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최고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앞두고 국내 숙소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이 선택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달 17일부터 18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롯데호텔 이그제큐티브 타워(신관) 최상위 객실인 460.8㎡(약 140평) 규모의 로열 스위트룸에 투숙할 예정이다.
하루 최대 숙박 가격이 2200만원인 이 객실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 프랑수아 전 프랑스 대통령 등 국빈뿐만 아니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데이비드 베컴 등 국내외 유명 인사들이 묵은 객실이다.
호텔 위치도 정부 관계 부처 등이 있는 서울 중심부인 광화문 인근이라 접근성이 편리하다는 평을 받는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묵는 로열 스위트룸은 2개의 침실, 응접실, 파우더룸, 드레스룸, 화상회의가 가능한 별도 회의실, 홈바, 건식 사우나 등을 갖추고 있고,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일반 투숙 고객들과 동선이 잘 겹치지 않는다.
호텔업계에선 무함마드 왕세자가 미국 대통령들이 방한 숙소로 선호하는 그랜드하얏트가 아닌 롯데호텔을 선정한 데에 의아해 하고 있다.
그랜드하얏트 서울은 남산 아래 고지대에 위치해 보안적인 측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숙소로 하얏트를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이 곳은 침실 근처에 헬리콥터 착륙이 가능한 옥상 비상문이 연결돼있어 비상시 빠른 이동이 가능하다. 또 총 2개의 입구로만 호텔에 들어갈 수 있어 차량 통제도 수월하다는 이점이 있다.
아울러 무함마드 왕세자는 평소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동생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이 운영하는 신라호텔도 선정하지 않았다.
무함마드가 롯데호텔을 선택한 데에는 롯데그룹과의 사업 관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월 롯데그룹의 계열사인 롯데정밀화학(004000)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와 함께 블루 암모니아 사업 협약을 맺었다. 아람코의 최대 주주가 무함마드 왕세자다.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청정 암모니아로 만드는 블루 암모니아 사업은 친환경 에너지 등에 관심을 보이는 아람코의 신사업 중 핵심 프로젝트다.
롯데정밀화학은 국내 유통량의 약 70%에 해당하는 기술력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천연가스와 기술력을 합해 시너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에는 아람코의 자회사인 '사빅',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비료 기업인 '마덴'과 총 5만톤(t)의 청정 암모니아 수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롯데그룹의 화학 계열사 롯데케미칼(011170)과 아람코가 '블루수소 동맹'을 추진하며 블루수소·암모니아 프로젝트의 파트너가 되기로 했다.
현재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36·일본명 시게미쓰 사토시)씨도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로 재직 중이다.
양사 경영진은 한국에서 아람코가 최대 150만t의 블루수소를 한국에 공급하는 것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수소는 물을 전기분해해 얻는 청정수소다. 아람코가 블루수소 프로젝트를 전개하며 국내외 여러 곳을 사업 파트너로 염두에 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삼성·SK·현대·LG 등 국내 대기업도 주목하는 모양새다.
특히 3년 전 무함마드 왕세자의 첫 방한 일정에 신동빈 회장이 사업 일정으로 일본에 있어 이번 왕세자의 방한에 더욱 각별히 신경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주관한 오찬 일정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참석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사업 협력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고, 이번에는 왕세자가 숙소를 롯데호텔 서울로 정한 만큼 직접 나서서 왕세자를 환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