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24가 이마트에서 유상증자를 받는 대신 외부 차입을 확대하면서 홀로서기에 나서고 있다.
올해 연 매출 2조원 돌파,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바라보는 등 실적이 개선되는 가운데 이마트의 자금 사정이 빠듯해지면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24는 지난 2020년 2월 이마트에서 30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은 이후 추가 자금 수혈을 받지 않았다.
2003년 설립된 위드미가 전신인 이마트24는 2014년 신세계(004170)그룹에 인수된 후 2019년 한해를 제외하고 매년 150억원, 많게는 1000억원대의 유상증자를 받았다.
매년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으로는 가맹점 확보를 위한 투자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마트24는 편의점 후발주자로 신세계 인수 당시 점포 수가 500여개에 그쳤다. 당시 CU와 GS25는 이미 8000개가 넘었고 세븐일레븐도 7000개를 돌파했다.
편의점업은 점포 수가 수익성과 직결된다. 점포가 많을수록 제품 구매단가와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2018년 체결된 편의점 산업 거래 공정화를 위한 자율규약(자율규약)에 따라 신규 출점이 어려워졌다.
기존 편의점 반경 100m 이내에 새로운 점포를 문 열 수 없어지면서 편의점 업체들은 통상 본사와 점주 간 계약이 끝나는 5년이 도래한 경쟁사 점포를 유치하기 위해 상생지원금 규모를 확대하며 경쟁을 벌인다.
이마트24는 편의점 자율규약이 체결된 2018년 이마트에서 ‘가맹점 출점 확대에 따른 투자재원 확보’ 명목으로 1100억원을 수혈 받았다.
◇ 자금 사정 빠듯해진 이마트...이마트24, 외부 차입 확대
그러나 2020년부터 사모사채 발행을 늘리는 등 외부 차입을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24의 사모사채 발행은 2019년 3번 450억원 규모로 이뤄졌는데 2020년에는 7번 900억원, 작년에는 4번 550억원 있었다.
금융권 단기 차입금도 2020년 말 460억원에서 작년 말 549억원으로 늘었다.
그동안 자금줄 역할을 하던 이마트가 작년 스타벅스 잔여 지분 인수와 G마켓 인수에 4조원 이상을 투입하면서 재정적인 여유가 없어졌다.
이마트 연결 총차입금은 2020년 말 6조1799억원에서 작년 말 10조1497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12.8%에서 151.9%로 급등했다.
기준금리가 연 3%로 오르면서 이자비용 부담은 커지는데 본업인 대형마트 실적이 부진하다.
올해 상반기 이마트 할인점 매출은 전년 대비 3.5% 늘어난 5조9932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756억원에서 395억원으로 48% 줄었다.
다행히 이마트24 실적은 개선되는 추세다. 2018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뒤 작년 1조918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2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영업적자는 2018년 396억원에서 작년 35억원으로 축소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39억원의 이익을 내 흑자 전환했다.
이마트24의 한 관계자는 “점포 수가 올해 6000개를 돌파하면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완화되면서 유동인구가 늘고, 주류 특화 매장 등 차별화 마케팅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금리 상승으로 이자비용 증가...3강 진입 한층 멀어져
다만 외부 차입을 늘리는 이마트24에게 기준금리 인상은 달갑지 않은 변수다. 이마트24 내부 분석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시장금리가 0.5% 상승하면 단기 차입금에 따른 이자비용이 2억7450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시장금리 변동의 기준이 되는 기준금리를 작년 11월 연 1%에서 지난 10월 3%로 200bp(1bp=0.01%포인트) 인상했다.
세븐일레븐이 지난 4월 미니스톱을 인수하면서 이마트24의 3강 진입이 멀어졌다는 점도 부담이다.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국내 점포 수는 CU 1만6000개, GS25 1만5500개,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이 1만4000개다.
이마트24는 기존 편의점과 차별화하기 위해 가맹점과 본부가 이익을 일정비율로 나누는 로열티 방식이 아닌 점주가 점포를 직접 임차하고 고정 월회비를 내도록 하는 방식의 프랜차이즈 모델을 도입했다.
점주의 경영 자율성을 높인 가맹 모델 덕분에 지난 2018년 편의점 업계 최단기간 3000호점을 문열 수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수익성 문제와 자율규약 영향으로 점포 증가 속도가 더디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편의점 계약이 끝나는 5년을 무사히 넘기고 점포 수를 계속 늘리고 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 만 하다”며 “다만 경쟁사처럼 자체 개발한 디저트나 음료로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능력은 아직 약해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