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 기업 한샘(009240)이 인테리어 시공 무한책임제를 꺼내 든다.

LX하우시스(108670)현대리바트(079430) 등이 잇따라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이 심해졌고, 주택 거래 위축까지 겹치며 매출 감소 코너에 몰린 한샘이 ‘초강수’를 꺼냈다는 분석이다.

한샘 시공 협력 기사가 가구를 시공하고 있다. /한샘 제공

11일 가구업계에 따르면 한샘은 이달 중순 ‘한샘 인테리어 시공 무한책임 시스템’(가칭)을 공표하기로 했다. 인테리어·리모델링 시공 이후 바닥이 들뜨거나 벽지가 훼손되는 등 하자 발생 시 직접 사후관리를 진행하겠다는 것으로, 무한책임 시스템을 알리는 TV 광고도 예정했다.

한샘은 그동안 꾸준히 자체 시공인력을 통한 책임시공을 내세워 왔지만, 시공 사후관리에 무한책임을 덧붙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월 ‘시공 프로세스 혁신’, ‘고객 경험 혁신’을 중장기 전략으로 꺼냈던 김진태 한샘 대표가 직접 무한책임 공표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의 한샘 인수로 대표에 선임된 김 대표는 인테리어 사업 부문인 홈리모델링에서의 품질 혁신을 주창해 왔다. 그는 앞서 리하우스와 키친바흐로 각각 분리돼 있던 본부를 홈리모델링사업부문으로 통합하고 직접 사업을 이끌고 있다.

한샘은 우선 ‘실측·견적’, ‘공사’, ‘공사 관리’로 이어지는 인테리어 전 과정에 한샘과 직접 계약한 시공 협력 기사만을 투입하고, 공사 감리 자격을 가진 한샘 소속 인력을 현장관리자(PM)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2020년 30명 수준이었던 PM을 100여 명으로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계약서에 ‘이미 한샘이 시공한 현장은 하자 보수를 책임진다’는 내용을 포함하기로 정했다. 공사 실명제도 도입한다. PM이 직접 시공 하자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시공 품질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고 하자가 있으면 해당 PM이 책임지고 추가 시공을 하는 게 골자다.

한샘은 인테리어 시공 무한책임제가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테리어·리모델링 수요가 증가하면서 고객 피해도 덩달아 증가해 불량 시공 등이 인테리어 수요를 줄인 원인이 됐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인테리어 관련 소비자 피해 구제 신청 건수는 총 1752건으로, 지난해에만 568건이 접수됐다. 전년 412건과 비교해 38% 늘었다. 피해 유형은 ‘하자 보수 미이행 및 지연’이 429건(24.5%)으로 가장 많았고, ‘시공·마감 등 불량’ 249건(14.2%)으로 뒤를 이었다.

한샘 관계자는 “시공 부실 등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선 인테리어를 하다 늙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면서 “한샘은 전기, 목공, 설비 등 기본 공사부터 전 공정을 한샘 시공 협력 기사가 진행하는 ‘책임시공’ 시스템을 구축했고, 최근 이를 무한책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은현

시장 악화도 한샘의 시공 무한책임이란 초강수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2020년 41조원 수준에서 지난해 60조원으로 커졌던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은 올해 들어 완전히 위축됐다.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거래량이 줄면서 이사 전·후 집을 꾸미려는 인테리어 수요도 꺾였다.

여기에 경쟁은 오히려 심화됐다. LX하우시스, 현대리바트는 물론 KCC글라스 등도 지난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으로 뛰어들면서 한샘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 2분기 한샘의 홈리모델링 매출은 1761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6% 넘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샘의 사업은 크게 홈리모델링과 가구인 홈퍼니싱, 가구 납품인 기업 간 거래(B2B) 등으로 나뉜다.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이 홈리모델링이다. 한샘 전체 매출액의 35~40%가량을 차지한다. 홈리모델링의 부진은 곧장 한샘 전체의 타격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인테리어업계 한 관계자는 “인테리어 품질은 개인 만족의 영역이라 시공 책임에 대해선 기업들의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면서 “가장 많은 시공 협력 인력을 갖췄다는 데 더해 더 이상은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에서 물러날 수 없다는 판단에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샘은 이번 인테리어 시공 무한책임제 도입에 더해 집 전체 리모델링 공사 시공 기간을 최대 5일로 하는 ‘리모델링 5일 시공’까지 선보이는 등 홈리모델링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2026년까지 홈리모델링 부문 매출을 2조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한샘 측은 “5000여 명의 전문 설계상담 인력, 8000여 명에 이르는 시공 협력 기사 등 오프라인 리모델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한샘몰 강화를 통해 국내 인테리어 기업이 갖지 못한 초격차 경쟁력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