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요기요가 ‘월정액’과 ‘수수료’ 2종으로 운영했던 주문 중개 과금을 수수료 단일 체계로 변경한다. 음식점들의 수요가 적은 월정액 상품을 폐지해 배달 시장 외면 속 관리·운영 비용 절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배달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특수를 누렸지만,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에 배달비 폭등·외식 물가 상승까지 겹치며 외면받고 있다. 배달의민족 등은 소비자의 배달비 부담을 낮춘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등 대응에 나섰다.

요기요 배달 기사가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 위대한상상 제공

27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요기요 운영사 위대한상상은 내달 1일부터 요기요 월정액 주문 중개 상품의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요기요 입점 음식점은 음식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중개 수수료 12.5%를 내야 하는 단일 상품을 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요기요의 월정액 주문 중개 상품은 월 7만9000원만을 내면 별도의 주문 중개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되는 이른바 광고 상품이다. 요기요는 “점주의 가게 운영 상황에 따라 적합한 요금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며 2015년 8월 처음 선보였다.

배달 시장 침체가 이번 운영 중단으로 이어졌다. 월정액 과금은 배달 주문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한 구조지만, 배달 주문이 줄면 되레 손해가 나는 구조인 탓이다. 덕분에 배달 음식점이 요기요의 월정액 과금을 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주요 배달 앱(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의 월간이용자수(MAU)는 2922만명을 기록했다. 2021년 3월 3195만명을 넘어선 배달 앱 이용자 수가 3000만명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요기요 정액제는 음식 주문 단가 2만원을 기준으로 월 32건의 주문만 들어오면 건당 12.5%의 수수료를 내는 것보다 낫다. 하지만 요기요에 따르면 월정액 주문 중개를 사용하는 음식점은 요기요 입점 전체 음식점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요기요가 월정액 상품을 동마다 하나씩 구매하도록 하고 있어 월 7만9000원이 월정액 과금 선택 시 내는 돈의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주문이 적어지면 월정액보다 건당 수수료가 유리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요기요 측은 “음식점들의 정액제 수요가 너무 낮아 운영 중단·폐지를 정했다”면서 “이용 음식점은 적은데도 불구하고 관리·운영 비용은 꾸준히 발생해 해당 비용을 차라리 다른 지원 비용에 쓰는 게 나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손민균

업계에선 배달 앱들의 사업 구조 재편이 속속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배달 수요 속에 폭등한 배달비는 그대로 유지되는 속에서 외식 물가 상승까지 계속되고 있는 탓에 배달 주문에는 더욱 소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음식 배달 주문을 의미하는 음식 서비스 온라인 거래액은 지난 1월 2조2295억원으로 1년 전보다 8% 넘게 줄었다. 지난해 7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세에 놓였다. 2019년 이후 2021년까지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해 온 것과 대조된다.

당장 국내 배달 앱 1위 배달의민족은 단건 배달인 ‘배민1′에 새로운 배달 서비스를 도입하고 나섰다.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일부 주문을 묶어서 배달하는 것으로 많게는 3500원인 배달비를 2000원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단건 배달을 처음 도입했던 쿠팡이츠는 일반 대중을 배달에 참여시키는 크라우드소싱 방식 배달 외에 자사 주문만을 처리하는 배달 대행 지사를 늘리고 있다. 배달 주문이 줄면서 배달비 단가를 낮추자 일반인의 배달 참여도 줄어버린 탓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배달 앱을 쓰는 이유는 조금 비싸도 편리를 원해서 사용하는 것인데 이제는 조금 비싼 수준을 넘어섰다”면서 “고물가까지 겹친 속에서 배달 앱들은 비용을 줄이거나 서비스를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