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신춘호 농심(004370) 창업주의 3남이 이끄는 메가마트가 주류 직접 유통으로 손을 뻗는다. ‘주류수출입업’ 면허 취득 방침을 확정, 정관 변경까지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으로 우리 술을 수출하고, 향후 국내로 와인이나 위스키를 들여오는 방안까지 열어뒀다.

메가마트 부산 동래점 전경. /메가마트 제공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메가마트는 이달 초 정관 내 사업 목적에 주류수출입업을 신설했다. 정관 변경은 주류수출입업 면허 취득을 위한 첫번째 절차로, 현행 주세법은 시행령에서 주류수출입업 신설 법인이 아닌 경우 법인 정관 내에 주류수출입업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또 메가마트는 현재 무역 고유번호 획득, 식품안전나라로의 수출입판매업 영업 등록 등의 자격 요건 확보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라면 등 식품의 직접 유통·판매를 위해 신춘호 농심 회장이 1975년 설립한 메가마트가 술을 유통 품목에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가마트 관계자는 “주류 상품군을 차별화하고 또 상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류수출입업 면허 획득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면허 획득 제반 절차를 마치는 대로 국세청에 신청서를 제출, 이르며 올해 하반기 중 주류수출입업 면허를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고 말했다.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이 술을 메가마트 재도약의 발판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부회장은 메가마트의 지분 56.14%를 보유한 대주주로, 지난해 경영에 복귀했다. 이마트(139480), 롯데마트와의 경쟁에서 밀려난 속에 온라인 장보기까지 커지며 5년 연속 적자를 낸 때였다.

신 부회장은 오너경영 복귀 이후 메가마트의 판관비를 줄이는 등 효율화에 속도를 냈다. 특히 호텔농심 객실사업부 매각 후 법인 청산으로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별도 기준으론 6년 연속 적자가 계속됐다. 매출은 450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가까이 줄었다.

그래픽=정서희

메가마트는 주류수출입업 면허가 나오는 대로 미국으로의 막걸리 등 전통주 수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면허 취득 후에도 해외제조업소 등록 절차를 별도로 진행하는 수입업에 비해 수출에 드는 비용 소요가 적고 미국 내 한국 술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메가마트는 현재 미국 내 3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2010년 미국 진출 당시 2015년까지 10개 이상 점포 구축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미국에서는 그나마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메가마트는 미국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615억원, 55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향후 국내로 들어오지 않은 와인, 위스키 등의 직수입 판매에도 나설 전망이다. 온라인 판매가 안 되는 술은 고객 발길을 매장으로 끄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와인 특화매장 ‘와인클럽’을 열고, 롯데마트가 ‘보틀벙커’를 운영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메가마트 관계자는 “북미 시장에서 K푸드가 인기를 끌면서 한식에 곁들일 수 있는 우리 술의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미국 내 메가마트 점포로의 한국 술 수출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면서 “국내 매장 역시 재단장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