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004170)그룹이 8일 온·오프라인 계열사 6곳의 혜택을 한데 모은 유료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출범했습니다. 대세 배우 손석구를 모델로 한 광고로 공격적인 홍보도 돌입했죠.
참고로 신세계와 SSG닷컴, 손석구의 이니셜은 같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해당 광고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며 “SSG는 손석구다”라고 써 이목을 끌기도 했는데요. 회사 측이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작은 부분까지 섬세하게 준비했다는 게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은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면세점, SSG닷컴, 지마켓, 스타벅스 등 각 채널에서 연회비 3만원을 내면 이에 상응하는 캐시를 제공하고,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일정 한도까지 5%가량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스타벅스에서 제조 음료를 구매할 때마다 별 1개를 추가로 적립할 수도 있죠.
잘만 쓰면 연봉이 5% 상승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인데요, 고객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경쟁사로 꼽히는 쿠팡, 네이버와 비교해 오프라인 혜택이 추가돼 좋다는 반응과 함께, 기존 이커머스 고객 대상으로 전개되던 유료 멤버십인 ‘스마일 클럽’과 비교해 2% 부족하다는 반응도 보입니다.
특히 지마켓, SSG닷컴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들은 ‘무료배송’ 혜택이 사라졌다고 불만을 제기하는데요.
기존 지마켓 회원 대상 스마일 클럽은 1만5000원 이상 구매하면 무료배송을 해주던 혜택이 있었는데,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은 4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으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무료배송이 없어진 건 아니지만, 유료 멤버십을 시행하지 않는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도 주는 혜택이라 메리트가 없다는 거죠.
SSG닷컴 역시 기존에 스마일 클럽 멤버십 고객들을 대상으로 월 2회 제공하던 무료배송 서비스를 이번 통합 과정에서 제외했습니다.
스마일 클럽은 지마켓(당시 이베이코리아)이 2017년 국내 이커머스 업계 최초로 출범한 유료 멤버십입니다. 회원 대상으로 캐시, 할인쿠폰, 무료배송 서비스 등을 제공했는데, 현재까지 3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모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스마일 클럽은 앞서 지마켓이 16년 연속 흑자를 이어간 비결로도 꼽히는데요, 신세계그룹도 2021년 지마켓을 3조4000억원을 들여 인수할 당시 스마일 클럽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인수 후 정 부회장이 “신세계의 오프라인 중심 사고를 지마켓에 접목시키는 게 아닌, 지마켓의 이커머스 운영 노하우를 신세계가 배워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강조한 것도 유명하죠.
이번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도 스마일 클럽을 토대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그러나 예상과 달리 오랜 기간 지마켓을 이용하던 장기 고객들은 오히려 혜택이 줄어든 기분이 든다고 합니다.
이들은 무료배송 외에도 지마켓 회원들이 연회비 3만원을 내고 가입했을 때 주던 스마일 캐시가 기존 3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줄고, 지마켓 애플리케이션(앱)에서 1만5000원 이상 배달 주문 시 요기요 배달 쿠폰 2000원을 매일 두 번 이용할 수 있던 것도 2만원 이상 주문으로 상향 조정된 점을 지적합니다.
한 소비자는 “나는 스마일 클럽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지옥(지마켓·옥션)’만 썼는데, 무료배송 배송 혜택이 사라져 아쉽다”며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굳이 쓸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신세계 관계자는 “해당 혜택이 사라진 건 맞으나 상품의 80%가 이미 무료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 혜택이 줄었다는 걸 체감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커머스 업계에서 빠르고 편한 ‘배송 서비스’는 성장을 위한 1순위 조건으로 꼽힙니다.
쿠팡은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하는 로켓배송으로 소비자 구매 패턴을 바꾸고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까지 했습니다. 유료 멤버십 회원에겐 로켓배송 혜택을 무제한으로 제공하죠.
미국 최대 유통 업체 월마트는 어떤가요. 2020년 유료 멤버십 ‘월마트 플러스’를 출시한 월마트는 최고 구매 금액에 상관없이 웹사이트에서 주문한 항목에 대해 무제한 무료배송, 휘발유 할인 혜택을 줍니다. 경쟁사인 이커머스 공룡 아마존이 유료 멤버십 회원들을 대상으로 1~2일 내 배송은 무료배송을 해주는 걸 반영한 겁니다.
이커머스 업체 한 관계자는 “유료 멤버십 고객들은 자신이 낸 돈(회비)보다 몇 배는 더 이득을 봐야 만족한다”며 “그 만큼 많은 투자가 필요해 회사로서는 어려운 전략”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쿠팡 와우 멤버십이 ‘배송’,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이 ‘적립’이라는 명료한 콘셉트가 있는 데 반해 신세계 멤버십의 콘셉트가 애매하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현재의 유통업계 유료 멤버십 제도가 이커머스업계에서 보편화되다 보니, 새로운 ‘통합’ 혜택이 와닿지 않는다는 건데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문화 관련 서비스의 부재도 아쉬운 점으로 지적됩니다. 신세계그룹은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대한항공, KT(030200) 등과 제휴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마롯쿠(이마트·롯데·쿠팡)’라는 말도 있듯 온·오프라인을 초월해 유통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충성고객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각 계열사를 연결해 혜택을 주는 신세계그룹의 멤버십 전략의 방향성은 적절하다”라고 평했습니다.
다만 정 교수는 “계열사별로 상호 연계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아직 판단하긴 이르다. 고객이 실질적 혜택을 누리게 하는 방법론을 잘 제시해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