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인삼공사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해외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면세점 매출 등 수익이 줄면서 시장 다변화 필요성이 높아져서다.

다만 중국 실적 회복 여부도 무시할 수 없다.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데다 주력 상품인 홍삼에 대한 이해 및 관심이 가장 높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 3월 취임한 ‘중국통’ 허철호 사장의 리더십과도 직결된다.

그래픽=이은현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인삼공사는 최근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유통망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현지 연락사무소를 거점으로 협력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유통망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해외 법인 대신 협력사를 통한 접근에 무게를 둔 건 아직 국내 시장에 비해 삼(蔘)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다. 현지 업체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되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은 높다는 점을 주목했다. 구체적으로는 숍인숍(Shop in shop)과 약국 입점 및 온라인 채널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인삼공사 관계자는 “중국에 이어 진출했던 지역에서 판매 경로를 적극적으로 확장하려는 것”이라며 “동남아는 유럽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삼이라는 소재를 이해하고 있어서 유통망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달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대형 체인 약국 약사들을 초청한 콘퍼런스도 열었다. 국내와 달리 중동은 홍삼 제품의 주요 판매 채널이 약국인 만큼, 약사들을 대상으로 삼의 역사와 효능을 교육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허철호 KGC인삼공사 사장. /KGC인삼공사

이러한 조치는 인삼공사가 코로나19로 실적 악화에 빠진 가운데 67년생 허 사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한 시기와 맞물린다. 중국사업실장으로서 글로벌 사업의 중심 축인 중국 시장을 총괄하고 사업을 이끈 경험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이후 이 회사의 수익은 꾸준히 감소했다. 2019년 1447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863억 원으로 급감했다.

매출액도 1조4037억 원에서 1조2928억 원으로 줄었다.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면세점 채널의 판매 부진 때문이다.

올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2462억 원, 3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 54% 감소했다. 수출 역시 12% 줄어든 355억 원이었다. 인삼공사 측은 “중국 상해 봉쇄 및 미국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수출이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사측은 이른바 ‘추석 특수’를 누려왔던 3분기 실적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 상품인 정관장은 면세점에서 이른바 ‘건강기능식품계의 샤넬’로 불릴 만큼 인기가 높지만, 중국 봉쇄 이후 다이궁(중국 보따리상)의 국내 면세점 방문은 물론 해외 면세점 매출도 줄었다.

업계에선 3분기 매출이 코로나 이전 수준의 50%에 그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한 대형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2019년 대비 정관장 매출이 4분의 1로 줄었고 ▲면세점 실적은 코로나 이전의 50%도 회복이 안된 만큼 ▲정관장 등 면세점 인기 상품들도 전체 추이를 크게 벗어나긴 어렵다고 했다.

한편 인삼공사는 홍삼 위주의 사업에서 나아가 건기식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데도 무게를 두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차원에서 ‘동인비’ 화장품 등 비식품군 매출이 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올 2분기의 경우, 홍삼 제품과 비홍삼 제품(천녹, 화장품 등)의 매출 비율은 각각 88%, 12%였다. 지난 분기 대비 비홍삼군은 0.9%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비홍삼 제품은 원재료인 홍삼에 대한 시장의 이해와 신뢰도가 필수적인 만큼, 당분간은 국내 사업 확장에 한정할 방침이다.

인삼공사 관계자는 “중국 시장이 워낙 크고 중요하기 때문에 탈(脫)중국보다는 동남아와 UAE 등 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며 “허철호 사장이 중국에 대한 이해도와 경험치가 높지만, 지금은 중국 봉쇄 때문에 상해 법인에 한 번 가는 데만 10일 넘게 걸릴 만큼 현지 사정 파악도, 접근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향후 실적과 관련해선 “올해 3분기부터는 매출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본다”며 “추석 시즌과 올해 4분기에 걸쳐 국내 및 수출 전용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