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그룹이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 고삐를 다시 죄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중국 실적이 타격을 입었지만,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수요를 여전히 놓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로고.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근 중국 최대 면세점 운영 업체인 ‘중국국영면세품그룹’(CDFG)의 모기업 ‘중국중면’(中国中免·CTG)를 대상으로 최소 1억달러(약 1340억원) 규모의 코너스톤 투자 참여를 결정했다.

코너스톤 제도는 기관투자자나 특정 회사가 기업공개(IPO) 전 공모가가 확정되지 않았을 때 일정 금액의 공모주 투자를 약속하고 추후 배정 받는 제도다.

국내에선 2017년부터 도입 논의가 시작됐지만, 법적 근거가 확보되지 않아 속도를 내지 못했다. 증권신고서 제출 이전에 투자자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자본시장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CTG는 홍콩 IPO 공모가를 158홍콩달러(약 20.1달러·한화 2만7000원)로 결정하고, 오는 25일부터 홍콩 증시에서 거래를 시작한다. 공모가 확정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은 총 496만8200주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장일 전에 납입할 예정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CTG가 이번 상장으로 21억달러(약 2조8000억원) 규모를 조달한다며 “올 들어 홍콩 증시 최대 규모의 IPO”라고 전했다.

중국 최대 면세품 유통업체 CDFG가 운영하는 중국 면세점 CDF몰. /CDFG 홈페이지

◇中 실적 부진에 亞 매출 ‘뚝’...봉쇄 완화 후 수요 증가에 무게

이번 투자는 국내 화장품·패션 대기업들의 ‘탈(脫)중국’ 기조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시장 다각화 차원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북미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해 중국 내 모든 에뛰드하우스 오프라인 매장 문을 닫았다. 헤라도 주력 채널인 소셜미디어(SNS) 판매를 접었다. 주 브랜드인 이니스프리는 중국 매장의 절반인 140여개를 연내 철수할 예정이다.

중국 실적 부진은 아시아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올해 2분기 아시아 부문 매출은 39% 감소했다. 중국 내 매출이 50% 이상 줄어든 결과다.

사측은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주요 도시 봉쇄로 생산, 물류 및 매장 운영이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젊은 층의 ‘애국 소비’(궈차오) 열풍으로 중국 토종 브랜드가 약진한 영향도 컸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 채널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의 초강경 봉쇄 기조가 최고조에 달한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봉쇄 완화 이후의 내수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CDFG는 2020년 말 영국 면세 전문지 무디리포트가 선정한 ‘세계 1위 면세점’에 등극할 정도로 몸집을 키웠다. 정부 차원에서 하이난을 면세 특구로 개발하는 등 면세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어서다. CDFG는 하이난 면세점의 최대 운영사다.

향후 중국인의 현지 관광이 회복되면, 아모레퍼시픽은 대규모 투자를 기반으로 대(對)중국 화장품 수출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사업의 개선은 그룹 전체 실적 회복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기업 차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사업을 하는 만큼 이번 건도 단순 투자 목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며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북미를 주목하는 건 맞지만, 중국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 시장을 내려놓은 적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