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으로 주목받은 광주광역시가 쇼핑 명소로 부상할 조짐이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백화점(069960)이 광주에 복합쇼핑몰 출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패션 쇼핑 플랫폼 1위 무신사도 광주에 오프라인 매장 개설을 검토하고 있다.
무신사는 내년 광주 동구 충장로에 문을 여는 한 쇼핑몰에 입점할 예정이다. 이 쇼핑몰은 1980~90년대 향토 백화점인 가든백화점으로 운영되던 곳으로, 현재는 애경그룹이 와이즈파크라는 이름을 걸고 운영 중이다.
지난해 부동산개발업체 시너지타워가 이 건물을 매입하고, 내년 4월 새로운 콘셉트의 쇼핑몰로 리뉴얼하기로 하면서 무신사 입점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너지타워는 이곳에 온라인 브랜드들을 대거 입점시키고 디지털화 한 쇼핑 편의를 제공해 지역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를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한 부동산개발업계 관계자는 “충장로는 과거 ‘광주의 명동’이라 불릴 만큼 지역 중심지였으나, 상무, 수완 등 새로운 상권이 생기며 10~20대 소비층만 남은 상황”이라며 “온라인 유명 브랜드 매장이 들어오면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무신사는 지난해 5월 서울 홍대에 자체 브랜드(PB) 매장 무신사 스탠다드를 열며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했다. 이어 지난 1일 서울 강남대로에 두 번째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홍대점은 개장 3일간 6500명이 방문했고, 강남점은 3일간 8000명이 방문해 1억9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무신사는 무신사 스탠다드의 오프라인 매장 확대를 본격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MZ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등에 업은 무신사가 광주 출점을 계획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업계에선 “유통가의 무덤이던 광주가 신 개척지로 부상했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광주·호남 지역은 대기업들의 점포 건립 계획이 번번이 철회되면서 ‘유통 불모지’로 꼽혀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광주에 스타필드와 코스트코가 없다”며 복합쇼핑몰 확충 공약을 내세우면서 지역민의 공감대가 커졌고, 당선 이후 출점에 속도가 나는 모양새다.
지난 6일 현대백화점은 부동산 개발기업인 휴먼스홀딩스 제1차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와 함께 광주 북구 일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부지 31만㎡(약 9만 평)에 미래형 문화 복합몰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서울’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MZ세대 타깃의 체험형 쇼핑몰로 구상 중인 만큼 ‘더현대광주’라는 명칭을 붙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슷한 시기 신세계백화점도 “그룹의 역량을 집중적으로 결집해 광주에 복합쇼핑몰 건립을 추진하겠다”며 “쇼핑 시설과 호텔 등을 갖춘 최고의 복합쇼핑몰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롯데백화점 역시 광주 복합쇼핑몰 사업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는 광주 상권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전국 백화점 매출 순위에서 신세계 광주점은 전년 대비 15.4% 증가한 7652억원으로, 전체 백화점 점포 중 1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백화점이 11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성과다.
롯데마트가 지난 1월 광주 상무점을 리뉴얼해 선보인 창고형 할인점 맥스도 개장 한 달간 매출이 작년보다 3배, 고객 수는 4배 증가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광주·호남 지역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개척된 광역상권”이라며 “정치권 개입이 줄어든 만큼 유통기업들의 상권 선점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