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의 품질을 고급스럽게 바꾸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람이 만드는 서비스는 시스템을 바꾼다고 바로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럭셔리 브랜드의 차별화는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겁니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죠.”

오영미 럭셔리 비즈니스 그룹 코리아(이하 LBG 코리아) 사장은 24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직원들의 서비스가 럭셔리 브랜드의 가치를 높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럭셔리 비즈니스 그룹(LBG)은 2009년 다니엘 메이란 회장이 설립한 럭셔리 비즈니스 인스티튜트 코리아(LBI코리아)가 전신으로, 럭셔리 시장에서 필요한 서비스 교육(LBI·Luxury Business Institute)과 비즈니스 컨설팅(LBP·Luxury Business Partners), 인재 채용(LBT·Luxury Business Talent) 등 세 개 사업부를 통해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럭셔리 비즈니스 그룹(LBG)으로 사명을 바꿨고, 한국을 비롯 LBG 프랑스, LBG 캄보디아 등 해외로 사세를 확장 중이다.

지난해 3월 LBG 코리아 사장으로 합류한 오 사장은 1994년 동화면세점 루이비통 매장을 시작으로 30여년간 럭셔리 패션·유통 업계에서 판매 경험을 쌓은 세일즈 전문가다.

1999년 부루벨코리아에 입사한 후 루이비통, 크리스찬 디올의 브랜드 디렉터를 거쳐 구찌 차이나 부사장으로 중국 북부 지역을 총괄했다.

그가 보기에 프리미엄(고급)과 럭셔리(명품)의 차이는 ‘사람’에 있다. 직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하나 하나가 럭셔리 브랜드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오 사장은 “가격이 비싸야만 럭셔리가 아니다. 몇만원짜리 샤넬 립스틱도 럭셔리라 부른다”라며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유사 제품과 비교해 확실히 차별화 되고 소장가치가 있다면 럭셔리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럭셔리가 추구하는 완벽함이란 고객 경험에서 나온다”며 “일관된 디테일을 유지하기 위해 전문화된 교육과 판매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오 사장과의 일문일답.

24일 조선비즈와 인터뷰 하는 오영미 럭셔리 비즈니스 그룹(LBG 코리아) 사장. /LBG 제공

- LBG는 어떤 회사인가.

“LBG는 럭셔리 서비스 교육, 채용, 브랜드 컨설팅을 전문으로 제공하는 기업이다. 설립 당시 미국이나 프랑스엔 럭셔리 비즈니스를 위한 전문 교육 기관이 있지만, 한국은 시장 성장에 비해 관련 전략과 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착안해 교육 사업인 LBI로 시작했다.

처음엔 서비스 인력 양성 교육을 주로 했으나, 브랜드 및 서비스 컨설팅, 채용 등에 대한 업계에 요구가 늘면서 사업이 확장돼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명품, 패션, 백화점을 비롯해 자동차, 아파트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유통 기업을 파트너사로 두고 있다. 각 사에 맞는 고객 서비스 매뉴얼을 만들고 직원 교육을 진행하는데, 현재까지 LBI 솔루션을 진행한 고객사만 95개가 넘는다.

파트너사들은 대체로 자신의 브랜드를 프리미엄(고급)에서 한 단계 나아가 럭셔리 브랜드로 발전시키기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 럭셔리 서비스의 차별화는 어떻게 만드나?

“제품의 품질, 매장 비품 및 시스템을 통한 차별화는 다른 브랜드도 금방 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직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만드는 차이는 쉽게 모방할 수 없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직원들을 교육해야 나타나는 것이지, 시스템을 바꾼다고 단기간에 성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만큼 브랜드의 차별화는 직원이 만들고, 그 직원은 교육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우리의 고객사인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의 경우 출시 이후부터 함께 서비스 매뉴얼을 만들고 매년 직원 대상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심지어 발레 파킹 직원들도 별도의 교육을 한다. 작은 서비스까지 신경을 쓰다 보니 결과적으로 외제차 못지 않은 브랜드 포지셔닝을 갖추게 됐다. 제품의 품질을 넘어 직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까지 고객의 기대치를 만족시켜야 한다.”

