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의 적자 규모가 더 커졌다. 2021년 기업가치 3조원을 인정받으며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지만, 8년째 적자가 계속되고 있어 수익 개선 전략에 관심이 집중된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당근마켓의 매출은 499억원으로 전년 대비 9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61% 증가한 565억원, 당기순손실은 540억원으로 48% 늘었다.
2015년 출범한 당근마켓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1800만 명으로 시장 내 지배적 플랫폼으로 부상했지만,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이유는 수익 모델이 ‘광고’에 한정돼서다. 지난해 당근마켓 매출 중 광고 수익 비중은 99.2%였다.
지난해 2월 출범한 당근페이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근페이는 당근마켓이 결제·송금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 지난해 별도로 설립한 자회사로, 수수료 부문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사측은 페이 출범 1주년을 맞은 지난 2월 당근페이 누적 가입자 수가 500만 명으로, 당근마켓 월간 이용자 수(MAU) 1800만 명 기준 4명 중 1명이 당근페이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당근페이의 매출은 9억2045만원, 당기순손익은 80억2800만원에 그쳤다. 당근페이 중고거래 송금 수수료가 무료이기 때문이다.
◇8년째 적자 당근마켓... 광고 매출이 99%
당근마켓은 현재까지 알토스벤처스, 굿워터캐피탈, 소프트뱅크벤처스, 카카오벤처스, 캡스톤파트너스, 스트롱벤처스 등으로부터 약 2270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했다. 지난 2021년에는 180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 3조원을 인정받았다.
카카오가 메신저를 기반으로 사업 외연을 키워왔듯, 당근마켓도 지역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1월 기준 당근마켓의 누적 가입자 수는 3300만 명에 달했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 가구 수(약 2092만 가구)보다 많은 수치다. 회원들의 충성도도 높아, 당근마켓 회원들은 한 달 평균 64회를 접속해 총 2시간 7분을 머무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사람이 모여드는 데 반해, 수익 면에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근마켓의 지난해 영업비용은 1064억원으로 전년 대비 75%가량 증가했다. 급여와 광고선전비 등의 지출이 증가한 게 영향을 미쳤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지난해 적자 폭이 커지긴 했으나 2021년도보다 경영 상황이 개선된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아직은 성장성을 키울 때”라고 말했다.
◇사람은 몰리는데, 돈은 안되네... 수익 개선 전략은?
업계에선 카카오가 카카오톡의 트래픽을 활용해 카카오 게임, 페이, 택시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했듯, 지역 커뮤니티를 구축한 당근마켓 역시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해 수익 모델을 다각화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당근마켓과 사업구조가 비슷한 미국의 지역 기반 애플리케이션(앱) 넥스트도어(Nextdoor) 역시 로컬 커뮤니티를 구축해 이용자를 모으고, 높은 커뮤니티 트래픽을 활용해 중고거래, 지역 행사, 부동산 등의 지역 서비스들로 사업을 확장한 바 있다.
조영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당근마켓의 핵심 경쟁력은 탄탄한 이용자 확보와 로컬 커뮤니티 구축”이라며 “흑자 전환은 생태계 구축과 함께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회사 설립 7년 만에 대표를 교체한 것도 당근마켓의 전략이 수정될 거란 관측에 힘을 실었다. 당근마켓은 국내 사업 부문에 황도연 대표를 발탁하고, 해외 사업부문은 창업자인 김용현 대표가 총괄하는 방식으로 투트랙 체제를 구축했다.
개발자 출신인 황 대표는 11번가를 거쳐 2011년 카카오 선물하기 사업 초기 멤버로 합류해 카카오 커머스 사업 부문 부사장까지 올랐다. 2021년 말 당근마켓에 합류한 후엔 지역 자영업자들에게 광고를 받는 ‘비즈 프로필’ 사업을 이끌었다.
당근마켓 측은 광고를 수익 모델의 기본으로 두고, 이를 더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당근마켓은 지난해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에 광고를 받는 ‘브랜드 프로필’을 출시한 데 이어 ‘전문가 모드’ 광고 솔루션을 출시하는 등 광고 서비스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당근마켓 플랫폼을 활용한 광고가 순항함에 따라 수익화에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며 “현재로선 당근페이의 수수료 부과 등에 대한 계획은 없으며, 상장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