시 캔을 전달하는 광고를 냈다가 사회적 이슈를 가볍게 취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앞으로는 친환경을 넘어 다양성과 포용성 등에 관심을 갖고 이를 실천하는 기업이 새로운 소비 권력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세대론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MZ세대에 이어 잘파세대까지, 시장이 너무 젊은 세대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이 책은 잘파세대만을 연구한 세대론이 아니다. 마케팅 트렌드를 제시하기 위해 키워드를 뽑다 보니 9개 중 6개가 잘파세대로부터 기인한 트렌드였다. 그만큼 해당 세대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