- 럭셔리 제품 판매에 있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친절함을 넘어 진정성을 갖고 고객을 내 가족처럼 대해야 한다. 서비스 교육은 이런 마인드 세팅을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항공업계에서 이걸 가장 잘하는 곳이 싱가포르 에어라인이다. 이곳 승무원들은 고객이 먼저 요청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고객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내가 먼저 얘기하지 않아도 기억해서 가지고 오는 서비스와, 일일이 물어서 원하는 걸 가져다주는 서비스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직원들에게 고객을 서비스하기 전에 먼저 고객을 잘 ‘관찰’하라고 강조한다. 고객이 손을 들어서 요청할 땐 이미 늦었다. 고객이 뭔가 불편한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알아서 미리 챙겨주면, 거기서 오는 감동은 배가된다.”

- 럭셔리도 결국은 ‘고객 경험’이 중요하다는 뜻인가.

“요즘 유통 업계에서 경험이 중요하다며 재미(Fun) 요소를 극대화하고 있는데 재미로 고객을 유입시킬 순 있지만, 계속 우리 고객으로 유지할 순 없다. 결국 직원들이 고객과 감정 교류를 잘해 충성 고객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만큼 럭셔리 시장에서 직원의 힘은 크다.

가끔 이를 간과하는 기업들이 보여 안타깝다. 매출이 안 좋다는 핑계로 직원 수를 줄이거나 교육을 줄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너무 근시안적인 사고다. 서비스의 차이는 직원이 만드는 거다. 직원에 대한 투자 없이 자리를 메꾸는 식으로 세일즈해선 안된다.“

LBI 사업부의 럭셔리 서비스 교육 현장. /LBG 코리아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비대면 소비가 부상했다. 럭셔리 세일즈 방식도 변화가 있었나.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구찌 차이나에서 일했는데, 락다운(봉쇄)로 인해 위챗, 라이브 방송 판매(라방), 방문 판매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판매에 나섰다.

그 경험을 통해 느낀 건 결국 세일즈에선 고객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비대면 쇼핑에서도 휴먼 터치(기술을 통해 인간의 온도와 감성을 전하는 것)가 필요하다. 코로나 이후 명품 쇼핑이 디지털화됐지만, 우수고객(VIP)들은 여전히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매장을 선호한다. 이는 Z세대(1990년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AI)이 모든 걸 대체하더라도, 럭셔리 시장에서 사람을 필요로 하는 부문은 절대 변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장인이 한땀 한땀 공들여 만든 제품을 명품이라고 하듯, 럭셔리 서비스도 사람이 직접 대하는 서비스가 더 선호될 것이라고 본다.”

- 코로나 기간 급격히 성장했던 백화점 명품 매출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기조에 맞춰 둔화하고 있다. 이에 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코로나 기간 명품 소비가 줄어들 줄 알았는데, 여행을 못 간 한국인들이 국내에서 소비를 하면서 오히려 매출이 증가했다. 여기서 배운 건 단골 고객, 즉 충성 고객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의 경우 원거리 고객이 아닌 주변에 사는 단골을 대상으로 연간 1조 매출을 거둔다. 그만큼 고객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최근 한국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럭셔리 마켓의 성장도 정체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이미 그런 고민이 시작됐다. 그런 상황에선 기존 고객을 잘 관리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고객들과의 본딩(긴밀한 유대), 즉 고객 관리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충성 고객을 만들기 위해 고객과 감성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관리해야 한다.”

- 향후 럭셔리 시장을 전망한다면.

“코로나를 거치며 럭셔리 비즈니스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다.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극도의 럭셔리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늘고 있다. 그동안 소비자들이 명품 등 제품에 돈을 투자했다면, 앞으로는 체험에 돈을 과감하게 쓰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본다. 그만큼 럭셔리 서비스의 영역도 다양하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 LBG의 비전과 목표는?

“관계사인 부루벨 그룹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더픽(The Peak)이라는 럭셔리 쇼핑몰 운영을 맡으면서, LBG도 현지 파트너사와 협력해 올해 캄보디아에 지사를 내고 럭셔리 서비스 교육을 시작한다. 현지 럭셔리 시장이 형성되는 초창기인 만큼 시장을 선점하고, 향후 동남아 지역까지 비즈니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LBI 사업부의 경우 궁극적으로 럭셔리를 전문으로 한 국제 학교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개인적으로는 파트너들이 우리를 통해 성장하고 좋은 서비스를 만들도록 계속해서 돕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