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지난 6월말 출시한 ‘1마리 6990원’짜리 당당치킨(당일제조 당일판매라는 뜻) 열풍이 심상치 않다. 출시 한달여 만에 32만마리, 1분에 5마리 꼴로 팔렸고 전국 점포는 치킨런(치킨과 오픈런의 합성어. 치킨을 사기 위해 오픈하자마자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하는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당당치킨 출시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작년 취임한 이제훈 홈플러스 대표가 이전에 KFC코리아 대표를 지냈다는 사실을 근거로 ‘치킨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제대로 만들었다’는 글이 확산했다.

기업들이 외부업체를 고용해 진행하는 바이럴 마케팅(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자연스럽게 제품을 홍보하는 것)으로 착각할 법 하지만 아니다. 홈플러스는 당당치킨 출시 초기에 흔한 보도자료 하나 내지 않았다. 당당치킨을 맛본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주변에 추천하는 선순환이 일어났다.

프랜차이즈 치킨값이 배달료까지 합해 2만~3만원인 시대에 3분의1 가격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인기 요인이지만 먹어본 사람들은 ‘자극적이지 않고 바삭하다’, ‘이 정도 가격이면 충분히 사먹을 만 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홈플러스가 6월 30일 출시한 '1마리 6990원' 당당치킨. / 홈플러스 제공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 때문에 12년 전 롯데마트가 한마리에 5000원짜리 통큰 치킨을 출시했을 때보다 소비자 반응이 더 뜨겁다. 당시 프랜차이즈 치킨업계가 ‘대기업의 횡포’라며 비판하자 롯데마트는 치킨 판매를 중단해야 했다.

지금도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들 사이에서 “6990원에 팔면서 이윤이 남는다는게 말이 되냐. 미끼상품이다”라는 지적이 제기되지만 홈플러스는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 없다. 뜨거운 관심에 힘입어 후라이드, 양념에 이은 신제품을 준비중이다.

당당치킨은 ‘1인용 치킨을 저렴하게 내놓으면 어떻겠나’라는 이제훈 대표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그동안 홈플러스는 2마리 짜리 치킨을 팔았다.

당당치킨을 개발한 한상인 홈플러스 메뉴개발총괄은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두달 가까이 매일 점심 치킨을 먹어가며 만든 제품”이라며 “염지(고기를 소금 등 조미료에 절이는 것)를 약하게 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더라도 육즙과 식감이 오랫동안 살아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한상인 메뉴개발총괄 이사.

염지를 강하게 한 생닭을 갓 튀겨 먹으면 소금기와 육즙이 더해져 짭쪼름한 맛이 확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름기가 빠지면서 느끼하고 퍽퍽해진다. 소금이 많이 들어갈수록 삼투압(액체가 저농도에서 고농도로 이동하는 현상)이 활발하게 일어나 수분이 빨리 날아가기 때문이다.

1979년생인 한 이사는 홈플러스가 지난 5월 외부에서 전격 영입한 인물이다. 그는 세계 3대 요리학교인 프랑스 르 꼬르동 블루 출신으로 유명 호텔과 CJ(001040)푸드빌·도미노피자코리아·신세계(004170)·이랜드에서 유명 외식 브랜드를 새롭게 선보이거나 개편하는 과정에서 메뉴를 개발하는 업무를 했다.

40대 초반인 그에게 임원 직급을 주고, 메뉴개발총괄 조직을 신설해 20명의 직원을 소속시킨 것도 홈플러스에선 파격적인 결단이다. 홈플러스에선 통상 한 조직당 최대 10명이 근무한다. 그만큼 ‘홈플러스 대표 메뉴 개발’에 대한 회사의 의지가 강했다.

한 이사는 “홈플러스에 오는 소비자들이 ‘우리집 식사를 다 해결할 수 있는 곳’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한 이사와의 일문일답.

후라이드 치킨 1마리를 6990원에 파는데 이윤이 어떻게 남나.

“본사에서 직접 원재료를 대량구매하고 매장에서 전문직원들이 수작업으로 직접 조리해 판매가를 낮출 수 있었다. 다만 원가를 낮추기 위해 원재료를 희생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반드시 지키고 있다.(당당치킨은 100% 국내산 냉장 생닭과 순식물성 식용유를 쓴다.)”

