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하오." "헬로우."
24일 오후 3시 30분쯤 찾은 서울 중구 신라면세점 서울점은 모처럼 외국인들로 붐비는 모양새였다. 여러 대의 고속버스가 외국인 관광객들을 태우고 왔고, 입구부터 중국어·베트남·영어 등 다양한 언어가 들렸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나 해외여행 자제 분위기, 고환율의 영향으로 몇 달 전만 해도 텅텅 비었던 면세점에는 활기가 돌았다.
면세점 내부에는 대만 국기를 들고 단체 관광객에게 면세점 제품을 소개하는 무리와 화장품 가격을 물어보는 중국인 개인 관광객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직원들은 다양한 언어로 손님을 맞이하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가격을 안내하고 있었다.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F&F(383220)의 MLB 브랜드 매장은 긴 줄을 서서 대기할 정도로 특히 인기가 많았다. 대기 중인 중국인 여행객 리우 팡(32)씨는 "27일 귀국 전 친구와 가족들에게 사줄 MLB 모자를 사기 위해 들렀다"며 "6만9000원짜리 모자를 1~2만원 정도 싸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의 한 의류매장 관계자는 "코로나 전과 비교하면 오시는 분들의 수가 20% 정도지만 코로나 기간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늘어났다"며 "중국 손님들이 많이 산다"고 말했다.
BTS 굿즈를 파는 매장 역시 많은 외국인 고객들의 관심을 받았다. 스페인에서 온 이사벨 루비오(Isabell Rubio)씨는 "같이 사는 룸메이트가 아미(BTS의 팬클럽)라 선물을 사기 위해 부산 콘서트 포토북을 15달러에 샀다"고 말했다. 이 매장의 직원은 "BTS 멤버들이 콘서트에서 입은 후드티는 65달러, 반팔티는 28~38달러인데 모두 품절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남아 고객들도 눈에 띄었다. 베트남어 통역 직원인 이유나(34)씨는 "주말에는 베트남 단체관광객들이 80명 내외로 많이 온다"며 "일부 브랜드 화장품은 25~30% 할인하는 행사를 해 많이 사가고, 메디힐 마스크팩은 필수로 사 간다"고 말했다.
이날 환율은 1319.10원으로 내국인 입장에서는 높은 편이었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많이 쇼핑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오후 5시쯤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 본점에서는 면세점 할인행사 혜택을 유심히 보는 외국인 관광객이 쇼핑백에 한국 브랜드 제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에스켈레이터 앞에 배치된 할인 및 혜택 안내를 보고 있던 싱가포르 관광객 클레리스(51)씨는 "오아이오아이(OIOI)와 널디(NERDY)에서 옷을 샀고, 설화수와 후 등 한국 화장품들도 샀다"며 "이번이 6번째 (한국) 방문인데 면세혜택이 좋아 여러 개 구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장바구니에 담긴 옷과 화장품 등을 기자에게 하나하나 보여주기도 했다.
해당 면세점의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환율은 높은 편이지만 그래도 백화점보다는 싸다고 안내했다. 이 직원은 "면세점에서 구매하는 게 평균 10% 정도 저렴하다"며 "쿠션의 경우 백화점 가격은 9만원 후반대인데 면세점가는 69달러(8만9000원)로 싸다"고 말했다.
근처 서울 중구의 롯데면세점 명동점 역시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담배 매장 앞에는 스무 명 넘는 고객이 결제를 위한 줄을 섰다.
해당 매장에서는 KT&G(033780)의 담배 할인 행사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모든 국적의 고객에게 궐련 담배의 경우 1보루에 10%, 2보루에 20% 할인율을 적용하고, 전자담배는 1개 8%, 2개 14% 할인율을 적용한다는 안내였다.
베트남에서 여행을 왔다는 응우옌(35)씨는 "공항에서 사는 것보다 여기서 사는 게 쌀 것 같아 구매하려고 한다"며 "더 많이 사고 싶은데 구매 제한이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면세업계의 고심은 계속되고 있다. 찾는 고객들은 많아졌지만, 수익성 개선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특히 면세업계는 '큰 손'인 중국인들의 한국 단체관광이 허용되지 않은 점이 수익성 개선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면세점 이용객 수는 지난 3월 147만883명을 기록했고, 매출액은 1조221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이용객 수(58만1002명)와 비교하면 2.5배 늘었지만, 매출액(1조6629억원)은 되레 줄었다.
한 서울 시내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와야 본격적인 면세점 수익 창출이 될 텐데 지금은 중국 개인 관광객이나 동남아 단체관광이 다수라 구매단가가 낮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 다이궁(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면세품을 거래하는 보따리상)들에게 내는 송객수수료는 30%대로 줄었지만, 단체 관광객이 안 오면 수수료를 줄여도 큰 의미가 없다"며 "개인 관광객들에게 면세점 매출을 의존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