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패션 자체 브랜드(PB)와 외부 업체를 통해 국내에 독점 수입·판매하는 이른바 ‘쿠팡 온리(only)’ 브랜드가 올 들어 20개로 늘었다. 올해 초 6개에서 급증한 것이다.
기존에 외부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편집매장 형태인 C.에비뉴가 무신사, 29CM, W컨셉 등 패션 전문몰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자 아마존의 성공 전략을 본떠 PB와 단독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올 들어 남성 캐주얼 의류 브랜드 시티파이, 10~3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패션 브랜드 아피나르, 축구·테니스 운동복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브랜드 로또 등 신규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였다.
쿠팡의 패션 전략은 2020년 출범한 C.에비뉴로 수렴했다. C.에비뉴는 쿠팡이 유명 의류·화장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온라인 편집숍이다. 직매입으로 가품 논란을 없애고 쿠팡의 대표 서비스인 로켓배송이 가능하다는 것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쿠팡은 출범 초기 빈폴, 라코스테 등 100여개에 불과했던 입점 브랜드 수를 최근 1000개 이상으로 확대하고 에스티로더, 바비브라운 등 고가 화장품군으로 판매 제품 종류를 확대했다.
그러나 출범 약 2년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C.에비뉴가 온라인 패션 분야에서 크게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 못하다는 게 쿠팡 안팎의 평가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강하게 반영되는 패션, 화장품 같은 품목은 종합몰보다 버티컬 커머스(전문몰)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패션 전문몰 중에선 무신사, 29CM, W컨셉, 지그재그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쿠팡 같은 종합몰의 의류 거래액이 5669억원을 기록하는 동안 전문몰은 6091억원으로 나타났다. 가전, 도서, 식품, 생활용품 등 대다수 카테고리에서 종합몰이 전문몰 거래액을 앞서는 것과 상반된다.
쿠팡은 지난 4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에서 영입한 제임스 퀵 부사장을 중심으로 패션 사업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퀵 부사장은 아마존 유럽 의류 부문을 담당하며 다수의 스포츠 브랜드를 유치하는 역할을 맡았다.
쿠팡이 최근 선보인 단독 상품은 PB보다 국내외 의류 전문 제조업체가 만든 제품이 많다. 의류·잡화 개발에 오랜 노하우가 있는 업체를 중심으로 쿠팡이 한국인 체형과 취향에 맞춘 제품을 기획하는 데 적극 참여하는 방식으로 생산이 이뤄진다.
쿠팡의 이런 전략은 아마존을 본뜬 것이다. 아마존 역시 패션 분야 시장점유율 확장에 어려움을 겪자 특정 브랜드 상품을 아마존에서만 판매하도록 독점 계약하는 일종의 PB를 늘렸다.
아마존은 2009년에 처음 PB 제품을 선보인 후 현재 45개 브랜드에서 24만3000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작년 기준 전체 매출의 1%를 차지하고 47억달러(6조7000억원) 규모다.
그런데 패션 매출에서 PB가 차지하는 비중은 9%에 달했다. 유행을 타지 않는 기본 티셔츠, 양말, 스타킹 등이 잘 팔린 덕분이다.
유통업체들이 PB, 단독 제품을 확대하는 것은 소비자의 체류시간을 확대하고 외형을 키우기 위한 목적이 크다. 아마존, 쿠팡 안에서 원하는 모든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것이다. 중간 유통 과정이 없어 수익성이 좋다는 것도 장점이다.
미국 금융회사 웰스파고는 2020년 아마존의 미국 내 의류·신발 매출이 전년 대비 15% 증가하며 410억달러(59조원)를 돌파, 월마트를 20~25% 앞선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