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이후 첫 적자를 낸 한샘(009240)이 가구·인테리어 온라인 통합 플랫폼을 내놨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새 주인으로 오른 뒤 꺼낸 ‘디지털 전환’과 ‘시공경쟁력 강화’, ‘고객 경험 혁신’ 일성의 종합판으로, 리빙테크 기업 전환 목표도 담았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샘 본사. /조선DB

23일 한샘은 기존 홈리모델링·가구 상품과 매장 정보를 제공하는 ‘한샘닷컴’과 가구·생활용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한샘몰’을 합한 통합 온라인 플랫폼 ‘한샘몰’을 출범했다고 밝혔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한샘몰이 핵심으로, 모바일용 웹페이지(PC 웹페이지 제외)도 개편했다.

통합 한샘몰은 한샘이 가구 판매와 홈리모델링 상담·시공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 담은 게 특징이다. 1만개 넘는 3차원(3D) 인테리어 설계 제안과 시공 사례 콘텐츠를 담아, 고객 이해를 높였다. 또 평형과 방·욕실 개수를 입력하면 대략적인 견적을 낼 수 있는 서비스도 포함했다.

또 자재를 살펴보거나, 직접 상담을 원한다면 한샘몰을 통해 매장 방문 일정을 예약한 후 방문 상담을 진행할 수도 있게 했다. 오프라인 매장 경쟁력을 활용한 온·오프라인(O2O) 연계로, 온라인에서만 가구 판매, 인테리어 시공을 중개하는 기존 홈 인테리어 플랫폼과 차별화했다.

김진태 한샘 대표는 “한샘몰은 한샘이 이미 보유한 오프라인 자산과 플랫폼을 결합해 정보탐색과 구매, 나아가 사용 경험까지 모든 고객 경험을 혁신하는 플랫폼”이라면서 “서비스를 계속 고도화해 편안하게 사용하면서도 신뢰도까지 높은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샘몰’ 모바일 앱 3D 설계 기능 사용 모습. /한샘 제공

한샘은 지난해 초부터 이미 한샘몰 내 인테리어 시공 콘텐츠를 늘리는 등 이번 통합을 준비해 왔다. 2021년 7월 한샘 경영권을 인수한 IMM PE의 사업 확장 전략의 하나로, 한샘의 오프라인 경쟁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오늘의집’ 같은 온라인 인테리어 플랫폼 구축을 예정했다.

지난해 5월엔 IMM PE의 한샘 인수 이후 수장에 오른 김진태 대표 주도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부문을 신설하고, 위대한상상(요기요),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 온라인 플랫폼 출신 외부 인력을 대거 영입하기도 했다. 한샘 홈리모델링 중개 자회사 합병도 진행했다.

한샘은 통합 한샘몰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가구는 과거 매장에서 직접 보고 사야 하는 상품이었지만 이제 온라인 구매가 늘었고, 최근 부동산 시장마저 침체하며 불거진 실적 부진을 통합 플랫폼 구축을 통한 고객 접근성 개선으로 넘어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샘의 실적은 꾸준히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이 49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20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 영업손실은 21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2002년 코스피 상장 이후 처음이다. 매출은 2조1억원으로 10% 줄었다.

김진태 한샘 대표. /한샘 제공

한샘은 특히 이번 통합 한샘몰 구축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했다. 기존에 선보였던 ‘리모델링 5일 시공’은 물론 지난해 10월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 경쟁이 심화와 주택 거래 위축으로 불거진 매출 감소 속에 ‘초강수’로 꺼냈던 ‘인테리어 시공 무한책임제’도 한샘몰에 더했다.

다만 일각에선 한샘의 이번 통합 플랫폼 출시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샘몰과 한샘닷컴에서 개별 운영됐던 가구 및 인테리어 시공 정보를 모바일 앱에 통합한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리모델링 5일 시공과, 시공 무한책임제 역시 단순 결합 정도에 머물렀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한샘은 이번 통합 한샘몰 구축을 승부수라고 말해 왔는데, 현재로썬 특별할 게 없다”고 말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자체 경쟁력 강화가 핵심이 될 것”이라며 “기존 오프라인 경쟁력과 얼마나 조화를 이룰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