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애슬레저(일상에서 입는 운동복) 브랜드 안다르가 미국을 포함한 북미 시장 공략을 멈췄다.

16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안다르는 이달 미국 온라인몰 ‘안다르-글로벌’에서의 제품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웹사이트 자사몰만을 구축해 주문을 받아 미국으로 보내는 ‘역직구’ 방식으로 2022년 초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 지 1년 만이다.

안다르 미국 온라인몰 '안다르-글로벌'. /홈페이지 캡쳐

2015년 설립된 안다르는 ‘요가강사가 만든 편안한 레깅스’로 한때 국내 시장 절대강자였다. 하지만 2020년 사내 성추행 사건이 불거지며 추락했다. 당시 성추행을 공론화한 이유로 피해자를 부당해고한 것으로 알려지며 불매 운동이 계속됐다.

미국은 안다르가 신시장으로 지목한 곳이었다. 이미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활용, 6조원 이상 시장으로 추산된다는 점이 작용했다. 2021년 5월 안다르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주주에 오른 마케팅 대행사 에코마케팅(230360)이 미국 공략을 주도했다.

안다르는 그러나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명인을 섭외해 제품을 제공한 뒤 후기를 알리는 이른바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계속했지만, 글로벌 브랜드 ‘룰루레몬’ 등 경쟁사를 넘지 못했다.

현지 법인 설립 없이 웹페이지만으로 운영한 게 독이 됐다. 의류의 특성상 착용 후 제품 교환이 발생할 수 밖에 없지만, 한국에서 미국으로 제품을 보내고 돌려받는 과정이 길어 고객 불만이 쌓였다. 재고 관리 등 비용 부담도 커졌다.

안다르는 2021년까지 계속 적자에 시달려 왔다. 2019년 122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이후, 2020년 89억원, 2021년 107억원 적자를 냈다. 3년 간 누적 적자만 318억원이다. 안다르는 지난해 비용 절감을 지속, 126억원 흑자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안다르는 올해 초 이미 온라인몰 안다르-글로벌에서의 제품 재고를 ‘품절 상태’로 표시, 개점 휴업 상태를 이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소비자에게는 “큰 사이즈의 제품을 찾는 고객이 많아 웹사이트를 닫기로 했다”고 알린 것으로 파악됐다.

안다르 관계자는 “국내와 비교해 판매가 원활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판매 저조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국가와 지역별로 테스트 마케팅을 진행해 시장 가능성을 판단하고, 글로벌 비즈니스 부스팅을 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은현

안다르는 미국 판매를 중단한 대신 일본을 주요 공략 지역에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라쿠텐’ 등 현지 오픈마켓 입점으로 시작한 일본 진출이 의외의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2022년 4월에는 요가·필라테스웨어 부문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안다르는 현재 북미 시장에 활용한 시장 공략 방식을 일본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중순 웹페이지 자사몰 ‘안다르 재팬’을 열고 주문을 받아 배송하는 역직구 방식을 도입했다. 마찬가지로 현지 법인 등록 및 물류센터 구축은 제외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안다르는 처음부터 한국인 체형에 맞춘 요가복으로 인기를 끈 만큼 북미 시장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일본인은 한국인과 체형이 비슷하고 또 지리적으로 가까워 재고 등 관리에서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다르는 지난해 해외 시장 공략으로 2025년까지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놓기도 했다. 안다르의 지난해 매출은 169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불매 운동 불씨가 계속됐던 2021년 1144억원 매출과 비교해선 48% 증가했다.

안다르 측은 “북미 시장 판매 중단에는 국내 시장의 성장도 한몫하고 있다”면서 “지난해는 국내 시장 수요를 소화하는 데도 빠듯한 상황이었다. 국내와 가까운 일본에 우선순위를 두어 총력을 다하고, 미국 시장 물량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