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이 앱 내 노출 광고 상품을 또다시 확대·개편하고 나섰다. 가게 노출을 늘려주는 대신 주문 체결 시 6.8% 수수료(부가세 제외)를 떼는 광고 상품인 ‘오픈리스트’의 노출 영역을 앱 전반으로 늘렸다.
이는 지난 5월 클릭당 과금(CPC) 광고인 ‘우리가게클릭’을 더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배달의민족은 정액제 방식의 광고 상품인 ‘울트라콜(월 8만원)’도 갖췄다. 지나친 이윤 추구에 소비자 선택권마저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25일 기존 ‘기본순’(기본 화면)에만 한정해 적용했던 오픈리스트 노출을 주문량, 별점 등 필터(정렬 카테고리) 전반으로 개편했다. ‘주문 많은 순’을 눌러도 오픈리스트가 노출되는 식이다.
오픈리스트는 기본 화면 상단 3곳 영역에서만 소비자 노출을 늘려주는 광고 상품이었다. 앱을 열어 별도의 필터 설정을 하지 않으면 오픈리스트에 가입한 가게 3곳이 나오고, 아래로는 ‘깃발’로 불리는 울트라콜 가입 가게를 깃발 개수 순으로 보여줬다.
이번 개편으로 오픈리스트 가입 가게는 필터 어디에든 상위 노출될 수 있게 됐다. 소비자가 앱에서 ‘주문 많은 순’, ‘별점 높은 순’ 등으로 나뉜 필터를 별도 설정해도 해당 기준에 따른 정렬 이전에 오픈리스트 가입 가게 3곳이 먼저 나오게 됐다.
배달의민족은 모든 필터에 기본 화면의 노출 방식이 동일 적용되도록 했다는 설명이지만,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지나친 이윤 추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주문량이나 별점 등 기준에 관계없이 광고 상품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에서 배달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한개에 8만원이나 하는 깃발(울트라콜)을 많게는 수십개씩 꽂고 오픈리스트로 중개수수료까지 내는 상황에서 그나마 맛으로 승부할 수 있었던 필터에도 돈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 법 위반 소지도 안고 있다. 소비자가 ‘주문이 높은 순’이나 ‘별점이 높은 순’의 정렬을 택했음에도 이와 관계가 없는 가게가 우선 노출되기 때문이다. 오픈리스트 광고라는 표기가 있지만, 작고 분할도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표시광고법(표시·광고의공정화에관한법률)은 제3조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의 금지에서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위반 시 시정조치 혹은 과징금을 처분한다.
표시광고법 소관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소비자 오인의 소지가 없도록 충분한 노력을 기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표시광고법 위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매출액의 2% 수준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개편이 지난 5월 배달의민족이 새롭게 꺼낸 클릭당 과금 상품인 우리가게클릭의 가입률을 올리기 위한 수익 개선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리가게클릭을 이용하기 위해선 오픈리스트에 우선 가입해야만 하는 탓이다.
우리가게클릭은 미리 광고비를 충전해놓고 소비자가 해당 가게를 누를 때마다 200원에서 600원의 설정액을 과금하는 구조다. 배달의민족은 이번 개편에서 클릭당 과금액을 높게 설정한 가게를 전 필터 오픈리스트 상단에 먼저 노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은 광고를 통해 앱 내 노출을 늘리지 않으면 주문이 아예 들어오지 않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면서 “운영사에는 수익이 될 수 있지만, 음식점주에겐 추가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오픈리스트 상단 노출은 약관에 의해 보장되는 상품인데 따른 확장”이라면서 “새 화면에서는 필터 내용에 맞게 오픈리스트 업소가 노출되고, 이용자의 앱 경험 통일성도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배달의민족(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2조원 매출을 냈지만,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2018년에는 52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2019년 3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112억원, 지난해에는 75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