생닭 구매량은 프랜차이즈 치킨업체가 훨씬 더 많다. 그러나 홈플러스에 따르면 ▲1인용 치킨이란 취지에 맞게 프랜차이즈 업체보다 작은 크기의 닭을 사용한다는 점 ▲곁들여 먹는 치킨무·소스·음료 등을 제공하지 않고 ▲가맹비나 추가 인건비, 배달비 등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 상대적으로 판매가를 낮출 수 있었던 요인이다.

1마리에 2~3만원인 치킨 프랜차이즈 제품과 당당치킨을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다.

“프랜차이즈 배달치킨과 마트 치킨은 소비자 니즈(수요)가 분명히 다르다. 당당치킨은 배달치킨과 경쟁하려고 개발한 제품이 아니다.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제공하자는 생각으로 샐러드, 샌드위치 등 다른 신제품을 내놓듯이 평범하게 출시했던 상품이다.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

홈플러스가 기존에도 치킨을 판매했는데, 당당치킨은 어떤 차별점이 있나.

“5월에 입사한 뒤 6월 30일에 당당치킨을 출시했으니 거의 두달이 걸렸다.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바삭한 정도와 육즙, 육질을 형성하는 염도를 찾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했고 점심은 거의 포기했다. 매일 치킨을 먹었다.

당당치킨의 핵심은 염지를 약하게 한 것이다. 염지를 강하게 하면 바로 먹을 땐 맛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름이 빠지면서 느끼하고 퍽퍽해진다. 염지를 약하게 하면 싱겁다고 느끼는 고객들이 있을 수 있지만, 삼투압이 덜 일어나 육즙이 좀 더 유지되고 식감도 오래 살아있다. "

11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식품매장 당당치킨 판매 코너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오후 5시쯤 2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 / 이현승 기자

1마리에 7990원인 달콤양념치킨 소스는 어떻게 개발했나.

“고객들의 호불호가 최대한 없을 맛을 찾아 개발하는데 중점을 뒀다. 개발하다보면 중간중간 ‘조금만 더 매콤하면 어떨까’, ‘조금만 더 자극적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최고의 맛은 아닐 수 있지만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맛’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당당치킨 이외에 어떤 제품을 출시했나.

“홈플러스에 5월에 입사한 뒤 석달 간 신제품을 45개 내놨다. 작년에 홈플러스 델리 신제품이 67개였으니 제품 출시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다. 처음 왔을때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나 나들이 고객을 위한 제품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빈 공간을 채우려고 했다.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장인을 겨냥한 제품이 많다. 샌드위치, 샐러드, 강정으로 구성된 샌드위치 피크닉 박스(7990원), 4000원대 키토에그랩 샌드위치, 와사비크래미랩 샌드위치 등이 있다.”

그동안 호텔, 외식업계에서 주로 근무했는데 대형마트로 옮긴 이유가 있나.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마트 델리(즉석조리식품) 코너로 이동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가가 계속 고공행진하고 있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외식도 어려워졌다.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마트에 들러 장을 보면서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이 늘 것 같은데 고객이 원하는 메뉴를 선보인다면 시장이 정말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외식 메뉴를 개발하는 것과 마트 제품을 만드는 것이 어떻게 다른가.

“마트 델리 제품은 고객이 구입할 때까지 매장에서 기다려야 하는 음식이다. 고객이 집에 가져가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맛이나 식감이 유지되게 소스를 개발하고 조리해야 한다.

고객이 집으로 가져가는 과정에서 제품이 흐트러지기도 하고 식으면서 식감이 달라지기도 하는 등 변수가 많다. 그 변수를 다 계산해 테스트하기 때문에 개발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에 맞는 소스와 재료 등 기존에 알던 지식과 달라질 때가 있어 어렵다.”

제품을 출시했는데 잘 안 된 경우도 있었나.

“연어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6000원대에 출시한 적이 있는데 잘 안됐다. 그 이후로는 마트에선 가격이 확실히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고 그 부분을 신경써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잘 안된 제품에 대해선 미련을 안두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