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원더홀딩스(위메프 지주회사) 대표와 구영배 큐텐 대표. /조선DB

티몬을 인수한 전자상거래 업체 큐텐이 또 다른 1세대 소셜커머스 플랫폼인 위메프를 추가 인수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위메프가 매각 협의 대상을 물밑으로 접촉하고 있다. 위메프의 창업주이기도 한 허민 원더홀딩스(위메프의 지주회사) 대표가 위메프의 적자가 계속되자 매각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구영배 큐텐 대표가 이달 중 한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큐텐이 위메프의 유력 인수자로 떠올랐다.

큐텐은 지난해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이 보유한 티몬 지분 100%를 자사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티몬을 전격 인수했다.

티몬의 2021년 매출은 12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6% 감소했고 영업적자는 631억원에서 760억원으로 확대됐다. 티몬은 적자가 지속됐지만, 기업가치를 2000억원대로 낮춰 큐텐과의 계약을 타결했다.

그래픽=손민균

큐텐이 인수한 티몬과 같이, 위메프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덩달아 매출도 줄고 있다.

위메프의 2021년 기준 매출은 2448억원이었으나, 2019년(4653억원)과 2020년(3853억원)에 비해 지속 줄었다.

적자규모(영업손실)도 758억원(2019년)에서 339억원(2021년)으로 감소했으나 여전히 흑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탓에 2019년 이후 신규 투자는 끊겼다. 2019년 위메프의 지주사인 원더홀딩스에 넥슨코리아가 3500억원을 투자하면서 이중 2500억원이 위메프의 투자금액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이후 대규모 투자 유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매각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큐텐은 1세대 커머스 모델인 '쿠팡'이 적자를 기록하던 중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대규모 투자로 최근 흑자로 돌아선 것처럼,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커머스 기업을 인수해 규모를 키워 추후 흑자로 전환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보인다.

큐텐을 설립한 구 대표는 1999년 인터파크에 입사해 1년 후 '구스닥'이라는 사내 벤처를 설립했고, 이를 지마켓(G마켓)으로 사명을 변경해 2년 만에 거래액 1조원을 넘겼다. 이후 업계 1위였던 옥션을 제치고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G마켓 성공 신화'로 불렸다.

큐텐 로고./큐텐 제공

그는 2010년 미국 이베이와 합작법인 큐텐을 만들면서 한국 시장에서 이커머스로 경쟁하지 않는다는 조건에 합의했으나, 10년간의 경업 금지 기한이 끝나면서 지난해 티몬을 인수했다. 이어 인터파크 커머스(쇼핑)와 위메프를 인수해 대형 커머스에 대항하는 '티몬+위메프+인터파크 커머스' 연합군으로 또 한 번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다.

지마켓을 미국 나스닥에 입성시킨 구 대표가 큐텐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다시 한번 나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해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을 공격적으로 인수한다는 시장 평가도 나온다. 큐익스프레스는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나스닥 상장 심사를 받고 있다.

이미 아마존, 이베이 등 글로벌 플랫폼의 직구 파트너로 사업을 하고 있는 큐텐이 한국 내 이커머스 점유율을 높이고 협업을 진행한다면 매출과 거래액 규모를 늘릴 수 있어 나스닥 상장에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위메프 관계자는 "투자유치를 위해 다양한 주체와 다양한 방식의 미팅을 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아직 투자 및 매각과 관련해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