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넘버원이 되겠다는 각오로 상장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5년 내 ‘신선식품 이커머스=오아시스’ 공식을 만들겠습니다.”

올해 ‘이커머스 1호 상장’에 도전하는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는 지난 19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아시스는 지난 12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시장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컬리를 비롯해 상장을 계획했던 이커머스 업체들이 줄줄이 상장을 포기하거나 연기하는 증시 혹한기, 시장에선 오아시스의 도전을 의아해하는 시각이 많다. “왜 하필 지금이냐?”는 것이다.

이에 안 대표는 “증시 상황이 좋아지길 기다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도 좋지만, 적정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주주가치를 제고해 기업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시장 상황보다 회사가 준비되어 있느냐에 중점을 둔 결정”이라고 말했다.

19일 서울 종로구 오아시스 본사에서 만난 안준형 대표. 그는 오아시스를 "유통의 탈을 쓴 테크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김은영 기자

2011년 설립된 오아시스는 신선식품 온라인 유통 플랫폼이다.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것과 달리 오프라인 매장에서 시작해 2018년 온라인 쇼핑몰 오아시스마켓을 출범, 새벽 배송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커머스 업계가 ‘규모의 경제’를 이유로 적자 경영을 당연시하는 데 반해, 오아시스는 설립 이래 줄곧 흑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매출액은 3569억원, 영업이익은 57억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은 3118억원, 영업이익은 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78% 증가했다. 오아시스가 시장의 우려를 무릅쓰고 상장 출사표를 던진 이유다.

회사는 흑자 비결로 ‘오아시스 루트’를 내세웠다. 오프라인 점포 운영으로 획득한 유통 노하우를 모회사인 지어소프트(051160)가 지닌 정보통신(IT) 기술력과 접목해 구축한 자체 물류 시스템이다. IT 기술로 물류 동선을 최적화하고, 합포장을 하는 등 시스템 효율을 극대화했다.

60여 개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한 옴니채널(Omni Channel) 전략으로 재고 폐기율을 0%대로 줄인 것도 차별화된 강점으로 꼽힌다.

안 대표는 새벽 배송 사업을 ‘종합 예술’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장바구니 하나가 문 앞에 배송되기까지 개발, 영업, 물류, 배송까지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는데, 어느 한 단계에서 삐끗하면 망가진다”며 “오아시스 루트를 활용해 물류 동선을 최적화하면서 각 단계가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아시스는 이번 상장으로 523만6000주를 공모한다. 신주 모집 366만5000주, 구주매출은 157만1000주다. 구주매출은 지어소프트가 보유한 물량이다. 공모 희망 밴드는 3만500~3만9500원으로 총공모 금액은 1597억~2068억원 규모다. 시가총액은 공모가 상단 기준 1조2535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그래픽=유지원

공모가 산정을 위한 피어그룹(비교그룹)은 지난해 뉴욕 증시에 상장한 쿠팡과 메르카도리브레(중남미), 플랫폼 씨(동남아), 엣시(미국)를 선정했다. 국내엔 이커머스 상장사가 없어서다. 아직 상장한 사례가 없다는 건, 그만큼 해당 사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지난해 유통업계에선 새벽 배송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들이 속출했다. 롯데, GS리테일 등 대기업들도 백기를 들었다. 오아시스는 이런 분위기에서 오히려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안 대표는 “패션, 가전 등의 온라인 침투율이 50%에 달하는 데 반해 식품은 25%에 불과하다. 신선식품만 보면 침투율은 더 낮아진다”며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큰데 진입장벽이 높다는 건, 경영 안정화를 이룬 우리에겐 호재”라고 말했다.

오아시스의 회원 수는 130만 명이다. 쿠팡, 컬리 등과 비교하면 현저히 적다. 이에 업계에선 오아시스를 과소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안 대표는 “역으로 보면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신선식품은 반복 구매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소매 시장으로, 오아시스만 해도 재구매율이 98%다. 눈덩이 효과가 기대된다”라고 했다.

회사는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물류센터를 증축하고 무인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는 등 시스템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또 퀵커머스와 O4O(온오프라인 결합) 사업 등 신사업에 진출해 고객층을 확대할 계획이다. 사업 시너지를 꾀할 수 있는 회사와 인수합병(M&A)도 고려 중이다.

오아시스는 내달 7~8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14~15일 일반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2월 중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다는 구상이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공동 대표 주관을 맡았다.

안 대표는 “예비 심사를 통과했다는 것은 상장사로서 자격을 갖췄다는 공식 인증을 받은 것이나 다름 없다”라며 “흥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흥행이 되냐 안 되냐는 시장 상황에 달려있다. 회사의 기업가치는 변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