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쇼핑몰 출점이나 복합관광유통단지의 건립이 쉽지 않은 요즘이다. 건설경기 분위기 급랭에 따라 내부적으로 의사결정을 적극적으로 내리지 못하고 있는 데다 인·허가도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의료지구에 들어서는 롯데몰 수성점 조감도/롯데쇼핑 제공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구 수성의료지구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롯데몰 수성점의 건축심의가 미뤄지면서 2025년 착공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초 롯데쇼핑(023530)은 지난해 12월 말까지 설계변경안을 확정해 건축심의를 받을 계획이었다. 설계변경안 내용의 골자는 롯데몰 수성점의 연 면적을 40% 가량 확대하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허가 접수가 없었으니 나올 심의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롯데몰 수성점은 계획대로 준공되면 지역사회의 가장 큰 쇼핑몰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 대구 지역민들의 기대가 컸던 곳이다. 롯데쇼핑은 이곳을 쇼핑·여가·레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 테마파크로 만들 계획이었다.

롯데쇼핑은 롯데몰 수성점 준공을 위해 2014년 토지를 분양받았다. 7년 동안 진척이 없다가 2021년 5월 착공에 들어가면서 이제야 사업에 속도가 붙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롯데쇼핑이 중간에 또 한번 인허가 변경 절차를 밟으면서 기초공사 너머의 작업엔 나서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터파기 공정률이 60% 수준이기 때문에 인허가 작업에 속도가 난다면 2025년 준공을 맞출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인허가 접수 속도 자체가 늦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건설비용 등을 고려한 조치로 보고 있다”고 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급변하는 유통 트랜드와 시장 환경에 맞춰 더 발전된 쇼핑몰 개발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개발 계획이 확정되면 공사기간,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개점시점을 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상남도 김해시의 김해관광유통단지 조성사업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김해시와 롯데는 1996년 10월 물류시설과 아웃렛, 시네마, 호텔 등을 두루 포함한 사업을 펼치기로 협약을 맺었지만, 3단계 사업인 호텔, 콘도, 테마파크 등의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김해시와 기부채납을 둘러싼 문제가 있어서다. 3단계 사업은 지난 2016년 착공 후 현재 공정률이 40% 수준이다.

김해시 의회는 롯데가 호텔이나 콘도 등 건립에 소극적이고 당초 제시한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강영수 김해시 의원은 27일 열린 시의회에서 “부산롯데타운을 조성하겠다는 롯데는 2009년부터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백화점 영업만 하면서 약속했던 롯데타워는 차일피일 미뤘다”고 했다. 지난해 5월 부산시는 부산롯데타워 개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롯데백화점 광복점의 임시사용연장을 불허하겠다는 강수를 둔 바 있다.

사업 진척을 조금씩 이뤄나가는 복합 쇼핑몰도 있다. 롯데몰 송도점이 대표적이다. 롯데몰 송도는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8-1번지에 조성되는 지하 4층·지상 22층·연면적 28만8000여㎡ 규모의 도심 속 리조트형 쇼핑몰이다.

롯데쇼핑은 롯데몰 송도점 부지를 2010년에 사두고 2019년 건축허가를 받았지만 이렇다 할 사업진척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작년 10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경관심의를 받고 최근엔 교통영향평가 접수를 준비하고 있다. 교통영향평가를 한 번에 통과할 수만 있다면 2025년 준공을 가까스로 맞출 수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2025년 준공을 큰 목표로 두고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데다 금융권이 대형 건설사업의 자금 조달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소극적이라 이율이 급등하면서 계산을 맞추기가 어려울 것”이라면서 “게다가 올해 유통가 현금흐름이 예년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까지 감안하면 쇼핑몰 건립 사업엔 악재가 많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