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신춘호 농심(004370) 창업주의 3남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이 직접 경영 보폭을 넓히고 나섰다.

신 부회장은 지난 6월 절대 지분(56.14%)을 보유한 메가마트 대표이사직에 23년 만에 복귀한데 이어 이달 메가마트의 100% 자회사 호텔농심 대표이사에도 새로 이름을 올렸다.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 /메가마트 제공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호텔농심은 지난 9월 말 이사회를 열고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을 대표이사에 신규 선임했다.

호텔농심 구원 투수로 주목받으며 지난해 1월 대표이사에 신규 선임됐던 아난티코브 본부장 출신의 홍성욱 대표이사는 1년여 임기를 남겨둔 채 사임했다.

이번 인사로 호텔농심은 법인 설립 후 처음으로 오너경영 체제하에 들게 됐다. 호텔농심은 농심이 부산 동래구에 위치한 동래관광호텔을 인수해 2002년 242실 규모의 특급호텔로 신축하며 설립됐다. 이후 국내·외 호텔 전문경영인이 수장에 선임돼왔다.

신 부회장은 호텔농심의 모회사인 메가마트의 대주주로 그동안 기타비상무이사에만 자리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상시적 업무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경영 전반에 대한 의사 결정 권한을 갖는다. 앞서 농심으로 호텔농심 객실 사업부 양도, 위탁급식 사업부 매각을 결정한 바 있다.

재계 일각에선 신 부회장이 호텔농심 살리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주력 사업이었던 객실 사업부와 위탁급식 사업부 등을 잇따라 매각하며, 청산 절차만을 남겨뒀다는 관측이 나왔음에도 신 부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직에서 직접 대표이사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호텔농심은 2016년 5성급 호텔로 등록되는 등 알짜 계열사로 꼽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2020년 44억원 영업손실, 작년 재차 6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자본총계는 지난해 말 마이너스(-) 1억원 수준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재계 관계자는 “법인 청산을 추진한다면 오너가 직접 대표이사에 올라 경영에 나설 필요는 없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적자인 호텔농심 법인을 없앤다고 하더라도 남은 사업을 메가마트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충분히 검토한 이후에 관련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동래구에 있는 농심 호텔 전경. /호텔농심

실제 호텔농심은 지난 이사회를 열고 지난 6월 운영자금 명목으로 메가마트로부터 빌려온 10억원의 상환일을 오는 12월 29일로 재차 연장했다.

차입금 상환은 법인 청산 절차의 첫 단계로 불린다. 민법상 법인의 청산을 위해서는 차입금 등 채무를 우선 변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메가마트에서의 호텔농심 맥주 판매 등 사업 시너지 구축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농심은 주류제조 및 판매업을 소유, 호텔 내 매장 허심청에서 맥주를 생산해왔다. 앞서 허심청의 수제 캔맥주 4종을 상품화해 메가마트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호텔농심이 가진 음식료품 제조 판매업을 활용한 자체 브랜드(PB) 상품 개발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 부회장은 호텔농심 대표이사에 오르며 서창헌 메가마트 신선식품 팀장과 정연석 메가마트 김해점장을 호텔농심 이사회 내 기타비상무이사 자리에 배치했다.

메가마트 측은 “기타비상무이사였던 신동익 부회장이 호텔농심 대표이사로 올라선 것은 맞다”면서 “장기적으로는 호텔농심을 완전히 닫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법인을 닫기 전 관련 사전 절차를 신 부회장이 직접 주도하기 위해 대표이사에 선임됐다”고 말했다.

한편 신 부회장은 지난 6월 메가마트 전문경영인 체제를 접고 본인이 대표이사인 오너경영 체제로 전환,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9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미국 내 메가마트 3번째 매장을 새로 개점하기도 했다. 지난 7월 미국 2호점을 낸 지 약 1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