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새벽 배송으로 몸 값을 키운 컬리가 야심차게 시작한 화장품 새벽 배송 서비스 ‘뷰티컬리’가 에르메스 뷰티 등 일부 명품 화장품을 국내 정식수입 제품이 아닌 ‘병행수입’ 제품으로 팔면서 할인가에 판매하는 것처럼 고객들을 눈속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품들은 병행수입으로 들여온 것이어서 국내에 정식 수입된 제품보다 원래 가격이 20~30% 이상 저렴하다. 어떤 경로로 물건을 확보했는지 알 수 없어 100% 정품 인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컬리는 병행수입 제품들을 국내 정식 유통 제품 정가 대비 15~25% 특별 할인하는 것처럼 표기했다.

앞서 컬리는 뷰티 컬리를 개시하면서 ‘글로벌 뷰티 브랜드들이 정식 입점했다’고 강조했는데, 실상은 이와 결이 다른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컬리에 입점된 에르메스 뷰티 제품./컬리 캡처

18일 뷰티 컬리 홈페이지에선 에르메스 뷰티 제품이 국내 정가보다 15~25% 싼 가격에 판매되는 것으로 홍보돼 있다. 그러나 세부 설명 페이지를 자세히 보면, “본 상품은 정식 통관 절차를 통과한 병행 수입 정품”이라는 문구가 써있다.

컬리가 명품 화장품을 저렴하게 팔 수 있는 것은 이 제품들이 병행수입 제품이기 때문이다. 가령 에르메스 뷰티와 정식 판권 계약을 맺은 공식 수입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과 계약을 맺고 해당 화장품들을 파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병행수입 상품은 국내외 판매자가 해당 브랜드와 계약을 맺은 업체를 통해 물건을 구입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물건을 확보했는지 알 수 없다.

때문에 이 제품들이 100% 정품인지 확인이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병행수입 제품은 가격이 일반적으로 국내 판매 가격보다 20~30% 이상 저렴하다.

에르메스 뷰티의 ‘루즈 에르메스 새틴 립스틱’은 백화점 정가가 9만원인데 6만7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는 25% 할인으로 소개되고 있는 병행수입 제품이다.

‘트윌리 데르메스, 오프아브레 오 드 퍼퓸’ ‘롬브르 드 메르베이 오 드 퍼퓸’ 등의 향수 제품도 정가 20만5000원인데 15% 할인했다면서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컬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에르메스 뷰티 제품은 에르메스 본사가 아닌, 다른 경로로 이 화장품을 수입하는 것”이라며 “병행수입은 법적으로 가능한 것이고, 판매 가격도 판매자가 정하는 것이라 문제 소지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컬리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병행수입이라는 사실이 한눈에 보이지는 않는다”며 “작은 글씨로 책임판매업자에 대해 써있는데 일반 소비자가 볼 때 바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에르메스 뷰티의 립스틱 구매 후기에 “면세점보다도 싸다” “에르메스 립스틱이 무려 30%나 세일 중”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에르메스 뷰티 제품 판매 페이지. 병행수입 제품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은 본지에서 빨간색으로 임의로 표시함. /컬리 캡처

컬리 관계자는 “해당 제품들은 고객수요 조사차원에서 공식 입점 전에 병행수입 방식을 택한 것”이라며 “병행수입 제품이어도 회사에서 제조 루트 번호까지 추적해서 정품 확인된 물건만 입고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병행수입 제품을 판매하면서 한국 정가 대비 할인 가격으로 표기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며, 다른 회사들도 그렇게 하고 있을 만큼 널리 퍼진 이커머스 업계의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컬리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기업 가치 키우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내년 2월까지 국내 증시에 상장해야 하는 컬리로서는 매출을 늘려야 공모가를 높게 받는데 유리하다.

뷰티 컬리는 식자재 유통에서 한걸음 나아간 사업 다각화의 첫걸음이다. 앞서 컬리는 뷰티 컬리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으로 에스티 로더, 라 메르, 맥, 아베다, 랑콤, 비오템, 케라스타즈, 록시땅, 러쉬 등 글로벌 뷰티 브랜드 대다수가 정식 입점한 것을 꼽기도 했다.

그러나 뷰티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자사 브랜딩에 무척 심혈을 기울이는 컬리의 행보로는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전직 화장품업계 종사자는 “컬리가 ‘글로벌 브랜드의 정식 입점’을 뷰티 컬리의 특색으로 홍보한 만큼, 컬리에서 유통되는 럭셔리 브랜드 화장품이 병행수입임을 소비자들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유통 기한, 배송 상태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브랜드 본사, 한국 공식수입사의 평판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