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10년 만에 연 3%로 오르면서 순차입금(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것)이 35조원에 육박한 국내 유통 대기업의 이자비용이 급증할 전망이다.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023530), 이마트(139480), 홈플러스는 훼손됐던 이익창출력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3.0%로 인상했다. 지난 7월에 이어 두번째 빅스텝(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이다.

그래픽=이은현

올해 실적 회복을 기대했던 유통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리 인상이 소비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더러 이자비용 부담이 늘어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과 이마트, 홈플러스, 신세계(004170), GS리테일(007070), 현대백화점의 작년 말 기준 순차입금은 34조8645억원에 달한다. 1년 전(32조2680억원)보다 약 2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마트의 순차입금이 2020년 5조5469억원에서 작년 9조5898억원으로 급증하면서 전체 차입금 증가를 이끌었다. 다른 회사들은 순차입금이 전년 대비 줄었거나 1000억원 안팎으로 늘었다.

이마트는 지난해 한국 스타벅스 지분을 17.5% 추가 매입하는데 4700억원, G마켓(구 이베이코리아)을 인수하는 데 3조6000억원을 투입하면서 부채가 확대됐다.

성수동 이마트 본사 전경, /신세계그룹

◇ 대형마트 3사 영업이익 일제히 악화...EBITDA 대비 순차입금 상승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형마트 운영사의 이익창출력은 악화됐다. 이마트의 할인점 영업이익은 2020년 2401억원에서 1856억원으로 23% 줄었다.

이마트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율은 2020년 4.0배에서 작년 5.9배로 상승했다. 이 지표는 현금창출력에 비해 순차입금이 몇 배나 되는지를 의미하며 높을수록 차입금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또 다른 대형마트 운영사인 홈플러스도 2021회계연도(2021년 3월 1일~2022년 2월 28일) 133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율은 작년 2월 9.7배에서 올해 2월 15.8배로 상승했다.

롯데마트를 운영하는 롯데쇼핑도 할인점 영업적자가 2020년 130억원에서 작년 320억원으로 확대됐다. 이 기간 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율은 롯데쇼핑도 7.1배에서 7.6배로 올랐다.

반면 백화점을 보유한 신세계, 현대백화점은 영업이익이 증가하면서 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율도 떨어졌다. 편의점, 홈쇼핑을 영위하는 GS리테일은 영업이익은 소폭 줄었으나 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율은 하락했다.

◇ 금리인상에 유통업체, 영업활동으로 번 돈 이자비용의 5.1배→4배로

최근 인플레이션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형마트 3사는 반값 치킨, 스테이크, 도시락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며 이커머스에 뺏긴 고객 탈환에 나서고 있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 하다.

홈플러스가 10월 개천절·한글날 황금연휴를 겨냥해 2주 연속 '골든위크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 홈플러스 제공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기업 평균 조달금리가 작년 대비 175bp(1bp=0.01%포인트) 상승하고 내년엔 250bp 오른다고 할 때 유통업체들의 이자비용 대비 EBITDA는 5.1배에서 4배로 하락할 전망이다.

이자비용 대비 EBITDA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번 현금이 이자비용의 몇 배수 인지를 의미한다. 이 배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비용을 감내하기가 이전보다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12일 한국은행이 빅스텝을 단행하며 지난 1년 간 기준금리가 200bp 인상돼 한신평의 시나리오가 절반은 현실화 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최종 금리 수준을 3.5%로 보는 시각도 있다는 질문에 “다수 금융통화위원이 말한 수준과 다르지 않다”고 밝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 금리 0.5%P 오르면 기업 年 이자부담액 6.13兆 늘어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하면 국내 기업의 연 이자 상환 부담액이 6조1300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상 시중은행은 중앙은행이 긴축 정책을 계속할 때 대출금리를 기준금리 이상으로 인상하려는 경향이 있다.

유통 대기업들은 올해부터 인수 후 통합(Post Merger Integration, PMI) 작업과 쿠팡 등 이커머스에 대항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에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었지만 급격한 자금 조달 시장 위축에 몸을 사리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 기간 확정했던 투자 계획은 일단 원점에서 재검토 하는 분위기”라며 “새롭게 자금을 투입하기 보다 기존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지난 2년 간 물적·인적 투자를 통해 성장하고 확장하는 전략을 펴왔다면, 이제는 보유한 자산이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하는 방안을 치밀하게 고민할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신세계그룹의 경우 백화점과 아웃렛, SSG닷컴과 G마켓을 어떻게 하나로 묶을 것인 지가 관건”이라며 “소비자들이 오프라인과 온라인 경험을 함께 가져가도록 진화하는 게 해답”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