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인터넷으로 보세 옷을 사는 것보다 백화점에서 보세 옷 사는 게 훨씬 싸요”

지난 23일 오후 6시 30분쯤 방문한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4층 중고품 전문관에는 20대~30대로 추정되는 젊은 고객 20명가량이 중고 옷과 중고 명품 가방 등을 구경하고 있었다.

현대백화점은 유플렉스 4층 전체를 업계 최초 중고품 전문관으로 만들었다. 중고 옷을 파는 마켓인유, 중고 명품 시계 등을 판매하는 서울워치, 중고 명품 가방을 판매하는 미벤트 매장이 입점했다.

이날 마켓인유 매장을 들른 대학생 홍서현(20)씨는 소셜미디어(SNS) 광고를 보고 개장 일주일 만에 매장을 두 번 방문했다고 말했다.

홍 씨는 “개점 날 할인쿠폰까지 써서 중고 보세 옷 4개를 6만8000원에 구매했다”며 “오늘도 인터넷에서 8만원대인 가을 재킷을 4만원대에 구매했다”고 말했다.

미벤트 매장에서 루이비통 가방의 가격표를 살펴보던 직장인 김모(30) 씨는 “현대백화점에서 중고 명품을 팔고 있다고 해서 왔는데 생각보다 저렴해 구매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신촌 유플렉스 4층에 위치한 '마켓인유' 매장. /이신혜 기자

서울워치 매니저 A씨는 “연식이 오래된 명품 시계가 대부분이지만 6000만원대 롤렉스 시계를 2000만원대에 판매한다”며 “당장은 백화점 매장 단기계약이지만 신사본점에 있는 750개 제품 중 400개를 매장에 배치했고 정품 인증 및 무상수리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더현대서울에 입점한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번개장터’의 오프라인 매장 브그즈트랩(BGZT lab)의 방문자 수도 지난달 말 기준 40만명을 돌파했다.

이같은 추세에 현대백화점뿐만 아니라 타 백화점도 중고 거래 플랫폼에 투자하는 등 중고 거래 시장을 눈독 들이고 있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배우자인 문성욱씨가 대표로 있는 시그나이트파트너스(신세계그룹CVC)는 지난 1월 ‘번개장터’의 신규 투자자가 됐다. 당시 투자 금액은 총 820억원으로, 투자자로는 신한금융그룹·미래에셋캐피탈 등이 있다.

지난 8월말부터는 SSG닷컴 내 번개장터가 만든 명품 편집숍 ‘BGZT Collection’이 신규 파트너사로 입점해, SSG닷컴이 직접 매입한 리셀(재판매) 신상품 및 중고 명품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부산 광복점 '클로젯셰어' 임시매장.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은 부산 광복점에서 패션 셰어링(공유) 플랫폼 ‘클로젯셰어’의 임시매장을 내고 지난 22일까지 행사를 진행했다.

국내외 중고 상품을 최대 7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유명 브랜드 의류를 2만~3만원대로 선보여 사전 물량이 이틀 만에 동 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광복점에 이어 경남 창원점에서도 이달 29일까지 임시매장 행사를 진행 중이며, 추후 경기 안산점 등 수도권에서도 추가로 임시매장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중고나라를 사모펀드와 공동으로 중고나라 지분 95%가량을 인수한 바 있다. 롯데쇼핑이 SI(전략적 투자자)로 나선 만큼 경영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중고 거래 플랫폼과의 본격적인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고가 상품을 주로 판매했던 백화점이 중고품 전문관을 열고 중고 거래 플랫폼 투자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중고품에 대한 MZ세대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지난해 중고 명품시장의 매출 규모가 2017년에 비해 65%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 업체에 따르면 같은 기간 신제품 명품 매출은 12% 증가했다. 신제품보다 중고 명품의 매출이 큰 폭으로 역전한 것이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추후 주 고객층이 될 MZ세대 고객들이 중고품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투자 등을 통해 차세대 시장을 선점하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백화점들이 중고 관련 판매를 계속해서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