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백화점(069960)과 현대홈쇼핑(057050), 현대L&C 등 핵심 계열사의 대표를 교체하는 내용의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업계에선 지난 9월 단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현대백화점그룹이 유통 사업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기 위해 3인 대표 체제로 운영하던 백화점을 그룹 오너 정지선 회장과 전문 경영인 정지영 사장 2인 대표 체제로 전환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호진 현대백화점 사장은 현대지에프홀딩스(005440) 대표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크다.
2일 현대백화점그룹은 사장 1명·부사장 1명을 포함해 승진 17명 전보 23명 등 총 40명에 대한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부사장이 현대백화점그룹 2024 정기 임원 인사로 승진해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한광영 현대홈쇼핑 부사장과 정백재 현대L&C 전무도 승진 인사에 포함돼 각 사의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이에 따라 내년 3월까지 임기였던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와 임대규 현대홈쇼핑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형종 대표의 경우 한섬(020000)(8년)과 현대백화점(4년)에서 총 12년간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지난 2년간 계열사 대표이사를 모두 유임시키며 변화를 주진 않았지만, 미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 분야에 대해 변화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정지영 신임 대표는 1963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32년간 근무한 정통 ‘현대백화점 맨’이자 영업 전략 전문가다.
한광영 신임 대표 역시 1966년생으로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최근까지 현대홈쇼핑 영업 본부장 전무를 지냈다.
정백재 신임 대표는 1969년생으로 건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현대백화점에 입사, 현대L&C 경영전략본부장 상무를 역임한 ‘재무통’이다.
업계의 관심은 현대지에프홀딩스 ‘단일 지주사 체제’ 완성을 위한 지주사 신임 대표에 쏠린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다음 달 8일 주주총회를 열고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 장호진 현대백화점그룹 기획조정본부장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날 장호진 대표가 지주사 대표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장 대표는 1962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현대그룹 공채로 입사해 현대백화점그룹에서 근무했다. 그룹 기획조정본부에 오르기까지 현대백화점·현대홈쇼핑·현대그린푸드를 거쳤다. 그룹 내에선 ‘관리형 CEO’로 통한다.
실제 현대그린푸드(453340) 대표를 맡던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매출을 71%, 영업이익을 65%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또 2017년 한섬의 SK네트웍스 패션부문, 2018년 현대홈쇼핑의 한화L&C 인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 3인 각자 대표이사(정지선, 장호진, 김형종) 체제로 운영되던 백화점의 경영체제도 개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정지선 회장은 계열사 책임 경영 차원에서 대표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해당 내용은 아직 확정된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지주회사로서 그룹 전체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투자 및 리스크 관리, 경영 효율화, 신사업에 대한 방향성 제시 등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는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전반적으로 안정 속 미래 성장을 위한 변화를 추구했다”라며 “어려운 대내외 경영환경을 감안해 조직을 확장하기보다는 안정 기조를 바탕으로 내실을 꾀하는 동시에, 변화와 혁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그룹의 미래 성장을 준비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