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 대기업들이 올해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데 이어 3분기도 악화된 실적을 내놓을 전망이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감소에 더해 계절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K패션’의 성장축이 달라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른바 ‘디자이너 브랜드’로 불리는 신진 브랜드가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며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어서다.
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은 25일 올해 3분기(7~9월) 실적을 발표한다. 증권업계의 컨센서스(실적 추정치)는 영업이익 180억원으로 전분기(570억원)보다 68.4%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38% 감소한 수치다. 예상 매출액도 4620억원으로 전분기(5240억원)보다 11.8% 줄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도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7% 감소한 3345억원, 영업이익은 53% 감소한 154억원으로 추정된다. 소비 침체와 명품 브랜드 셀린느와의 계약 종료 여파가 크다.
한섬(020000)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8% 줄어든 3284억원, 영업익은 52.6% 감소한 154억원으로 추정된다. 순이익은 141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3분기 추정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11.2% 감소한 453억원이다.
패션업계의 부진은 작년 리오프닝 기저 효과가 사라지고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 3분기가 전통적인 비수기인데다 9월 늦더위로 고가 간절기 의류 소비가 줄기도 했다.
명품을 수입 판매하던 일부 업체는 명품 브랜드 본사와 국내 판매 계약이 종료된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톰브라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셀린느, 메종마르지엘라, 질샌더, 마르니 등과 판매 계약을 종료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비약적인 성장 등을 감안할 때 ‘K패션’ 성장축이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MZ세대(1980~2000년대생)가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르며 과거 패션 대기업이 선도하던 소비 트렌드 주도권이 넘어갔다는 것이다.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최근 MZ세대 매출이 가장 높은 매장은 마뗑킴, 마르디메크르디 등 디자이너 브랜드다. 한 매장에서만 월 10억 이상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이에 발을 맞추려 패션 대기업들이 신규 브랜드 출시·수입 등 투자를 늘리는 것도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자크뮈스, 니튜디오니콜슨, 가니 등 신명품 3인방을 들여왔고, LF는 프랑스 여성복 빠뚜를 전개하고 있다.
한섬도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런던 언더그라운드를 출시, 젊은 세대를 공략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 하반기 꾸레쥬를 출시했다.
패션업계는 성수기인 4분기 실적 회복을 기대 중이지만 시장 전망은 부정적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4분기 실적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심리 침체도 한몫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사실 국내 의류 시장이 보복소비 등으로 너무 호황이었다”라면서 “이미 사람들이 그간 너무 옷을 많이 샀기 때문에 교체수요가 다시 생기기 전까지는 패션회사 실적은 계속 안좋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