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자체브랜드(PB) 상품 전담 자회사인 씨피엘비(CPLB)가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최근 대표직에 오른 아마존 출신 인사 2명을 제외하고 기존 대표진이 모두 사임한 데 따른 것이다.

5명의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되던 CPLB는 최근 계속해서 경영진 변화에 나서고 있는데, 쿠팡의 ‘PB 상품 강화’ 전략에 맞춰 관련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 PB 상품군. /CPLB 제공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PLB는 지난주 임윤택 대표와 피셔 피터 제임스 대표가 사임하면서 산디판 차크라 보티 대표와 카이루 유 대표의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지난 6월 대표직에 선임된 보티 대표와 유 대표는 모두 아마존 출신으로 각각 상품 개발과 품질 관리, 조달 및 상품 품질 관리 및 규제 대응 부문을 담당해왔다.

이번 경영진 변화로 CPLB는 상품을 기획·개발하고 제조는 제조사에 맡기는 PB 사업 특성에 맞게 해당 부문에 전문성이 있는 두 대표만 남긴 셈이다.

사임한 임윤택 전 대표는 CPLB가 드라이아이스 제조 및 판매 사업을 물류·배송 전문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 넘겨주면서 함께 소속을 옮겼다. 임 전 대표는 드라이아이스 제조사 태경케미컬 출신으로 2021년 11월 CPLB에 영입돼 생산·운영 부문을 담당해 왔다.

초대 대표를 맡았던 미넷 벨린건 스톤만 전 대표와 같은 영국 출신으로 인사·노무를 담당했던 피셔 피터 제임스 대표도 취임 2년 9개월여 만에 사임하고 쿠팡으로 자리를 옮겼다.

CPLB의 대표이사 사임은 지난 3월 스톤만 대표가 사임하고, 지난 7월 전유원 전 대표가 사임한 데 이어 약 한 달 만이다. 스톤만 전 대표는 아마존 PB 사업부 출신으로 쿠팡에서 PL사업부 총괄 부사장으로 합류한 뒤 CPLB의 대표를 맡으며 사업을 총괄해왔다. 약사인 전 전 대표는 한국화이자 제약 출신으로 품질 관리 및 규제 대응 부문을 담당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CPLB의 경영진 변화에 대해 쿠팡의 PB 상품 강화 전략에 맞춰 의사결정을 효율화하고, 다시 한번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생활용품 브랜드 ‘탐사’로 시작한 쿠팡의 PB 사업은 2020년 7월 별도 법인으로 CPLB를 설립해 첫해 매출 1331억원, 영업이익 19억원을 기록했다. CPLB는 이듬해 694% 늘어난 1조569억원의 매출과 1193% 늘어난 24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CPLB는 지난해 성장세는 꺾였지만,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CPLB의 지난해 매출은 1조3570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늘었고, 영업이익은 196% 늘어난 936억원을 기록했다. 생활용품에서 출발한 CPLB는 현재 간편식, 가전, 패션 등에서 29개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CPLB가 PB 전담 자회사로서 전문성을 강화하고 일관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5명의 대표가 각자 대표로 담당하던 분야를 통합해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하려는 것”이라며 “각자 대표 모두 아마존 출신인 만큼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마존은 ‘아마존 에센셜’, ‘아마존 베이직스’ 등 90여개의 PB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해당 사업에서만 4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