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이 ‘2일 생산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무재고 패션’으로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와 친환경 가치의 공존에 나섰다. 2일 생산 시스템은 이랜드가 지난해 3월 SPA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도입한 생산 체계로, 의류 발주부터 생산, 입고까지 모든 과정을 48시간 안에 끝내도록 하는 것이다.

2일 생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 이랜드 스피드 오피스. /이랜드 제공

이랜드가 2일 생산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2021년부터 경영 화두로 삼고 있는 ‘무재고 경영’의 일환이다. 고객의 수요를 정확히 예측해 경영 효율화를 이루기 위함도 있지만, 버려지는 옷을 줄이겠다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측면의 목표도 함께 담겼다.

이랜드는 2일 생산 시스템 도입을 위해 서울 성동구에 있는 국내 생산업체 2곳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이랜드 스피드 오피스’를 만들었다. 990㎡ 규모의 스피드 오피스에서는 30장 정도의 제품을 생산해 고객의 반응을 보고 2일 안에 제품을 추가 생산해 매장에 입고 되도록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SPA 브랜드인 ‘스파오’, ‘후아유’ 제품을 주로 생산하며 ‘미쏘’, ‘로엠’ 등 이랜드 소유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들도 생산하고 있다. 이랜드의 전체 물량의 약 5%가 이러한 방식으로 생산된다. 최운식 이랜드 대표는 2일 생산 시스템을 통한 국내 생산 비중 확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모범경영인 부문 유공자로 선정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이랜드는 2일 생산 시스템을 도입해 정확한 고객 수요 예측을 통해 버려지는 옷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랜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00억개의 옷이 생산되고 그 중 약 33%인 330억개의 옷이 버려진다.

우리나라에선 헌 옷 수거함에 버려진 옷 가운데 5% 만이 국내에서 다시 사용되고 95%는 해외로 수출되는데, 수출된 옷 가운데 40%는 결국 버려진다. 한국의 중고 의류 수출액은 약 3억1200만달러(4004억원)로 이 가운데 1억2480만달러(1602억원)가량은 폐기되는 셈이다.

이랜드는 스파오에서 친환경 소재 및 공법을 적용한 청바지를 판매해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에도 일조하고 있다. 스파오는 2019년부터 친환경 청바지에 대한 테스트 및 개발에 착수해 2021년부터 ‘재활용 소재로 만든 청바지’, ‘천연재배 원단 청바지’, ‘원단 가공 과정에서 물과 전기 낭비를 줄이는 공법으로 제작된 청바지’ 등을 판매하고 있다.

친환경 청바지가 스파오에서 판매되는 비중은 2021년 전체 청바지 판매량의 40%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60%를 달성했다. 이랜드는 올해까지 스파오에서 판매되는 모든 청바지를 친환경 소재와 공법을 적용한 제품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랜드에 따르면 스파오의 ‘친환경 청바지’는 화학약품 워싱 대신 ‘오존 가공’ 방식을 채택해 물과 화학약품 사용은 기존 공법 대비 95% 줄이고, 전기 사용도 기존보다 40% 절감할 수 있다.

청바지 한 벌을 생산하는데 염색과 워싱 과정에서 약 30리터(ℓ)의 물이 사용되는데, 이를 1.5ℓ가량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이랜드에 따르면 스파오의 친환경 청바지는 연 60만장 가량이 팔리는데, 이를 감안하면 매년 약 1710만ℓ의 물을 절약하고 있는 셈이다.

이 밖에도 이랜드는 국내외 사회 공헌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국내 사회공헌으로는 질병·사고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가정에 생계비 등을 지원하는 ‘위기 가정 지원’, 비영리복지기관을 지원하는 ‘NPO상생파트너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전국 9곳의 노인복지관을 지원하는 이랜드복지센터 사업, 노인 및 다문화가정,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건강검진 등을 지원하는 ‘이랜드 클리닉’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사회공헌으로는 이랜드 중국법인이 순수익의 10%를 중국 빈곤 청소년 교육 등에 사용하는 ‘양광장학사업’을 비롯해 베트남, 스리랑카, 미얀마 등에서도 집 짓기와 장학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북한 식량·의류 지원 사업도 진행중이다.

이랜드는 2021년 이러한 ESG 경영 활동을 전담하기 위한 조직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외부 컨설팅 기업을 선임해 ‘이랜드 ESG 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고, 이랜드 그룹의 사업형 지주사인 이랜드월드를 시작으로 그룹사 전체에 ESG 경영 목표 등을 세울 예정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이랜드 ESG TF가 내부 보고서를 발간했고, 올해는 이랜드 그룹의 ESG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