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디앤엘을 필두로 구본걸 회장과 그 장남 구성모씨의 LF(옛 LG패션) 지배력이 커지고 있다.

고려디앤엘은 조경식재와 부동산 개발 등의 사업을 하는데 주로 범 LG그룹의 일감을 수주해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회사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LF는 지난달 28일 고려디앤엘이 LF 주식 1만2823주를 장내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고려디앤엘이 보유한 LF 주식은 종전 6.37%에서 6.8%로 늘었다.

구본걸 회장(19.11%)과 구본순 전 고려디앤엘 부회장(8.55%)에 이어 LF주식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고려디앤엘이 LF 지배구조의 핵심고리로 떠오른 건 지난해 7월 LF네트웍스가 인적분할을 하면서부터다. LF네트웍스는 인적분할을 통해 존속법인 LF네트웍스와 신설법인 고려디앤엘로 나뉘었다.

이 과정에서 LF네트웍스가 보유했던 LF주식 180만6000주가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이 나눠갖지 않고 고려디앤엘로 전부 이전됐다.

작년 10월은 고려디앤엘에 변화가 많았던 시기다. 10월을 기점으로 구본걸 회장의 장남인 구성모씨가 고려디앤엘의 지분 91.58%를 가진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증권가에서는 구본걸 회장→구성모씨로 이어지는 승계 과정이 본격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구본걸 회장은 1957년생으로 만 66세기 때문에 여전히 현업에서 왕성하게 활동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통상 승계작업은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을 둬야 한다.

장남인 구성모씨는 1993년생으로 만 30세라 가업승계 준비가 미흡할 수 밖에 없어 비상장사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승계작업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뜻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승계를 위해 법인간의 이해관계가 일치되지 않을 수 있지만 LF의 경우 비상장사인 LF네트웍스와 고려디앤엘을 활용했기 때문에 상장사만큼 정보공개가 이뤄지지 않고, 이해관계 득실을 쉽게 따지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LF 관계자는 “고려디앤엘은 비상장사에 가족회사라 공시된 내용 이외의 상황에 대해 알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올해부터는 비상장사를 활용한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LF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12월 23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LF의 지분을 5% 이상 확보했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펀드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LF 지분 5%(147만5119주)를 보유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란 저평가된 회사의 적은 지분을 가지고 주주권익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 펀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일반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샀다고 밝혔는데 임원 선임과 해임, 정관변경, 보수 산정, 임원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 청구권 행사 등 경영권에 일부 참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에스엠(041510)이나 BYC(001460)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활동했던 것을 감안했을 때 LF의 경영 비효율을 어떤 방식으로든 꼬집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트러스톤자산운용 관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LF 주식을 매입했고 투자사와 소통이 잘되는 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