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에그테크(농업기술) 스타트업 그린랩스의 투자사간 합의가 타결됐다. 이에 따라 그린랩스는 예정대로 전환사채(CB) 방식으로 500억원의 자금을 수혈 받을 예정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주말새 스타트업 그린랩스를 둘러싼 주주간 합의가 이뤄졌다. 미국 블루런벤처스의 아시아투자 플랫폼 BRV캐피탈매니지먼트와 스카이레이크가 투자하는 조건 그대로 다른 주주사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다. 이전에는 전환사채 투자 후 일정 기간 안에 50억원 이상 투자할 수 있게 하는 제한요건이 있었는데, 이를 완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BRV와 스카이레이크는 예정대로 전환사채로 각각 300억원, 200억원을 그린랩스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SK스퀘어나 DS네트웍스 등 다른 주주도 원한다면 언제든 자금 규모에 상관없이 추가 투자를 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린랩스 투자에서 본 손실을 어느 정도 만회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려던 취지였고 이에 합의에 응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BRV는 전환사채 전환 시 그린랩스의 최대주주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투자의 대전제가 창업자 지분 차등감자기 때문이다. 초기 창업자 최성우 대표의 감자 전 주식 수는 4만8917주(19.56%)지만 감자 후 주식 수는 4891주로 2.6%로, 안동현 대표는 1만7849주(7.13%)에서 0주로 감소한다.
또 자금이 투입되는 대로 그린랩스도 희망퇴직 자금 등을 집행할 예정이다. 회생절차 돌입 등 절차도 밟을 필요가 없다. 앞서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는 “추가 투자를 전제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던 상황이라 현재 잔고로는 지급이 불가하다”면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15일부터 회생절차에 돌입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주요 인력의 이탈이 예상된다”면서 빠른 주주간 합의를 호소한 바 있다.
그린랩스는 스마트팜 솔루션과 데이터를 기반한 농산물 도매유통업을 큰 축으로 하는 농업기술 스타트업이다. 작년 1월 17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가 8000억원 가까이 올라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투자를 받은 지 1년 만에 추가 투자를 받지 않고선 회생절차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농산물 유통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스마트팜 시행에 나서는 과정에서 자금이 묶이면서 차입금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 따르면 올해 그린랩스가 상환해야 할 차입금은 365억원이고 이 중 3월 이후부터 순차로 257억원을 상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