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이 유료방송업체 중에선 처음으로 6개월간 방송금지 처분과 2000만원 벌금을 부과받았다.

방송 재승인 심사 관련 비리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대표와 롯데홈쇼핑에 대한 형사 판결까지 마무리 된 데 따른 것이다. 이로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롯데홈쇼핑의 법정공방은 7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이날 판결에 따라 롯데홈쇼핑의 실적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롯데그룹 인사를 앞두고 이완신 대표이사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롯데홈쇼핑 로고/롯데홈쇼핑 제공

◇ 롯데홈쇼핑 6개월간 6시간 방송금지에 벌금 2000만원까지, 실적 타격 불가피

1일 대법원 2부는 방송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강 전 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롯데홈쇼핑은 벌금 2000만원이 확정됐다. 전날인 지난달 30일엔 대법원이 롯데홈쇼핑의 ‘업무정지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기각 판결도 내렸다. 이에 따라 롯데홈쇼핑은 오전 2시부터 8시까지 하루 6시간 동안 방송 송출이 중단된다. 과기정통부가 방송중지 시기나 방법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홈쇼핑의 영업이익이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전 2시부터 6시는 심야방송 재방송, 6시부터 8시까지는 정규방송이 편성되는데 이 시간대에 올리는 일 매출은 상위 사업자 평균 수억원 정도라서 타격이 불가피하다”면서 “송출 수수료까지 감안하면 손실이 클 것”이라고 했다.

롯데홈쇼핑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212억원으로 작년 같은기간보다 약 11% 감소했다. 코로나19의 종식을 눈 앞에 두고 바깥 활동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둔화되기 시작했고 라이브커머스로 온라인 쇼핑 분위기가 바뀌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홈쇼핑업계가 모두 어렵지만 3분기 영업이익 감소폭은 롯데홈쇼핑이 가장 많은 편이다. GS리테일 홈쇼핑사업부(GS샵)의 3분기 영업이익은 26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 가량 줄었다. 현대홈쇼핑의 3분기 영업이익은 약 2% 감소한 292억원이었다.

이번 판결은 7년 전인 2015년에 발생한 롯데홈쇼핑 회사 임직원의 비리 사건이 발단이 됐다. 2014년 신헌 전 롯데홈쇼핑 대표와 일부 임직원이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고 편의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롯데홈쇼핑이 재승인을 받기 위해 이와 같은 사실을 고의 누락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에 롯데홈쇼핑은 2015년부터 5년짜리 승인심사를 받지 못하고 3년짜리 반쪽 재승인을 받았다. 재승인으로 사업은 이어갔지만 법정 공방은 그대로 이어졌다. 과기정통부는 롯데홈쇼핑에 6개월간 황금시간대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고, 롯데홈쇼핑은 과중하다며 맞선 것이다. 이에 과기부가 새벽시간대 업무정지로 수위를 낮췄지만 소송은 계속됐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롯데홈쇼핑 제공

◇ 매출 둔화 속 악재까지… 5년 구원투수 이완신 대표 교체되나

롯데홈쇼핑의 악재가 롯데그룹의 인사를 앞두고 나오면서 이완신 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롯데홈쇼핑의 실적이 둔해지면서 대표이사 교체라는 조직쇄신이 뒤따를 것인지 관심이 많았는데, 6개월간 새벽시간대 방송 금지라는 악재까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이완신 대표는 2017년 롯데홈쇼핑 대표이사에 올랐다. 3년짜리 반쪽심사를 받은 데 따른 구원투수 역할을 위한 인사였다. 이 대표는 중소기업 상생 전략, 준법 경영 강화를 내세우면서 성과를 내기도 했다. 2021년 5월엔 임직원 비리가 발생한 지 6년 만에 5년 짜리 재심사 승인을 받았다. 롯데홈쇼핑은 중소기업 편성비중이 70%에 이르며 중소기업 대상 수수료율도 29% 수준으로 주요 홈쇼핑 기업 가운데 가장 낮다.

라이브 커머스 시장의 변화에도 대비했다. 롯데홈쇼핑은 2018년 8월부터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 상품을 체험하고 구매까지 할 수 있게 하는 ‘AR뷰(View)’와 ‘VR스트리트(Street)’를 홈쇼핑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또 롯데홈쇼핑은 자체 캐릭터 벨리곰을 선보이며 유튜브 콘텐츠와 가상화폐(NFT) 발행을 통해 20~30대 고객을 유입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 5년간 이 대표가 롯데홈쇼핑에 혁혁한 공을 세운 것도 맞지만 실적만 두고 봤을 때는 둔화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결과를 내진 못했다”면서 “최근 롯데건설 사례에서 보듯 악재가 있고 오랜기간 대표이사를 맡았다면 조직 쇄신 차원에서 변화를 주고 있는 분위기를 감안할 때 거취에 대한 이목은 쏠릴 수 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