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의 승계 구도에서 장남 윤형덕 부회장이 아닌 차남 윤새봄 대표가 승기를 잡았다.

이는 윤새봄 대표가 웅진그룹의 사업지주사인 웅진 대표로 발령나고 윤형덕 부회장은 관계사 경영을 맡으면서 나온 해석이다. 웅진(016880)은 웅진그룹의 사업지주회사다. 주요 자회사로 웅진씽크빅(095720), 웅진플레이도시, 놀이의 발견 등이 있다.

그래픽=손민균

6일 교육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발표된 2023년 인사에 따라 웅진이 각자 대표체제로 전환됐다. 사업 부문은 이수영 대표이사가 맡고 지주 부문은 윤새봄 대표가 맡았다.

윤 대표는 그룹 전반을 조율하는 기획조정실장도 맡았다. 장남인 윤형덕 부회장은 렉스필드 컨트리클럽으로 발령이 났다.

이번 인사를 두고 재계에서는 웅진그룹의 승계구도에서 윤새봄 대표가 굳히기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윤형덕 부회장이 직급상 앞서기는 하지만 그룹 핵심 계열사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렉스필드 컨트리클럽은 웅진 품에 있다가 세운건설에게 넘어간 극동건설과 웅진이 각각 43.2%씩 가진 관계사다.

렉스필드 컨트리클럽의 경영은 남기성 대표가 이어간다는 점 때문에 부회장이라는 직함이 크게 빛을 발하지 못하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핵심보단 주변부, 직접 경영참여보단 고문에 비슷한 역할이라고 보여진다는 점 때문에 주변에서 봤을 때 부회장 승진의 의미가 축소된 걸로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윤새봄 대표의 웅진의 지분율이 더 높아졌다는 점도 윤 대표가 승계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2020년 윤새봄 대표가 웅진의 주식을 추가매수한 이래로 윤새봄 대표의 지분율은 16.30%, 윤형덕 부회장의 지분율은 12.88%다.

승계 작업 초기만 하더라도 윤형덕 부회장의 지분이 더 많았다. 윤형덕 부회장의 웅진 지분율은 2.1%, 윤새봄 대표의 지분율은 1.7%였다. 차이가 난 것은 윤석금 회장이 2005년 현금 증여액에 차등을 둔 데 따른 것이다.

증여받은 현금으로 윤형덕 부회장과 윤새봄 대표는 웅진으로 바뀌는 웅진해피올의 주식을 매수했는데, 윤형덕 부회장의 증여액(8억원)이 윤새봄 대표의 증여액(5억원)보다 더 큰 만큼 더 많은 주식을 살 수 있었다.

재계에서는 윤새봄 대표가 웅진그룹의 교육사업을 교육 플랫폼 회사로의 확장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표가 승계구도에서 승기를 잡도록 날개를 달아준 계열사로 플랫폼 ‘놀이의 발견’이 꼽히고 있어서다.

놀이의 발견은 웅진씽크빅 벤처사업부로 시작했다가 2020년 5월 웅진씽크빅에서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사했다.

서비스 초기엔 테마파크와 키즈까페 등 전국의 놀이·휴양공간을 한 자리에 모아 자녀가 있는 학부모와 연결해주는 것에만 집중했지만 점차 서비스가 확대됐다. 미술이나 음악, 쿠킹 등 놀이수업을 즐길 수 있는 온라인 놀이클래스 라이브부터 놀이·학습교구(키트), 놀이·돌봄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웅진씽크빅 관계자는 “놀이의 발견이 점차 학부모를 위한 교육 플랫폼으로 확장됐는데 윤새봄 대표가 이 과정 전체를 지켜보고 이끌었고 이런 부분이 승계 과정에서 가산점을 얻었다”고 했다.

교육업계에서는 윤새봄 대표가 이끌 에듀테크(교육과 IT기술의 합성어) 사업 부문이 어떻게 확장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에듀테크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바꾸면서 웅진씽크빅이 1위 학습지 업체 교원을 따라잡을 수 있는 지 여부가 관건이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윤새봄 대표가 낼 수 있는 또 하나의 성과는 교육업체 1위 자리를 꿰차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웅진씽크빅이나 교원, 대교 등 교육업체들은 에듀테크로 객단가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 학습지와 관리 선생님만 투입했지만 이젠 학습 컨텐츠의 디지털화를 꾀하면서 기기도 함께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객단가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웅진씽크빅은 2019년 11월부터 인공지능 학습플랫폼 스마트올을 출시하면서 스마트패드를 활용한 교육을 전면에 내걸었다. 2020년 7월 이후 전 연령 대상으로 스마트올 사업을 확대하는 등 기존 학습지·전집 사업을 넘어 전 연령 교육 기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최근엔 웅진씽크빅은 데이터 개방 등을 통해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 내부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각 영역에 특화된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과의 협력으로 빠른 속도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뜻이다.

재계 관계자는 “윤형덕 부회장의 궤적을 볼 때 앞으로 웅진의 유통·레저사업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또 한번 승계구도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웅진그룹은 인수합병 실패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흥망성쇠를 겪어본 그룹으로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한 사세 확장, 이를 통한 형제 경영과 분리 등 다른 재계 기업들이 보여온 행보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