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보관용기로 유명한 락앤락(115390)의 주가가 하락세다. 2017년 경영권을 인수한 홍콩계 사모펀드(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의 지분가치는 6300억원에서 290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어피너티 인수 후 락앤락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인수 전보다 감소했다. 주력 상품군인 식품보관용기, 소형 가전, 텀블러 등은 경쟁사가 워낙 많아 차별화가 쉽지 않고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며 수익성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그래픽=이은현

21일 주식시장에서 락앤락 주가는 5.28% 하락한 8260원에 거래를 마쳤다. 19일 148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소각한다고 밝힌 다음날 주가가 9.8% 올랐다가 다시 하락했다. 이 회사 주가는 올 들어서만 29% 떨어졌다.

대주주인 어피너티의 지분가치는 2017년 8월 인수 당시 6292억원에서 2889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어피너티는 창업주인 김준일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주식 3496만1267주(지분율 62.52%)를 주당 1만8000원에 샀다. 당시 거래되던 주가 1만2000원대에 경영권 프리미엄 50%를 적용한 것이다.

인수 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자 회사 측은 2018년부터 2019년 한해를 제외하고 매년 주식 소각에 나섰다. 주식 소각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당 이익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배당과 더불어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다.

그러나 락앤락 주가는 반짝 상승했다가 다시 하향 곡선을 그리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통상 PEF는 투자 시점에서 5년 내 엑시트(투자금 회수) 방안을 고민한다. 락앤락의 경우 지분가치가 크게 떨어져 이대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이케아·노브랜드·한샘도 주방용기 만들어…수익성 악화

락앤락 매출은 어피너티가 인수한 2017년 4174억원에서 작년 5430억원으로 늘었다. 주력제품인 식품보관용기를 넘어 ▲텀블러, 물병 등을 포괄하는 베버리지 웨어(beverage ware·음료 용기) ▲쿡웨어(Cook ware·프라이팬, 냄비 등 취사도구) ▲소형가전 판매를 확대한 영향이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017년 516억원에서 작년 325억원으로 감소했다.

회사 측은 “어피너티 인수 초반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경영 관리 체계 고도화를 위해 국가별로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을 통합 구축하는 등 인프라·IT 투자 비용이 들어갔고 온·오프라인 채널 확대를 위한 판매관리비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원자재 가격과 유가 상승 여파로 매출원가가 늘어난 가운데 주방용품을 판매하는 회사들이 하나둘 늘어나며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 수익성 악화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작년 기준 락앤락 매출 34%는 식품보관용기 판매에서 나온다. 대표 제품은 4면 결착 밀폐용기로, 이 제품은 4면 잠금장치로 내외부 공기를 강력하게 차단해 식품 변질을 최소화 해준다.

락앤락이 1998년 4면 결착 밀폐용기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을 때만 해도 불티나게 팔려나갔지만 그간 기술 발전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락앤락 같은 주방용품 전문기업이 아닌 회사들도 구색 확대 차원에서 관련 제품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이케아부터 이마트(139480) 자체 브랜드(PB) 노브랜드, 한샘(009240) 등도 저렴한 밀폐용기를 판다. 해외직구가 쉬워지면서 러버메이드 등 외국 제품도 쉽게 살 수 있게 됐다.

◇ 부동산·해외 법인 정리 나서...어피너티 엑시트 방안 주목

증권업계에선 올해 대주주 어피너티의 행보에 주목한다. 통상 PEF가 투자 시점으로부터 5년 내 엑시트 방안을 찾는데다 어피너티가 지난 2017년 체결한 주식담보대출 만기가 올해 말이기 때문이다.

어피너티는 락앤락 인수를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 컨슈머 스트랭스(Consumer Strength Limited)란 회사를 통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회사가 11개 금융사로부터 보유 지분 전체를 담보로 약 3235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인수금융 목적이다.

주가가 부진한 상황을 고려하면 같은 조건으로 대출을 연장하기는 쉽지 않아 엑시트까진 아니더라도 일정 규모의 현금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추정된다.

락앤락은 작년부터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고 해외 법인을 정리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베트남 법인이 보유한 3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기로 한 데 이어 중국 제품 생산을 담당하는 위해하나코비일용품유한공사를 팔았다. 작년부터 올해에 걸쳐 충남 아산 공장, 창고를 매각했다.

락앤락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금융기관 예치금은 2017년 말 1500억원에서 작년 말 2170억원으로 늘었다. 회사 측은 자산을 매각해 사업 재편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락앤락은 올해 초 내부 출신 김성태 대표를 각자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어피너티 인수 후 회사를 이끌어왔던 삼성SDS 부사장 출신 김성훈 대표와 2인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회사 측은 종합생활용품 기업으로 탈바꿈 하기 위해 최근 소형가전에 힘을 싣고 있다. 2019년 주방용 소형가전 시장에 진출한 뒤 2020년 제니퍼룸(현 락커룸 코퍼레이션)을 인수했다.

그 해부터 스팀에어프라이어, 칼도마 살균기, 칫솔살균기, 진공쌀통 등을 선보였고 매출 비중이 2020년 13%에서 작년 17%까지 올라갔다.

동시에 기존 충성고객인 4050 주부를 넘어 2030대로 고객층을 확대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 비중을 높이고 있다. 2020년 2030세대 이용자 비중이 높은 29cm, 오늘의집에 입점한 데 이어 작년 자사몰을 새단장 했다. 전체 매출 중 온라인 비중은 2020년 31%에서 작년 34%로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