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004170)그룹이 부동산 리츠 회사 설립과 유상감자 등 각종 카드를 동원해 대규모 투자를 위한 실탄을 마련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온·오프라인 사업 확장을 위해 향후 5년간 20조원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연이은 M&A(인수합병)과 핵심 캐시카우였던 이마트(139480)의 실적 부진으로 재무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신세계는 동대구복합환승센터 보통주 1220만3767주를 강제 유상소각하는 안건 의결안을 공시했다. 주당 액면가액은 5000원으로 총 610억원 규모다. 처분일자는 올해 12월20일이다.
유상감자는 통상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방식으로 꼽힌다. 회사가 주주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주식을 회수해 소각하는 절차를 거친다. 아울러 부동산 매각과 달리 유상감자는 소유권을 잃지 않으면서 자금 마련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신세계는 이번 유상감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투자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오프라인 유통 사업 확대, 온라인 사업 확대, 자산개발, 신사업 등 4개 테마로 향후 5년간 20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세계는 G마켓 운영사인 이베이코리아(G마켓)와 SCK컴퍼니(스타벅스),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현 SSG랜더스), 온라인 패션 플랫폼인 W컨셉, 미국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 등을 연이어 인수하면서 현금흐름이 악화됐다.
그룹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이마트 실적도 부진하다. 이마트는 지난 8월 신세계에 SSG푸드마켓 청담점·도곡점 부지 및 건물을 약 1300억원에 양도해 현금을 확보했고, 지난 2021년에는 본사가 있었던 성수점 부지를 1조원 이상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에 출자나 부동산 매각, 유상감자 외에도 리츠 설립 등 자금 조달 마련을 위한 각종 카드를 동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츠 자산관리회사(AMC)인 신세계프라퍼티인베스트먼트 설립 예비인가를 받았다. 설립 기한은 예비인가를 받은 후 3개월 이내다.
리츠는 주식회사의 형태로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수익을 돌려주는 부동산 간접투자 기구다. AMC는 리츠로부터 자산의 투자·운용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곳이다.
신세계가 리츠 설립에 나선 것은 부동산 매각 없이 대규모 신사업에 쓸 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리츠를 통해 자산을 매각하면 소유권을 잃지 않은 상태로도 목돈 마련이 가능하다. 고금리로 회사채 발행 등이 어려운 상황일 경우 부동산을 전부 팔아넘기는 대신, 임대 등으로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설립 후 스타필드 고양과 하남, 안성 등 자체 보유자산을 리츠 자산으로 설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