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플랫폼 아마존에서 판매된 가짜 명품...아마존은 책임이 있을까.

유통업계의 난제로 떠오른 질문에 유럽 최고 사법기구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플랫폼에도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답을 내렸다.

유통업계는 이 판결이 유럽 전역에서 플랫폼과 명품간 송사 다툼으로 이어질 지 주목한다. 상황에 따라 국내 플랫폼사들의 정책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1월부터 8월까지 가품 적발 현황/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ECJ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e커머스) 플랫폼 아마존(Amazon) 내에서 벌어진 개별 판매자의 가짜 명품 판매에 아마존도 지식재산권 침해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놨다.

오프라인 점포가 가품 판매에 책임을 일정 부문 지고 있는 만큼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른 온라인 플랫폼도 더 이상 가품 판매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이번 판결은 프랑스 명품 구두 ‘크리스찬 루부탱’이 아마존을 상대로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법원에 2019년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루부탱은 자사 브랜드 ‘레드솔(빨간색 밑창이 특징인 상표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한 모조품이 아마존에서 유통되고 있고, 아마존이 이를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광고를 통해 카피 상품들이 잘 팔릴 수 있도록 소비자를 유도하고 소비자 오해를 불러온다며 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서 ECJ는 일반 소비자는 개별 판매자가 아니라 아마존이라는 플랫폼을 신뢰하고 물건을 구입한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특히 아마존이 해당 모조품 판매업체 중 일부의 상품을 보관하고, 고객에게 배송하는 부분에서 책임소지가 명확하다고 봤다.

유통업계는 이 판결이 다른 글로벌 브랜드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눈여겨 보고 있다. 이번 판결이 유럽연합(EU) 권역 내에서 법적 효력을 가지면 크리스찬 루부탱 외에 다른 명품 브랜드들도 아마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플랫폼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50만개에 달하는 사업체를 입점시켰는데 여기에서 ‘스타일(.st)’로 대변되는 가품 유통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진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자’ 위치에 있다는 점 때문에 상품과 상품 정보, 거래에 관한 의무와 책임은 판매자에게 있다면서 플랫폼 면책주의를 펼쳐왔지만 EU 내 판결이 확산할 경우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이런 약관은 폐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가 아마존처럼 풀필먼트 서비스(Fulfillment Alliance)를 하고 있다는 점도 유럽에서 아마존이 받은 판결에 유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풀필먼트는 물류업체가 판매업체로부터 상품을 위탁받아 배송부터 보관, 재고관리, 교환과 환불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물류 일괄대행 서비스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단순히 물건 판매의 장(場)을 열었다는 점이 아니고 한발 더 나아가 소비자의 발걸음을 유도하고(광고) 물건의 보관·배송·교환 등에 관여했다는 점이 아마존의 책임을 피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며 ”온라인 쇼핑 공룡으로 떠오른 네이버가 쉽게 지나칠 수 없는 판결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하지만 유럽 내 판결이 국내 판결까지 이어질 수 있을 지 의문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과거 ECJ가 내린 주요 판결인 유럽 플랫폼에 적용된 ‘잊힐 권리’ 사안을 보면 유럽 역내에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플랫폼의 법적 책임이 국내로 전이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