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00평 규모의 이마트 와인클럽의 입구. /이신혜 기자

“6900만원짜리 로마네꽁띠 제품은 지난주에 팔렸어요, 현금으로 사가셨는데 와인에 대한 관심에 새삼 놀랐죠” (명용진 이마트 주류 상품기획자)

지난 26일 찾은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 지하 1층 ‘와인클럽’. 이 곳은 카트를 끌고 직원들에게 와인 추천을 받는 손님들, 주류를 다루는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SNS 인기인)들로 북적였다.

‘와인클럽’은 스타필드 하남점 지하 1층 옛 PK마트 자리에 문을 연 1650㎡(약 500평) 규모 주류전문점이다. 국내 최대 규모 주류 전문점으로, 와인·위스키·전통주를 비롯해 7000여 종의 주류를 판매한다. 판매가격으로 따지면 70억원 어치다. 이마트(139480) 측은 그간 와인 등 주류 유통 역량을 총집합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개장한 경쟁사인 롯데마트의 ‘보틀벙커’보다 100평 정도 더 크게, 상품 수도 3000종 정도 차이가 나도록 ‘더 크고 다양하게’ 준비한 흔적이 엿보였다.

이마트 와인클럽 '테이스팅 존'에서 시범을 보이는 명용진 와인 MD. /이신혜 기자

와인 바이어 경력 13년차인 명용진 이마트 주류 상품기획자(MD)는 “일반 이마트에서 와인을 1000병 정도 취급한다면 이곳은 7000병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메가숍”이라며 “출장으로 미국 토탈 와인숍에 가서 4시간 동안 와인만 구경했던 경험을 국내 소비자에 선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각 나라별 지역별로 와인을 구분해 놓거나, 각 나라의 대표 술을 전시하는 등 공들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명 MD는 가장 먼저 샴페인 판매대를 가리키며 “가로 길이로 16m(미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 샴페인 판매대에는 360종의 샴페인과 프랑스 상파뉴 지역의 샴페인이 진열돼 있었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 상품 수는 850개, 보르도 지역 상품 수는 1000개에 달한다.

30만원대 이상 와인만 모아놓은 ‘GCC 프리미엄 셀러룸’은 들어가자마자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선선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와인의 원래 상태를 가장 적절하게 구현할 수 있는 15~16도 사이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GCC 프리미엄 셀러룸에서는 신세계가 나파밸리 와이너리를 인수해 이른바 ‘정용진 와인’으로 불리는 미국 쉐이퍼 빈야드의 프리미엄 와인 라인부터 시작해 5대 샤토 와인들도 연도별 빈티지에 따라 진열됐다. 여기서 판매되는 ‘쉐이퍼 힐사이드 셀렉트’ 2014년은 95만원, 2015년 92만원, 2016년 89만원이었다.

판매가 완료된 'DRC 로마네 꽁띠 그랑크뤼 2017'. /이신혜 기자

가장 화제가 된 6900만원짜리 초고가 와인 ‘로마네 꽁띠 그랑크뤼 2017′의 판매대는 비워진 상태였다.

명 MD는 “지난주 한 손님이 현금으로 이 와인을 샀다고 들었다”며 “워낙 희귀한 와인이라 구하기 쉽지 않았는데 실제로 판매돼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간 진행한 이마트의 와인 행사 ‘와인 장터’에서만 100억원 넘는 매출이 나왔다”며 “소비자들이 얼마나 와인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마트는 국내 와인 매출의 약 15%를 차지한다.

지난 3월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24 상품전시회에서 맛있는 와인으로 꼽은 가성비 와인 ‘텍스트북’과 ‘카멜로드 피노누아’부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 당시 만찬주로 내놓은 ‘슈렘스버그’도 눈길을 끌었다.

체험·교육을 위한 와인 공간도 마련됐다. 와인클럽 내 ‘와인 랩(LAB)’은 와인 전문가들의 강의가 열릴 뿐만 아니라 와인의 원재료 향을 맡아볼 수 있는 36종 아로마 키트, 디아지오의 스페셜 위스키 향을 맡을 수 있는 시향 공간이 마련돼 있다.

와인클럽 내 교육, 체험형 공간인 '와인 랩'. /이신혜 기자

명 MD는 “아로마 오일을 한 달에 한 번씩 넣어 실제로 고객들이 와인에 들어가는 향을 맡을 수 있도록 했다”며 “해외에서는 100개짜리 아로마 오일 키트를 100만원 정도로 파는 만큼, 고객 만족도를 위해 투자를 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공기 펌프를 누르고 코를 대면 샤프란, 정향, 브레드(빵), 아몬드 등 특이 재료뿐만 아니라 사과, 블랙베리, 머스켓(포도) 등의 향을 맡을 수 있었다. 국내에서 이 아로마 키트를 매장에 구현한 것은 이마트가 처음이다.

매장 정중앙에는 100만원짜리 와인부터 10만원대 와인까지 30ml~50ml 양으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는 ‘테이스팅 존’도 있었다. 저렴한 와인은 50ml에 1500원, 테이스팅 존 내 가장 비싼 와인인 ‘샤또 슈발블랑 2013′은 30ml에 5만5000원에 시음할 수 있다.

다만 롯데마트 보틀벙커와 비교해 와인 초보자가 어울리는 맛과 안주 등을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정보 등은 부족해 아쉬웠다.

보틀벙커의 경우 와인별로 가격표에 붙은 QR코드를 찍으면, 데이터 기반 와인 추천 스타트업 와인그래프가 제공하는 와인의 맛과 어울리는 안주 등을 상세히 보여준다.

또 보틀벙커가 달달한 데이트용 와인이나 탄산감이 느껴지는 피크닉용 와인 등 주제별로 제시해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구매하기 쉬운 주제별 섹션으로 나눈 것과 달리, 와인클럽은 와인 전문가들이 찾기 쉬울 법한 와인 배치가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