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례없는 호황을 보였던 골프웨어 시장의 성장세가 하반기 들어 둔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주요 백화점의 골프 상품군 매출 성장률이 상반기와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올해 상반기(1~6월) 전년 대비 40%대 성장하던 골프 상품군의 매출 성장률은 7월 30%, 8월 20%, 9월 15%로 줄어드는 추세다.
업계에선 9~10월이 최대 성수기임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는 진단이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경기 침체 장기화로 골프 입문자가 줄면서 피크아웃(고점 통과)이 시작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를 기점으로 MZ세대(1981~2010년생) 골프 인구가 유입되면서 지난해 골프복 상품군 매출이 전년 대비 60%까지 치솟았으나, 최근 엔데믹(풍토병호화) 영향으로 해외여행이 재개되고 테니스 등 다른 레저로 관심사가 이동하면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골프에 대한 관심사가 줄어든 건 소셜미디어(SNS) 언급량에서도 관찰된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골프’ 관련 SNS 및 뉴스 언급량은 3만8120건으로 한 달 전(6만7825건)보다 44%가량 줄었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선 사용하던 골프채나 골프복을 처분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번개장터에선 올해 1~9월까지 골프 카테고리의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19% 성장했다.
골프복 거래액은 남성복과 여성복이 각각 128%, 76% 늘었다. 젊은 층일수록 중고 골프복을 거래하는 비율이 높았다.
골프복이 패션화 되는 경향과 함께 골프를 중단해 관련 제품을 처분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골프복 업계에선 시장 포화에 따라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현재 국내 골프복 시장은 춘추전국 시대나 다름없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골프복 브랜드는 150여 개로 추정되는데, 이중 3분의 1인 60여 개가 작년 한 해 동안 출범했다. 올해도 수십 개의 크고 작은 골프복 브랜드가 출시됐다.
시장 포화로 양극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지포어, 말본골프 등 주요 프리미엄 브랜드가 인기를 끄는 반면, 중저가 골프웨어 전문 업체들은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루이까스텔을 운영하는 브이엘엔코는 지난해 매출(1274억원)이 전년 대비 5%가량 줄고, 영업손실은 1년 새 93억원에서 312억원으로 불었다. 같은 기간 슈페리어는 매출(679억원)이 5%가량 줄고, 영업손실이 80억원에서 94억원으로 커졌다.
JDX를 운영하는 신한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33%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8%가량 줄었다. 까스텔바작(308100)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했다. 올 상반기엔 매출이 21%가량 늘었으나, 4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런가 하면 해피랜드코퍼레이션의 골프복 스릭슨은 올 하반기부터 오프라인 매장을 접고 온라인 브랜드로 전환했다.
이런 상황에도 골프시장의 열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PXG코리아는 최근 별도법인을 세우고 독일 명품 휴고보스 골프복의 국내 도입을 추진 중이며, 말본골프 운영사인 하이라이트브랜즈는 골프복 브랜드 포트메인을 인수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골프복 시장 규모는 2020년 5조1000억원에서 올해 6조원대로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2014년 7조원대로 정점을 찍고 2018년 2조원대까지 쪼그라든 아웃도어 의류 업계의 수순을 따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골프복 시장이 과열된 경향이 있었다. 코로나 수혜가 끝나고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보는 게 맞다”라며 “앞으로는 경쟁력 있는 브랜드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