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7시 서울 성수동. 팝업스토어(임시 매장)의 성지로 부상한 이곳에 또 하나의 공간이 사람들을 줄 세웠다. 나이키코리아가 한정판 운동화 판매 애플리케이션(앱) ‘SNKRS’의 국내 출시를 알리기 위해 전날 개장한 임시 매장이다.
이곳에선 나이키의 대표 운동화 및 기념품(굿즈) 전시와 함께 앱 출시를 기념해 국내에만 출시하는 ‘에어 조던 1 로우 까치’ 등을 미리 볼 수 있다. SNKRS 앱을 다운로드하고 회원에게 부여하는 QR코드를 인증하면 들어갈 수 있는데, 기념품을 주는 복권은 당일분이 모두 소진돼 받을 수 없었다.
SNKRS란 스니커즈의 약자로, 나이키 한정판 운동화와 조던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전용 앱이다. 2015년 출시됐으나, 국내에선 웹사이트로만 접속할 수 있었다.
제품 발매 정보부터 온라인 줄서기(라인), 추첨(드로우), 당첨, 구매 등을 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출시되는 제품을 앱에서 예약한 후 매장에 방문하면,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도 진행한다. 사진 인증 앱인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기능과 유사한 기능이 있어, 다른 사람의 스타일링을 참고할 수도 있다.
이번 앱 출시는 나이키가 흩어졌던 한정판 운동화 판매 창구를 일원화해 고객들에게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나이키코리아는 SNKRS 도입에 앞서 지난해 대원, 윈윈스포츠 등 국내 유통 벤더들이 각각 운영하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중단하고, 전 세계 멤버십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를 통해 디지털 비즈니스 매출 성장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나이키는 ‘나이키’ ‘런 클럽’ ‘트레이닝 클럽’ ‘SNKRS’ 등 다양한 모바일 앱을 통해 2025년까지 디지털 직접 판매(D2C) 비중을 60%까지 확장하는 목표를 세웠다.
나이키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처음 선보이는 SNKRS 앱을 통해 차별화된 경험과 한국만의 다양하고 진정성 있는 목소리 및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전하며 스니커즈 문화를 위한 소통의 장을 열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시장에선 나이키가 리셀(재판매)을 단속하기 위해 해당 앱을 출범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나이키는 작년 10월 소비자 이용약관에 ‘재판매를 위한 제품 구매를 엄격하게 금지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리셀러(재판매자)들이 온라인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일이 반복되자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다. 약관에는 리셀러로 판단될 경우 반품이나 환불을 거절하고, 계정도 정지한다고 명시했다.
나이키에 따르면 SNKRS의 추첨 방식을 기반으로 고객들이 운동화를 공정하게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SNKRS에서는 제품당 10~50%의 봇(Bot)이 구매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봇은 한정판 운동화를 빠르게 구매하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이다. 가짜 이메일 주소로 수만 개의 계정을 만들어 응모에 참여해 당첨 확률을 높이는 식으로, 주로 리셀러들이 이용한다.
앞서 380만 명이 응모한 ‘트래비스 스콧 x 나이키 에어 조던 1 리버스 모카’ 발매에선 절반인 190만 명이 봇으로 밝혀졌다. 나이키에 따르면 SNKRS가 한 달에 걸러내는 봇은 120억 개에 달한다.
한 운동화 브랜드 관계자는 “모든 브랜드가 리셀을 막기 위해 고민하지만, 완전히 저지할 수 없다”며 “다만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한정판 운동화를 구매하게 하면, 구매 이력 등을 보고 리셀러라고 추측되는 이들에게 경고할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나이키 운동화 인기가 한풀 꺾이자, 마니아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앱을 출시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패션계에는 2000년대 초반에 유행하던 패션을 재현하는 ‘Y2K’ 트렌드로 인해 뉴발란스, 아식스, 살로몬 등 러닝화나 등산화 모양을 한 신발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수백 만원까지 치달았던 나이키 운동화의 리셀 가격도 수십 만원대로 떨어지는 추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운동화 마니아들 사이에선 나이키의 신선도가 떨어졌다는 평이 나온다”며 “전체 매출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계속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이슈성 제품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