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의 한 물류센터는 올해 초 입주사를 모집하면서 ‘렌트프리(rent-free)’를 계약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5년 장기 계약을 하는 기업에게 1년에 2개월은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고 한 겁니다. 표면적으로 임대료를 유지하면서 입주사의 임대료 부담을 크게 낮춰 주는 방안입니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부터 이런 렌트프리 관행이 인천과 경기도의 ‘저온’ 물류센터에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저온 물류센터는 일반적으로 식품 보관·유통 목적으로 10℃ 이하 온도에서 부패하기 쉬운 제품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냉장창고와 0℃ 이하에서 냉동 제품을 보관하는 냉동 창고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 입니다.

아마존의 미국 물류센터 모습. / 아마존 제공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물류시설법·식품위생법·수산식품산업법에 따른 냉동냉장 창고로 등록한 물류센터는 2019년 93개에서 2021년 114개로 23% 증가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온라인 식품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영향입니다. 신선식품을 새벽배송 하는 쿠팡, 마켓컬리의 작년 거래액은 전년 대비 50% 이상 뛰었죠.

시장 성장에 따라 거액의 투자금이 물류센터로 물렸습니다. 상온에 비해 저온 물류센터는 콜드체인(저온 유통) 시스템을 추가로 설치해야 해 건설비가 더 드는 만큼 평당 임대료가 1.5~2배 정도 높게 책정됩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고위험 고수익)을 감수할 수 있는 투자자들은 저온을 선택했습니다.

문제는 수요 대비 너무 많은 저온 물류센터 공급이 이뤄졌다는 겁니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전체 물류센터 중 저온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대로 추정됩니다.

아직 전체 규모가 작아 공실률, 임대료 등 정량적인 데이터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부동산 리서치 전문 회사들은 수도권 소재 저온 물류센터나 상저온 복합 물류센터 공실률이 상승하는 추세라고 전합니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회사 JJL코리아의 심혜원 과장은 “상온 물류센터는 비식품까지 보관이 가능해 여전히 공급 대비 수요가 많지만 저온은 신선식품 기업으로 수요가 국한돼 있다”며 “그동안 투자 수익률을 고려해 상저온 복합 물류센터를 지을 때 상온과 저온 비중을 50대50으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이를 70대30 정도로 조정하는 사례가 눈에 띄고 소유주가 상저온을 함께 임차하겠다는 기업에게 우선권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느라 저온 물류센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설계가 이뤄진 것도 일부 센터 공실의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냉장·냉동 제품은 창고에서 배송차량까지의 거리가 최소화 되어야 하는 만큼 차량이 센터 안까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확보 되어야 하는데, 대형 차량의 회전 반경조차 나오지 않게 물류센터가 설계된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다만 저온 물류센터 공실이 전국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합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한 관계자는 “현재 공실은 물류센터가 집중적으로 생긴 인천, 경기도 안산, 시화, 화성, 평택 등지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물류센터가 부족한 비수도권 지역은 아직까지 괜찮은 상황”이라며 “큰 평수를 임차하는 대형 이커머스의 거점 물류센터 전략은 어느정도 마무리 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전했습니다.