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일본에 진출한 쿠팡이 대형 백화점 체인 다카시야마와 다이소 상품을 10분 내 배달하는 서비스를 새로 선보였다.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자체 창고형 매장에 보관했다가 배달하던 사업모델을 넘어 현지업체의 배송 대행에 나선 것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달부터 다카시야마, 다이소와 제휴를 맺고 일본 도쿄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10분 내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카시야마는 도쿄, 오사카, 교토, 나고야 등 전국에 18개 지점을 둔 대형 백화점 체인이다. 쿠팡은 다카시야마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고급 식료품 50여개와 다이소의 100여개 인기상품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주문을 받아 배송한다.
쿠팡은 작년 6월 일본 도쿄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퀵커머스(생필품을 1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자체 창고형 매장에 구비해두고 주문이 들어오면 배송원이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배달의민족(배민)의 B마트 사업모델과 유사하다.
한국처럼 곳곳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거나 임대해 새벽배송을 할 수 있는 물류 시스템을 해외에 구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배달원이 고객에게 직접 상품을 배송하는 관행이 있어 상품을 문 앞에 두고 가는 새벽배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쿠팡이 다카시야마, 다이소 상품을 배송하기로 한 것은 자연스럽게 상품 구색을 확대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다이소의 문구류와 나무젓가락·쓰레기봉투 등 저가 생활소품부터 백화점 식품관의 고가 잼, 올리브 오일, 홍차, 파스타 등 고급 식재료까지 고객의 선택권을 대폭 늘릴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이 늦은 일본 유통업계에서도 쿠팡과의 제휴를 반겼다. 현지업체가 쿠팡을 통해 상품을 배송하면 배송 인프라 구축 비용을 절감하면서 온라인 배송에 대한 고객 수요를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시험장)로 활용할 수 있다.
일본 대다수 유통업체가 온라인 배송을 도입하고 있지만 쿠팡처럼 1시간 내 배송을 하는 사례는 없다. 일본 양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라쿠텐은 당일 배송을 하고 있고 아마존 재팬이 도쿄와 오사카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2시간 이내 신선식품, 생필품을 배송하는 ‘넷 수퍼(인터넷 수퍼)’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일본은 쿠팡이 아시아 전역으로 전자상거래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가장 먼저 진출한 해외진출국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20년 일본 전자상거래 소매판매액은 19조2779억엔(183조원)이었으나 전체 소매판매에서 차지한 비중은 8%에 그쳤다. 이커머스 침투율이 40%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에 비해 블루오션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 최대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쿠팡이 ‘아시아의 아마존’으로 자리잡기를 바라고, 그러기 위해선 아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시장인 일본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며 “소비자에게 마트보다 친숙한 ‘넷 수퍼’로 시작해 아마존 재팬보다 빨리 배송한다고 각인시키고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