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랜드마크 국제금융센터(IFC) 인수전이 매수자와 매도자 간 국제분쟁으로 번지며 표류하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때부터 4조원이 넘는 거래가를 두고 부동산 업계에서 논란이 있었고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경색으로 당분간 새 주인 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은 IFC 매매 협상을 진행중인 캐나다 브룩필드자산운용(브룩필드)에 지급한 이행보증금 2000억원을 돌려받기 위해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에 제소했다.
미래에셋은 IFC 오피스 3개동과 콘래드호텔, IFC몰 5개 부동산에 4조1000억원이란 고액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5월 브룩필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보증금을 납입했다.
4조원이 넘는 인수금액은 리츠(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와 대출 등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었는데 국토교통부가 부채비율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리츠 영업인가를 거부하면서 계획이 꼬였다.
미래에셋은 리츠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매입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브룩필드가 거부했고, 양해각서상 우선협상 기간까지 영업인가를 받지 못하면 보증금 전액을 반환 받는 조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반년 만에 4조원대로 뛴 IFC 몸값...금리인상에 기대수익률은 하락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IFC 몸값이 4조원대로 치솟으면서 기대수익률이 너무 내려가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은다.
브룩필드가 IFC 매각을 본격화한 작년 말 거론되던 가격은 3조원대였다. 브룩필드가 2016년 인수한 가격인 2조5500억원과 비교해 5년 만에 1조원 가량이 오른 것이다.
이 가격도 충분히 높아 매입금 대비 수익률이 다른 주요 지역 상업용 건물 대비 낮을 것으로 추정됐는데 불과 반년 사이 4조원대로 껑충 뛴 것이다. 국내 상업용 오피스 거래 사상 최대 금액이다.
브룩필드가 매각주관사와 반년에 걸쳐 3차례나 입찰을 진행하며 신중하게 매수자를 고르는 사이 금융시장 환경이 급변한 것도 리스크가 됐다.
브룩필드가 IFC를 매입할 때 건물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선순위 대출을 받을 때 금리는 3%대 초반이었다. 현재는 5%대 중반으로 올랐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건물을 사면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국을 시작으로 한 전세계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매입금 대비 수익률이 대출금리보다 낮은 사례가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브룩필드가 거래 무산을 명분 삼아 IFC 재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미래에셋과 함께 IFC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이지스자산운용과 신세계프라퍼티 컨소시엄에 주목한다.
신세계그룹은 경쟁사인 현대백화점(069960)이 대형 상권 불모지로 여겨졌던 여의도에 더현대서울을 만들어 흥행시킨 점과, 더현대서울 개관 이후에도 IFC가 매월 두자릿수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며 선방한 점 등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의 한 관계자는 “일단 양사 간 분쟁조정이 마무리 돼야 하고, 인수 주체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브룩필드가 재매각을 추진한다고 해도 가격대는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자본조달력이 가장 큰 미래에셋이 거래를 중단했다는 점이 부동산 업계에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며 “국내보다 해외에서 투자자를 물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