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점. /신세계면세점

신세계면세점은 이달까지 맥, 에스티로더 등 유통 기한이 임박한 화장품 70여 개를 온라인에서 40~70% 할인합니다.

27달러(3만5000원)짜리 립스틱을 13.5달러(1만7500원)에, 57달러(7만5000원)짜리 파운데이션을 28.5달러(3만7500원)에 구매할 수 있죠.

출국 2개월 전까지 구매 가능하며 출국일을 변경할 경우 유통 기한이 지날 수 있다는 게 면세점 측 설명인데요.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은 상품을 직매입해서 판매하는 구조”라며 “화장품은 유통 기한이 있어 할인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면세점이 재고 관리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세일에 나섰습니다. 면세점은 백화점과 달리 제품을 직매입하는 구조인데요. 제품을 대거 사들이고 저렴하게 판매하며 이익을 보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지만 코로나와 고환율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면세점에서 주로 판매하는 화장품, 옷, 가방은 유행에 민감한데 손님이 없으니 제때 판매하지 못하고 폐기 처분하며 손실로 처리하게 되는 것이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신세계면세점(신세계DF)은 3416억원,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6258억원, 현대백화점면세점을 운영하는 현대백화점은 3650억원의 재고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가장 많은 재고자산이 있는 면세점은 롯데입니다. 1조원 안팎의 재고 자산을 보유하고 있죠.

롯데면세점이 지난 5월부터 세븐일레븐 편의점 앱(애플리케이션)에서 발리, 토리버치 등 6개 브랜드 가방과 신발, 지갑 등을 최대 50% 할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내수 통관 제품으로 고객은 별도 출국 과정 없이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데요. 면세점이 100% 정품을 보증하며 지정한 장소로 2~3일 내 무료 배송해줍니다.

세븐일레븐 측은 “앱 이용자 대부분이 20~30대”라며 “이들의 명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면세품을 선보였다”고 하는데요.

신라면세점도 작년부터 쿠팡에서 명품 시계 등 100여 개 브랜드를 정상가보다 최대 74%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수입 통관 절차를 거친 면세품으로 고객에게 바로 배송됩니다. 내국인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죠.

관세청은 지난 3월 국내를 방문하지 않은 외국인도 시내 면세점의 국산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신세계·신라·롯데면세점은 중국인을 겨냥해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판매하는 역직구몰을 열었는데요.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중국 배송은 알리바바 물류 자회사 차이냐오가 맡고 중국 외 배송은 국제 특급 우편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3~4달 준비 기간을 거쳐 역직구몰을 선보였다”며 “새로운 판로를 개척한다는 의미도 있고 현재 외국인 방한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브랜드를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는데요.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역직구몰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동안 면세점 매출 80%는 중국 보따리상 다이궁(代工)이 차지했지만 코로나로 이들의 발길은 끊겼습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우선 해외 고객 수요부터 회복한 뒤 중국에 치우친 수익 구조를 차츰 개선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인데요. 국내 면세점 업계가 재고 부담을 덜어가며 코로나·고환율 시대 위기를 극복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