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자산 성격이 이렇게 바뀔 수 있을까.

지난해 5월 사업경쟁력 강화와 자산가치 극대화를 위해 롯데상사로부터 김해컨트리클럽(CC)을 인수한 호텔롯데가 최근 이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비핵심자산이라는 이유에서다. 1년 만에 자산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으로 바뀐 셈이다.

호텔롯데가 보유한 김해CC 전경/롯데스카이힐CC 공식 사이트

◇ 매입 1년 반만에 김해CC는 비핵심자산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호텔롯데의 김해CC는 매각을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매각 주관사는 삼일PwC다.

이는 호텔롯데가 김해CC를 비핵심자산으로 분리해 매각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김해CC는 롯데상사가 1300억원을 들여 건설한 진례면 송현리와 주춘면 양동리 일대 102만8225㎡, 회원제 18홀 규모의 골프장이다.

김해CC를 비핵심자산으로 분류한 것은 호텔롯데가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 골프장을 매입한 지 불과 1년 반만의 일이다.

호텔롯데는 작년 5월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롯데상사로부터 김해CC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당시 매입액은 354억원. 감정평가액 1083억원 중 부채 756억원을 차감한 액수다.

감정평가액은 실거래가보다 보수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홀당 60억원 정도로 가치로 쳐주고 매입한 셈이다.

재계에서는 불과 1년 반 사이에 자산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 것에 대해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제대로 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룹사끼리 서로 도움을 주기 위해 자산 매매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거나 자산 가치나 시너지 효과를 잘못 산정했을 가능성이다. 어느 쪽으로나 호텔롯데의 실책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의사 결정권자가 바뀌었다면 회사 전략이 바뀐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호텔롯데의 경우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둘 중 하나의 이유로 자산 매매와 매각을 결정했다고 본다”고 했다.

현재 호텔롯데는 안세진 대표가 이끌고 있다. 안 대표는 작년 12월 임명됐고 꾸준히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호텔롯데 법인 홈페이지 메인화면. /호텔롯데 제공.

◇ “현재 분위기라면 매입가보다 매도가가 낮을 수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호텔롯데가 김해CC를 되팔 때의 가격이다. 만약 호텔롯데가 김해CC를 매입가보다 낮게 매도하게 된다면 호텔롯데는 팔리지 않는 계열사 자산을 제대로 된 경영검토 없이 비싸게 사서 싸게 팔아 손실을 보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작년까지 코로나19 여파로 골프가 인기 운동으로 급부상하고 저금리로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골프장 가격이 급등하던 때다.

2020년 7월 두산은 클럽모우CC(27홀)를 1850억원에 매각했다. 홀당 68억원에 판 셈이다. 홀당 50억원도 받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을 보기 좋게 깼다. 2020년 12월 매각된 경기 이천 사우스 스프링스CC는 지분 100% 기준으로 홀당 95억원, 총 1721억원에 팔렸다.

하지만 최근 골프장 매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아서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김해CC는 2008년 정식 개장했지만 회원제 골프장이란 특성 때문에 수익이 크게 나진 않는 곳”이라고 했다.

그는 “호텔롯데도 이를 매입해 대중 골프장으로 변경 여부 등 여러 계산 끝에 매각결정을 내렸겠지만 지금으로선 원하는 값에 매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김해CC는 코로나19로 골프장 가격이 급등하던 때에도 쉽게 팔리지 않던 자산이었다. 롯데상사는 지난 2019년부터 김해CC를 매각예정처분자산으로 분류했지만 2020년부터는 다시 유형자산으로 재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손민균

◇ “상장사라면 배임소지, 호텔롯데는 비상장사지만 日 주주 눈치봐야”

그룹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팔리지 않는 자산을 시가보다 비싼 것을 알면서도 매수했다면 사실 이는 경영진의 배임으로까지 해석할 수 있다. 상장사라면 더 그렇다.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도 회사인 롯데상사나 매수 회사인 호텔롯데는 비상장사다.

박경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롯데상사와 호텔롯데가 상장사였다면 문제가 더 불거질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일이나 이보다 더 한 일이 상장사에서도 비일비재 일어나는 것이 우리 주식시장의 현실”이라면서 “하지만 두 회사는 비상장사라 검찰만이 기소권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롯데상사 지분은 ▲롯데지주(004990)(44.86%) ▲호텔롯데(32.57%) ▲롯데알미늄(5.87%) ▲자사주(7.55%) ▲기타주주(9.15%)가 나눠갖고 있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19.07%)를 비롯해 ‘L투자회사’로 알려진 여러 일본 계열사들이 호텔롯데의 지분 99.2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 주주가치 훼손을 빌미로 호텔롯데 일본 주주의 지지에 흠집을 낼 가능성은 있다.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는 신동주→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 주요 계열사 등으로 이어진다.

현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일본 주주들의 지지를 받아 롯데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주주들의 지지가 사라지면 롯데그룹은 언제든 다시 격랑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지분구조를 보면 신동빈 회장이 완전히 그룹을 장악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앞으로 일본 주주들과 많은 협의를 통해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서 일본 주주들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반복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호텔롯데측은 “재무건전성 확보 차원에서의 매각 추진”이라며 “지난달 매각주간사 선정을 완료했고 매각 절차를 진행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