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다 폐업한다고 나도 힘들다는 건 핑계예요. 배달·온라인·차별화 등 줄 서는 식당은 있잖아요."
'중화요리의 대가' 이연복(63) 셰프가 "요즘 사람들은 장사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며 후계자를 찾는 프로그램에 등장했다. 이 셰프는 17세부터 중식당 '호화대반점'의 막내로 들어간 것을 시작으로 주한 대만 대사관 조리장을 거쳐, 60대인 지금까지도 칼을 잡고 요리하고 있다.
그는 '생활의 달인'부터 '냉장고를 부탁해', '현지에서 먹힐까?' 등 유명 방송에 나와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 셰프가 서울과 부산에서 운영하는 중식당 '목란'의 하루 매출(공휴일 기준)은 1000만원을 넘는다.
이 셰프가 본인의 자장·짬뽕 레시피를 전수하고, 경영 노하우를 알려주는 '후계자'를 양성하기로 한 것은 배달플랫폼 '배달의민족'이 제안한 데서 시작됐다. 박미카엘 배민아카데미 파트장이 이 셰프에게 "중화요리 부흥, 참된 자영업자 양성을 목표로 만들어보자"며 기획한 '후계자를 찾습니다'는 17일 오전 8시 기준 약 한 달 만에 유튜브 조회수 317만회를 넘겼다.
이 프로그램은 새우 완자를 만드는 미션부터 배달·접대 등을 경험할 수 있는 실제 매장 운영 미션까지 매회마다 다른 미션을 준다. 이연복 셰프의 제자인 왕병호 셰프, 정지선 셰프, 최형진 셰프가 함께 심사와 멘토링에 참여했다. 최종 16인은 6주간 배민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고, 최종 1인은 배달 전문 가게를 운영할 기회를 갖는다.
조선비즈는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 이연복 셰프의 쿠킹스튜디오인 '웍스튜디오'에서 프로그램 출연자인 이연복 셰프와 프로그램 기획자인 박미카엘 배민아카데미 파트장을 만났다.
◇ "구멍가게 하나 여는데도 1억원 이상, 경력 쌓는 것이 중요"
이 셰프는 "변두리에 구멍가게 하나 여는데도 최소 1억원이 넘게 드는데 요식업을 제대로 알리자는 취지에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부터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폐업한 사람들의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메시지를 보낸 대부분은 유튜브를 보고 요리를 배웠다거나, 경력 6개월 미만의 초보들인 경우가 다수였다고 한다.
그는 "중식을 배울 때 등 너머로 선배들의 요리를 보면 혼나고 (선배의) 칼이나 국자만 만져도 싫어했지만, 이젠 누구나 쉽게 배우고 활용할 환경이 됐다"며 가게를 열기 위해서는 밑바닥부터 시작한 경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후계자라는 단어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셰프는 "내 기준 후계자가 되려면 최소 10년 이상은 봐야 한다"며 "이 프로그램 우승자도 열심히 한다면 제자 정도는 되겠지만 후계자가 되려면 우리 가게 홀서빙부터 시작해 장기간 배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마진 적어도 멘보샤·동파육 같은 '특화 메뉴' 개발하라
'후계자를 찾습니다' 프로그램에서 이 셰프를 비롯한 심사위원단은 특화 메뉴를 강조한다.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음식이라면 내세울 것도 없다는 의미에서다. 그래서 도전자들이 요리 방법이나 소스 활용 등에서 기존 중식과 차별화한 퓨전 중화요리를 선보이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중식에서 잘 쓰지 않는 깻잎과 쑥갓을 쓴 유린기 소스, 멕시코식 토마토 살사 소스를 쓴 우럭찜, 중남미 지역의 세비체 스타일 생선스테이크 등 창의적인 요리들이 나왔다.
이런 미션은 이 셰프의 소신이 반영됐다. 남는 돈이 별로 없더라도 '이 집 밖에 없는 메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신조다.
이 셰프가 밝힌 목란의 특화 메뉴는 '멘보샤와 동파육'이다. 초기에는 3개 정도만 팔리던 멘보샤와 동파육은 입소문이 나 하루에도 수십개가 나가고 있다. 멘보샤는 새우를 일일이 다져야 하고, 동파육은 육수 조리부터 20시간 넘게 걸리는 까다로운 메뉴다. 원자잿값이 많이 들어도 여기서만 맛볼 수 있다는 자부심에 메뉴를 유지하고 있다.
◇ '위기는 곧 기회' 코로나로 적자…지금은 온라인 밀키트 매출로 함박웃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2022년 상반기 실적 및 하반기 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3명 중 1명은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폐업을 고려하는 이유로는 '영업실적 감소'(32.4%), '임차료 등 고정비 부담'(16.2%), '자금 사정 악화 및 대출 상환 부담'(14.2%) 등의 순이다.
이 셰프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인원 제한이 생기자 적자도 1억2000만원까지 늘어났다.
그는 이런 상황도 대비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장사꾼'이라며 "광우병이나 돼지열병이 오면 자영업자는 휘청휘청할 텐데 가격이 한 번 오르면 잘 떨어지지도 않으니 그다음 단계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안으로 '온라인'과 '배달'을 꼽았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았던 이 셰프는 생각을 전환해 식당에 오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 온라인 판매에 나섰다. 지금은 이 셰프 본인의 방송 출연과 목란 운영 매출을 더한 것보다 밀키트(반조리 식품) 매출이 훨씬 많다고 답했다.
배달은 예전에 배달원이 수금 금액과 오토바이까지 훔친 뒤로 계획은 없지만, 젊은 사장들에게 배달 전문 매장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민이 후계자 양성 콘텐츠 만드는 이유
배민이 '후계자를 찾습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은 수익창출 목적보다는 배민아카데미를 알리기 위함이었다. 박미카엘 파트장은 "중식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도전자부터 폐업한 자영업자, 조리학교 학생 등 3730명이 이 프로그램에 지원했다"며 "모든 지원자의 영상을 보고 성실히 평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진정성을 갖기 위해 배민 수수료가 얼마인지, 배달 플랫폼 타사와의 차별점이 무엇인지 교육 프로그램에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민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외식업을 하는 분들이 배민아카데미를 찾길 바라는 마음에 콘텐츠도 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파트장은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에서도 우리 프로그램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희망 사항"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