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이 오는 5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1층에 베이커리 카페 ‘런던 베이글 뮤지엄’을 연다.

앞서 노티드, 고든램지버거 등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서 ‘맛집’으로 통하는 식음료(F&B) 매장을 잇달아 유치해 화제를 모은 롯데월드몰은 이번엔 쇼핑몰 최초로 런던 베이글 뮤지엄을 들인다.

롯데는 200㎡(60평) 공간의 카페를 선보이기 위해 개점 공사에만 약 6개월을 할애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통상 식음 매장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3개월 정도 공사를 하는데, 입점 브랜드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졌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2021년 롯데쇼핑(023530)이 롯데자산개발을 흡수한 것을 계기로 롯데월드몰을 잠실점과 통합 운영하면서 해당 점포를 1등 점포로 키웠다. 2020년까지만 해도 잠실점은 소공동 본점에 이어 롯데백화점 내 매출 2위(업계 전체 3위) 점포였으나, 2021년부터 매출이 매년 20%대 성장하면서 롯데 내 1위 점포(업계 전체 2위)로 올라섰다.

그래픽=손민균

최근에는 롯데월드몰에 MZ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키면서 1위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위협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일각에선 1~2년 후쯤엔 업계 1위 자리를 노려볼 만하다는 의견을 내는 이도 있다. ‘명품을 앞세운 신세계 강남 vs. MZ세대를 공략한 롯데 잠실’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신세계 강남점의 매출은 2조8398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고, 롯데 잠실점 매출은 21% 신장한 2조5982억원을 기록했다. 두 점포의 매출 격차는 2021년 약 7000억원에서 지난해 2400억원으로 줄었다.

◇젊어진 롯데 잠실점... 업계 1위 탈환 현실로?

롯데백화점은 서울 소공동 본점으로 전국 백화점 점포 1위 자리를 지키다 2016년 이후 신세계 강남점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서울 강남의 교통 요충지라는 입지 조건에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비롯한 글로벌 명품을 대거 품은 신세계 강남점은 명품 수요를 빨아들이며 2019년 업계 최초로 연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해 롯데 본점은 마이너스 성장한 데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으며 2021년엔 업계 2위 자리마저 잠실점에 내줬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시그니쳐 베이글. /롯데백화점

이후 롯데 잠실점은 월드타워몰을 획기적으로 개편하면서 1위인 신세계 강남과 매출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롯데월드몰은 애플스토어, 고든램지버거, 아더에러, 마뗑김, 마르디 메크르디, 노티드, 런던 베이글 뮤지엄 등 MZ세대 특화 브랜드를 적극 유치해 젊은 고객을 끌어모았다. 다음 달에는 블루보틀과 칼하트 윕의 입점도 예정됐다.

실제로 이들 브랜드는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문을 연 도넛 카페 노티드는 대기 줄을 세우며 월 7억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고, 지난달 문을 연 패션 브랜드 아더에러와 마르디메크르디 등은 각각 월 5~6억원의 매출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가가 낮은 디저트와 캐주얼 의류를 취급하는 걸 고려하면 그만큼 많은 고객이 다녀갔다는 걸 의미한다.

업계가 보는 롯데 잠실점의 강점은 롯데월드몰이 가진 넓은 면적이다. 신세계 강남점이 명품 등 고가 브랜드를 선점해 우위를 점했다면, 롯데 잠실점은 신세계 강남점보다 두 배가량(약 5만 평) 넓은 공간을 활용해 기존 백화점 상품에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체험형 콘텐츠를 추가로 제공, 다양한 고객을 끌어들였다는 평가다.

기존 백화점에선 보기 어려웠던 시도도 돋보인다. 아더에러는 바닥을 50cm가량 띄운 파격적인 인테리어를 선보였고, 노티드는 5~6층에 걸쳐 복층 구조로 조성해 통창을 통해 석촌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게 했다.

바닥을 50cm가량 띄운 롯데백화점 잠실 월드타워몰의 아더에러 매장. 매장에 앉아 있거나 엎어져 있는 사람 모형은 마네킹이다. /김은영 기자

또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팝업스토어(임시매장) 전용 공간을 만들어 샤넬, 루이비통 등 명품 매장과 토트넘 선수단 팬 미팅 등을 진행해 모객을 유도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기존 백화점은 공간 제약이 있었지만, 쇼핑몰은 공간이 넓어 브랜드들이 원하는 대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며 “백화점 상품과 에비뉴엘의 명품에 쇼핑몰 콘텐츠가 더해져 시너지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 성지’ 신세계 강남 vs. ‘MZ 성지’ 롯데 잠실, 승자는

상황이 이렇자 신세계도 강남점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며 대응에 나섰다. 그간 ‘명품의 성지’로 우수고객(VIP)을 끌어모았지만, 젊은 고객 유인을 위해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들어 명품 매출 성장세가 주춤한 것도 변화를 촉구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작년만 해도 30%에 달했던 백화점 명품 매출 증가율은 올 들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명품 브랜드들이 일 년 사이 수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한 걸 고려하면, 실제로는 마이너스 성장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신세계는 과거 강남 센트럴시티에 꾸렸던 신세계 면세점 공간 일부를 강남점 지하 식품관과 연결해 ‘프리미엄 푸드 홀’로 꾸밀 예정이다.

현재 2200여평인 영업면적이 6000여평으로 대폭 늘어난다. 백화점을 찾는 고객의 30%가 식품관 이용이 목적이라는 점을 반영한 전략으로, 국내 최대 수준의 와인 전문관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신관 8층 스포츠 전문관. /신세계

또 지난달에는 신관 8층을 스포츠·아웃도어 전문관으로 재단장했고, 다음 달 초에는 본관 8층 3300m²(약 1000평) 공간에 마르디메크르디와 마리떼프랑수와저버 등 20여 개 브랜드를 모은 영 패션 전문관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5월 신세계가 스타벅스코리아, 자주 대표를 역임한 이석구 대표를 신성장추진위 대표로 영입한 것도 강남점을 비롯한 리뉴얼 점포의 ‘공간 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스타벅스 시절 무료 와이파이와 전기 콘센트를 설치해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모바일 주문 시스템 ‘사이렌 오더’를 도입해 성장을 이끌었다.

여전히 효자 노릇을 하는 명품과 리빙 상품의 경쟁력도 높인다. 신세계에 따르면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리빙 업계 전체가 역신장 하는 가운데에도 강남점 리빙 상품군의 매출은 올해 5월까지 20%가량 성장했다. VIP 중심으로 고가의 수입 가구 판매가 지속된 덕분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강남점에서 연간 1억원 이상 돈을 쓰는 VIP 수는 다른 점포보다 2배가량 많은 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그동안은 신세계 강남점의 격을 유지하기 위해 검증된 브랜드를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했으나, 새로운 걸 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에 초대형 식품관을 준비하게 됐다”며 “MZ세대부터 시니어까지, 대중고객부터 VIP까지 모든 고객층을 아우르는 공간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